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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해에서 집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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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해에서 연수를 하기로 하고, 모두 그렇겠지만 준비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무엇보다 이전에 중국으로 연수를 다녀온 사람이 많지 않은 관계로 답답한 점이 많았다. 앞으로 중국 연수를 계획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제 경험을 두서없이 소개하려 한다. 제가 소개할 내용은 다분히 개인적인 경험일 뿐, 절대 정답은 아니다. 중국 생활의 여러 면모, 여러 방법 중 하나의 케이스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첫 주제로 잡은 것은 ‘상해에서 집 구하기’다. 1년 동안 살 집을 구하는 일은 연수 준비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집을 구하는 데 있어 상당히 애를 먹었다.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때문이었다.

상해에서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은 크게 두 곳이다. 홍췐루(虹泉路) 일대가 가장 큰 코리아타운이 형성돼 있고, 그 다음으로 인기인 지역이 구베이(古北)이다. 구베이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최근에는 일본인들이 가장 많고, 서양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곳이다. 상해의 상징과도 같은 ‘동방명주탑’을 비롯해 마천루가 즐비한 푸동(浦東), 홍췐루보다 더 서쪽인 쥬팅(九亭) 등에도 한인타운이 있다.

상해 시내에서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크겠지만, 요즘 상해의 집값은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비싸다. 한인타운 근처에서 4인 가족이 살기에 괜찮은 집이다 싶으면 월세가 1만 위안을 넘는 경우가 허다했다. 구베이 쪽은 2~3만 위안을 호가하는 경우가 흔하다. 집을 구하면서 일단 푸동은 논외로 했다. 연수지인 상해교통대와 너무 멀기 때문이었다. 주로 구베이와 홍췐루 일대에서 집을 구했는데 일반적으로 구베이 집값이 더 비싸다. 구베이 내에서도 비교적 새 아파트 단지가 많은 ‘2기’ 지역이 월세가 더 세다. 홍췐루 부근의 ‘금수강남’, ‘풍도국제’, ‘구가상군’ 등과 구베이의 ‘명도성’ 등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살고, 또 많이 찾는 아파트 단지이다. 이 동네에선 중국어를 못해도 별로 불편함이 없을 정도이다.

집은 월세로 계약을 하는데, 집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중국은 같은 아파트 단지에 같은 평수라도 실제로 가보면 집 내부가 천양지차다. 집주인이 내부 구조 등 인테리어 공사를 하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얼마나 신경을 써서 돈을 들였는지에 따라 집의 ‘소프트웨어’가 달라지는 것이다. 인테리어 외에 기본적인 살림살이도 ‘빌트인’ 형식으로 집주인이 제공한다. 보통 에어컨, TV, 세탁기, 침대, 장롱, 식탁, 쇼파 등 대형 가전제품과 웬만한 가구는 모두 있다. 그러나 TV가 브라운관이냐 최신 LED TV이냐, 냉장고나 세탁기 크기, 인테리어가 얼마나 고급이냐 등등에 따라 월세 가격이 오르내린다.

한국인들이 집을 구할 때 따지는 것 중 하나가 ‘보일러’ 설치 유무’이다. 상해의 겨울은 아무리 추워도 영하 2~5도 정도. 길림, 흑룡강 등 동북 3성 출신인 조선족들은 전혀 안 춥다고 말하지만, 상해에서 겨울을 경험한 한국 사람들은 습기가 많아 으슬으슬 뼛속까지 시리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한국식으로 보일러가 설치된 집은 그만큼 월세가 비싸기 마련이다. 또 집 안에 정수기나 연수기 등이 설치돼 있으면 월세 가격이 올라간다. 구베이나 홍췐루 일대의 잘 꾸민 아파트는 한국인들의 수요가 끊이지 않아 집 주인들이 줄기차게 월세 가격을 올리고 있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니 가격을 내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난 여섯 살인 큰 아이의 유치원 문제 때문에 한인타운 근처의 아파트들을 우선적으로 살펴봤다. 중국어를 못하는 집사람이 생활하기에도 한인타운 쪽이 편리할 거란 생각도 있었다. 또 두 돌도 채 안 된 둘째 아이가 있는 관계로 보일러가 있는 집을 우선적으로 찾았다. 상해에 오래 거주한 사람들도 하나같이 어린 아이가 있으면 보일러 없이는 상해의 겨울을 나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충고했다.

집을 구하려면 아무래도 부동산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엔 어김없이 조선족 직원을 고용한 부동산이 즐비하다. 부동산이 워낙 많기 때문에 업체들끼리의 경쟁이 치열하다. 부동산 복비가 한달 월세의 35%나 되고, 이를 집주인과 세입자 양쪽에서 모두 받기 때문에 계약 한 건을 성사시키면 부동산에 돌아가는 수입이 꽤나 짭짤한 것도 경쟁을 부추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부동산 직원들이 거의 실시간으로 새로 나온 매물들을 소개한다. 원하는 평형과 가격대에 맞는 집들을 부동산 직원들과 함께 둘러본다. 계약 만기가 다가오는 세입자가 살고 있는 집도 있고, 비어있는 집도 있다. 마음에 드는 집이 있으면 집주인과 계약을 맺으면 된다. 상해는 기본적으로 두 달치 월세를 보증금으로 내고, 매달 또는 두 달에 한번씩 월세를 낸다.

부동산 직원은 집을 계약한 뒤에도 집주인과의 ‘연락책’ 역할을 하기 때문에 친절하고 능숙한 부동산업자를 만나면 그만큼 생활이 편해진다. 그러나 부동산업자들의 말을 100% 믿다가는 낭패를 볼 수가 있다. 나는 본격적인 연수를 시작하기 전에 집을 구하려고 2박3일 일정으로 상하이를 방문했다. 20여 군데의 집을 둘러보고 마음을 결정해 계약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집주인이 부동산 직원을 통해 자꾸 무리한 요구를 했다. 어렵사리 중재에 성공한 듯 했지만, 집주인이 계약을 하러 부동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부동산 쪽에서는 비행기 시간이 임박한 나에게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계약금을 걸면, 자기들이 집주인의 사인을 받아놓겠다고 했다. 나는 한 달치 월세를 계약금조로 걸고 귀국했다. 그러나 한국에 돌아온 다음날 부동산 직원은 나에게 “집주인이 다른 부동산과 결탁해 다른 세입자를 받았다”고 연락해왔다. 내가 ‘계약 위반이니 계약금의 2배를 받는 거 아니냐’고 따지니 “집주인이 사인을 한 상태가 아니라서 불가능하다”고 했다. 나중에 내가 낸 계약금은 돌려받았지만, 가족들과 처음 상하이에 왔을 때 집이 없어 호텔에서 여러 날을 묵어야 했다.

처자식을 상해의 호텔방에 남겨두고 집을 구하려니 마음이 더 급했다. 즉시입주가 가능한 집을 찾다 보니 마음에 드는 집을 찾기가 더 어려웠다.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해도 가격이 비싸 계약을 못하고, 보름 이후에나 입주가 가능한 집이 있어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게다가 계약 준비까지 다 마치고도 또 한 번 중국인 집주인이 ‘변심’하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결국 나는 홍췐루에서 2~3km쯤 떨어진 동네에 집을 구했다. 오전 11시 30분쯤 집을 둘러보고 오후 1시에 집주인과 만나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오후 2시에 가족들과 함께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마침내 호텔에 쌓아뒀던 짐을 집으로 옮겨 풀 수 있었다.

내가 구한 아파트 단지엔 한국 사람이 거의 없다. 한인타운에 갈 일이 있으면 20분 이상 걸어서 다녔다. 주변에선 ‘걷기엔 너무 멀지 않느냐’ 했지만 운동 삼아 걷기에 괜찮았다. 또 집 근처에 재래시장, 초등학교, 중학교 등이 있어 중국 현지인들의 실생활을 엿보기에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