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는 시점이 2025년 9월 26일이니,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채플힐에 들어온 지 50일이 갓 넘었다. 아이들은 학교에, 아내는 ESL에 갔다. 라디오를 들으며 노트북을 펼칠 여유가 있으니 이제는 꽤 미국 생활이 자리 잡았다고 할 만하려나.
출국 전 상황은 개개인마다 천차만별일 거다. 개인적으론 서울의 집을 전세 주고, 그 이삿짐을 창고에 보관한 뒤 출국해야 해 통상의 경우보다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다. 이런 사정은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짐 패킹 및 발송 과정을 되짚어보자면 아래 정도였다. (지금이야 허허… 하면서 글을 쓰지만, 실제로는 매우 번거롭고 지난했다.)
항공사별로 차이가 다소 있을 수 있는데, 대한항공을 이용해 북미지역으로 온다면 ‘1인당 23㎏ 짜리 위탁 수화물 두 개 +기내용 캐리어 10㎏ + 백팩’이 허용된다. 참고로 ‘기내용 캐리어 + 백팩 합계’가 10㎏ 이내인데 빡빡하게 체크하진 않았다.
네 식구라 23㎏ x 8개 = 184㎏의 짐을 싸는 게 중요했다. 검ㆍ경이 압수수색할 때 자주 사용하는 일명 ‘단프라 박스’ 5개, 큰 캐리어 1개, 캠핑용 100L 가방 1개, 골프 캐디백 1개로 구성했다. 이민 가방이냐 단프라냐 의견이 분분한데, 단프라를 택하길 잘 했다 싶다. 박스 형태라 짐을 포장하고 쌓아 나르기 쉬웠다. 한국 돌아갈 때 다시 써야 하니, 도착한 뒤 접어서 보관하기도 편하다.

짐에 담은 주요 물품은 식구들 옷가지, 필수 양념류, 상비약 등 흔히들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 중에서 좀 색다르지만 잘 갖고 왔다 싶은 것들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참고로 필자는 살림살이, 흔히들 무빙(moving)이라 일컫는데 기존 연수생에게 그대로 물려받았던 경우다.
- 2~3일치 식량 = 미국 집에 도착하면 당장 식구들 먹을 게 마땅치 않다. 차량 구입도 마무리 안 된 경우가 많을 테니 장 보러 가는 것도 만만찮을 테다. 즉석국ㆍ햇반ㆍ멸치볶음ㆍ볶음김치 등을 챙겨와 잘 먹었다. 참고로 음식물 반입할 때는 육류 성분이 포함돼 있는지 잘 살펴야 한다. 스프에 육류 성분이 함유돼 있어 일반적인 라면도 반입 불가다.

- 회칼과 중식도(刀) = 뜬금없이 웬 칼이냐 싶을 수 있겠다. 미국인들은 해산물을 즐기지 않는다. 회? 연어회 정도가 그나마 최선에 가깝다. 소싯적 낚시를 즐겼던 터라, ‘잡아서 먹자’는 생각에 회칼을 챙겼다. 집에서 바닷가 도시인 윌밍턴까지는 2시간30분이면 간다. 근데 웬걸? 아직 바다 낚시는 못 했다. 그럼에도 회칼이 참 유용한 이유는 정육, 정확히는 고기 정형 때문이다. 미국은 물가가 비싼데, 특히 인건비가 그렇다. 그래서인지 고기도 덩어리 째 사는 것과 부위별로 나뉜 걸 사는 건 가격 차가 크다. 육류 발골에 회칼이 이렇게 유용할지 몰랐다. 중식도도 마찬가지다. ‘요리의 지평을 넓혀보자’는 정도였는데, 쓰임새가 폭넓다. 물론 현지에서도 팔지만 갖고 온 칼과는 애정이 다를 거라 생각한다.
- 세탁망 = 거주 지역마다 사정이 제각각이겠으나, 일류 백색 가전의 대명사(!) LG전자의 제품이 설치 안 돼 있을 수 있다. 필자의 집도 마찬가지라, 세탁기와 건조기 품질이 영 아니올시다다. 옷이 뜯어지기 일쑤일 정도로 거칠게 빨고 말린다. 그나마 세탁망을 넉넉히 준비해와 이런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
참고로 ‘23㎏ x 8개 = 184㎏’의 짐을 인천 공항까지, 또 현지 도착 후 머물 집까지 나르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다. 필자의 경우 인천 공항엔 출국 전날 짐을 맡겼다. 1ㆍ2 터미널에 한진택배가 있는데, 하루(24시간) 보관료가 짐 하나당 만원 남짓이었다. 출국일 새벽, 가볍게 도착해 공항에서 짐 찾은 뒤 바로 비행기에 실어서 크게 수고롭진 않았다.
현지에 도착해선? 인천-보스턴-랄리ㆍ더럼 경로였다. 보스턴에선 짐은 직접 일일이 찾았는데, 짐을 카트에 실으려니 현지 포터(?)가 다가왔다. 별다른 요금을 요구하진 않았는데, 팁 개념으로 20달러를 건넸다. 최종 도착지에서 집 까지는 각양각색일 텐데, 개인적으론 시민권자인 친구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이외에 현지 교민의 서비스(유료)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