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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정착하기 팁 6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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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를 떠나기 전, 바쁜 일상 때문에 연수 준비를 거의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특히 바쁜 출입처를 맡은 경우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연수 준비를 착실히 못하면 현지 도착 후 그만큼 더 고생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저의 경우도 현지 도착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경험을 토대로 현지 정착에 도움이 될만한 팁을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일부는 기존 연수자들이 적은 정보와 겹칠 수 있으나 상당수는 가장 최근에 업데이트된 정보일 것입니다. 다만 미국은 주마다 각종 방식과 제도가 달라 연수 지역마다 차이가 있으니, 아래 정보는 워싱턴DC로 연수오려는 분들에게 가장 적합한 정보라는 점을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1. 집 구하기

집 구하기 만큼은 연수 떠나기 전 어느 정도 마무리해놓는 게 좋습니다. 우선 집을 구하기 위해선 △어떤 집을 구할 것인지 △어느 곳에 구할 것인지를 정해야 합니다. 어떤 집을 구할 것인지는 순전히 본인의 재정적 여력에 달려있습니다. 미국의 주택 형태는 크게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과 싱글하우스(넓은 정원을 가진 단독주택), 타운하우스(싱글은 아니지만 여러개 단독주택이 붙어있는 형태)으로 나뉩니다. 물론 도심은 주택 형태가 더 다양하지만, 도심 주변의 대부분 베드타운의 경우 이렇습니다.

렌트비는 아파트가 가장 싸고, 타운하우스, 싱글 순으로 비쌉니다. 제가 사는 버지니아 패어팩스의 경우 아파트는 월 2000달러 내외(방 2개,화장실 2개 기준), 타운은 월 2500-3500달러 내외, 싱글은 월 3500-4000달러 내외입니다. 뉴욕의 베드타운으로 선호하는 뉴저지는 이보다 비싸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연수자들이 비교적 선호하는 노스캐롤라이나 같은 중남부로 내려가면 거의 절반 가격으로 내려간다고 합니다. 워싱턴DC에서 북쪽으로 불과 1시간 거리인 댈라웨어로 연수 간 후배의 경우 투베드룸 아파트를 월 900달러 전후로 얻었다고 합니다.

아파트는 부동산회사가 전체를 소유하는 형태와 개인한테 유닛(개별 호수)을 분양하는 형태(콘도라고도 불림)로 나뉩니다. 전자는 부동산회사와 계약을 해야 하고, 후자는 유닛 소유주와 개별적으로 연락해 계약해야 합니다. 부동산회사가 소유하는 아파트는 단지 관리는 전체적으로 잘 되지만 개별 호수 내부 시설은 낡은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반면 분양 형태인 콘도는 집주인이 따로 있기 때문에 내부 시설 관리가 아파트에 비해 우수합니다.

아파트와 콘도는 대부분 내부에 호텔처럼 공동 시설(헬스장 수영장 비즈니스센터 등)을 갖추고 있어 편리성에선 뛰어납니다. 입주민 외에는 출입이 통제돼 보안도 우수합니다. 1년짜리 단기 연수자들이 살기에는 가장 적당한 형태입니다. 때로는 타운이나 싱글에서 사는 게 좋아보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단기 연수자들의 경우 차라리 집 렌트비를 아껴 그 돈으로 여행을 다니는 편이 더 낫다는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아름드리 나무가 있는 커다란 정원을 가꾸면서 매일아침 다람쥐를 바라보는 미국식 전원생활을 누리고 싶다면 싱글이나 타운을 선택해도 됩니다.

아파트를 구할 때는 사소한 것이지만 주차공간이 몇 개인지도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특히 콘도의 경우 유닛당 주차공간을 2대씩 주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만약 본인이 차를 1대만 운행한다면 나머지 1대공간은 놀리므로, 다른 사람한테 리스할 수 있습니다. 제가 사는 콘도의 경우 게시판에 ‘주차공간 구한다’는 글이 올라온 것을 보면 차를 여러대 소유하는 가구가 적지 않은 듯 합니다. 주차공간은 월 100불 선에서 거래된다고 합니다.

어떤 형태의 집을 구할 것인지를 정했다면 그 다음엔 살 곳을 정해야 합니다. 예컨대 연수지로 워싱턴DC를 정했고 주거지로 버지니아 패어팩스를 선택했다면 패어팩스 안에서도 어느 구역에 집을 구할 것인지를 정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몇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다닐 학교가 어떤지,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지, 살기에 안전한 곳인지 등이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있는 경우는 학교를 먼저 정하고 주변에 집을 구해야 합니다. 미국 역시 학교마다 일정한 구역이 정해져있어 특정 학교에 가고 싶으면 그 학교에 배정이 가능한 지역으로 이사해야 합니다. 학교에 관한 정보는 해당 카운티 교육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아주 상세하게 나와있습니다. 패어팩스 카운티 교육청(www.fcps.edu)의 경우 개별 학교별로 학생들 학업성취도 수준은 어떤지, 인종 구성은 어떤지, 심지어 학교 급식 이용 비율은 어떤지, 과거 수년간의 교내 폭력 빈도는 어떤지, 학교에 입학 가능한 구역(boundary) 정보 등도 나와있습니다.

제가 사는 버지니아 패어팩스의 경우 학군이 좋은 동네라고 하지만 지역에 따라 초등학교 수준이 조금씩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인종 구성은 평균적으로 백인 60-70%, 아시아인 15-20%, 히스패닉 10% 내외, 흑인 5% 미만 등입니다. 물론 외곽으로 나갈 수록 백인 비율은 낮아지고 특히 히스패닉 비율이 높아집니다. 한국 학부모들 사이에선 히스패닉 비율이 높은 학교는 기피 대상이라고들 합니다. 특정 인종을 들먹이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겠지만 암묵적으로 히스패닉이 많은 학교는 교내 각종 사고 비율이 높다는 통계가 있다는 게 주변 한국인들의 얘기입니다.

초등학교의 경우 K학년(Kinder 약자)부터 1-6학년까지 7개 학년을 운영합니다. 미국은 모든 공립초등학교가 Kinder 과정을 운영하는데 만 5세(한국나이 만 6세)부터 입학합니다. 올해 연수자들의 자녀가 킨더에 입학하려면 생일이 2007년 9월 이전이어야 합니다. 학비는 물론 무료입니다. 만약 아이들이 만 5세가 안된 상태로 미국에 온다면 사설 프리스쿨(Pre-school)을 보내야 하는데, 학비가 월 1000달러 이상씩 들어야 합니다.

초등학교는 수업시간이 보통 9시에 시작해 오후 4시께 끝납니다. 물론 지역에 따라 시간이 약간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Kinder의 경우 수업시간이 보통 오전에 끝나는 반일제를 운영합니다. 때문에 Kinder에 다니는 아이를 둔 부모들은 시간 관리에 애를 먹습니다. 다행히 제가 사는 패어팩스의 경우 학교 예산이 충분해 모든 초등학교의 Kinder 과정도 전일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교를 정하면 그 학교로 배정되는 지역에 집을 얻어야 합니다. 집은 인터넷(www.rent.com이나 www.realtor.com 등)에 들어가 살고 싶은 지역, 방 개수, 가격대 등을 입력하면 주변 매물 리스트가 나옵니다. 구하고 싶은 집 주변 환경을 보고 싶다면 구글 어스나 구글 지도로 들어가 확인하면 됩니다. 주변에 무슨 시설이 있는지 생생하게 실물 사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집이 있다면 매물을 올려놓은 부동산이나 아파트 소유회사(leasing office)에 이메일을 보내고 답장이 오면 절차대로 진행하면 됩니다.

만약 시간이 부족해 연수 전 집을 구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몇군데 후보는 골라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현지에 도착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이상은 일반적인 절차이고, 사실 가장 좋고 빠른 방법은 본인이 연수가고 싶은 지역에 이미 연수가 있는 사람을 수소문해 집을 건네받는 것입니다. 이 경우 일체의 살림살이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넘겨받을 수 있어 초기 정착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운좋게도 1년 앞서 연수한 다른 기자와 연락이 닿아 집을 그대로 물려받았는데,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2. 자동차 구하기

미국 현지에 도착했다면 가장 먼저 서둘러야 할 것이 자동차 구입하는 것입니다. 알다시피 미국은 대도시 다운타운이 아닌 이상 자동차가 없으면 돌아나닐 수가 없습니다. 간단한 먹거리를 사기 위해서도 최소 5-10분정도 운전을 해야 합니다. 저의 경우도 도착한 다음날 바로 차부터 구입했습니다.

차 구입은 국산 신차를 살지, 중고차를 살지를 우선 결정해야 합니다. 또 세단을 살지, SUV를 살지, 밴을 살지 등도 미리 마음을 정해놓는 게 시간절약에 도움이 됩니다. 저의 경우는 SUV를 사기로 마음을 정하고, 몇 개 모델까지 미리 정해놓았기 때문에 손쉽게 차를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 연수자들의 조언을 들어보면 국산 신차(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에 수출된 차)를 사서 1년간 몰다가 국내로 갖고 들어오는 것이 좋다는 얘기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관세를 물지 않아도 되는 데다, 미국 현지 차값이 국내 판매가격보다 싸 비용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경우 여기에 해당되는 차가 현대 제네시스, 그랜저(미국 판매명은 아제라), 아반떼 일부 모델(미국명 엘란트라) 등입니다. 대형차일 수록 국내 판매가와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대형차를 사서 갖고 들어가는 게 유리하다고들 합니다. 제네시스의 경우 대략 1000만원 정도를 세이브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미국은 같은 차종이더라도 국내에서보다 배기량이 큰 차들이 팔립니다. 그만큼 기름을 많이 먹는다는 얘기죠. 미국이야 기름값이 상대적으로 싸니까 운전할 만 하지만 국내로 들여오는 순간 기름먹는 하마로 돌변합니다. 또 같은 차종이라도 한국에서 팔리는 모델하고는 사양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외제 중고차도 몰다가 국내로 들여오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제반 비용을 감안하면 상당히 손해보는 일입니다. 뱃삯은 차치하더라도 국내로 들여올 경우 관세 등 각종 세금을 물어야 하는데, 저도 궁금해 직접 서울세관에 물어본 결과, 세금이 차량 잔존가치+운반비용+운송보험료 합계의 34.6%라고 합니다.

국산 신차가 아니면 중고차를 구입해야 하는데, 중고차는 여전히 일본차를 가장 선호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1년뒤 되팔 때 감가상각이 가장 적기 때문이죠. 현대차도 선호도가 상당히 올라가 중고차값이 일본차들과 거의 비슷하게 형성돼 있지만 차 구입 당시 딜러점에 확인해본 결과 나중에 되팔때는 일본차보다 여전히 불리합니다. 중고차는 3만-5만 마일에 출고된 지 2-3년된 차가 가장 적당한 듯 합니다. 출고된 지 1년 안팎의 새차는 감가상각이 가장 빠를 때라서 되팔 때 손해보기 십상이고, 그렇다고 너무 오래된 차는 특히 장거리 여행시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차종과 가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2-3년된 차를 구입해 1년후 되팔 때는 대략 구입가격 대비 15-20%정도 깎인다고 합니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차종은 선호도가 높은 모델을 사야 나중에 되팔 때 쉽게 팔리고, 가격도 제대로 받을 수 있습니다. 가령 세단을 산다면 도요타의 캠리나 혼다 어코드, 밴으로 치면 도요타 씨에나, 혼다 오딧세이, SUV로는 도요타의 하이랜더나 RAV4, 혼다의 파일럿 CRV 등이 미국에서 가장 선호되는 차종들입니다.

어떤 차를 살지를 정했다면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가격대를 검색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자동차 거래 사이트가 Kelley Blue Book(www.kbb.com) 입니다. 보통 여기서 원하는 차종의 가격대를 알아본 후 근처 딜러점에 방문해 매물이 있는 지 확인하고, 가격 협상을 거쳐 차를 구입하게 됩니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발품을 판다면 그만큼 원하는 모델을 원하는 가격대에 살수도 있겠지만, 며칠간 렌트카를 이용해야 하는 비용부담이 뒤따르긴 합니다. 저의 경우는 일본차 메이커가 직영하는 대리점에 가서 차를 구입했습니다. 독립 딜러점보다는 가격이 좀 비싸지만 보증이 확실하고, 제대로 된 안전한 차를 살수 있기 때문입니다. 1년간 무상 수리보증을 해주는 데다, 타이어가 많이 닳지 않았는데도 바퀴 4개를 모두 새 타이어로 교체해주는 등 서비스가 좋았습니다. 보증된 차를 사면 1년 뒤 되팔 때도 그만큼 유리합니다.

딜러점을 통하지 않고도 미시USA(www.missyusa.com)라는 미국내 거주 한국인들끼리의 커뮤니티 사이트에 들어가면 중고차를 직거래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아는 연수자는 한국에서 출국전 미시USA 사이트를 통해 미리 가계약을 하고 현지에 도착해 곧바로 넘겨받았다고 합니다. 이 경우 딜러점에서 거래하는 것보다 더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으나, 구입 후 등록 등 제반 과정을 직접 마쳐야 하는 등 불편함은 어느정도 감수해야 합니다.

자동차를 구입했으면 곧바로 네비게이션을 달아야 합니다. 미국 도로는 워낙 복잡하고 곳곳이 공사중이라 초심자들의 경우 길을 놓치기 십상입니다. 네비게이션은 Best Buy라는 전자제품 판매점에 들르면 여러 가지 기종중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골라살 수 있습니다. 시간이 있다면 아마존 같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더 싸게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또 만 8세 미만의 어린이들이 있다면(물론 주마다 연령 기준이 약간씩 다르지만) 카시트를 반드시 장착해야 합니다. 5-8세 정도면 등받이가 없는 부스터(booster)를 구입해 장착해도 됩니다. 미 장착한 상태로 운전하다 걸리면 적지않은 과태료를 물어야 합니다.

자동차 구입과 동시에 자동차 보험에도 가입해야 합니다. 보통 차를 구입한 딜러점에서 보험사를 연결해줍니다. 미국 보험사들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지 않은 이상, 대부분 딜러점이 권유하는 보험을 듭니다. 보험료는 매우 비쌉니다. 보통 6개월 단위로 드는데, 저의 경우는 1000달러 가까이 나온 기억이 납니다. 비슷한 차종을 구입한 다른 연수자가 비슷한 조건에 1200달러를 냈다는 얘기를 듣고 그나마 위안을 삼았습니다. 보험료가 비싼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현지 면허증이 없다는 것이 첫째 이유이고, 둘째 이유는 자동차 사고 경력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한국에서 일부러 수고를 들여 보험사나 면허증발급기관에서 무사고 경력 증명서를 떼가는데, 미국 보험사들은 이런 것을 인정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현지 면허증을 따고 나서 보험사에 보험료 재조정을 요청하면 충분히 깎을 수 있으므로 초기 보험료가 비싼 것에 너무 민감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저의 경우 현지 면허증을 취득하고 나서 보험사에 전화했더니 조건은 그대로 유지한 채 보험료는 거의 절반에 가까운 500달러 안팎으로 재조정을 해서 나머지는 돌려받았습니다.

자동차를 구입하면 가능한 빠른 시일안에 집 근처 가까운 DMV(Department of Motor and Vehicle)를 방문해 등록세를 낸 후, 번호판을 받아 달아야 합니다. 딜러점에서 살 경우 임시번호판이 달려있는데, 최장 한달간 사용 가능합니다.

3. 면허증 취득하기

차동차를 구입했으면 운전면허증을 따야 합니다. 버지니아의 경우 운전면허 시험을 보지 않고도 한국 면허증을 제시하면 버지니아 면허증으로 교환해주는 서비스를 작년부터 제공하고 있습니다. 까다로운 면허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돼 이 지역으로 연수온 사람들한테는 큰 장점이기도 합니다. 면허증을 교환하려면 △여권과 비자 △한국 운전면허증(반드시 필요함) △국제 운전면허증 △비자 종류가 표시돼있는 연수기관에서 발급한 문서(DS-2019) △거주지 증명서(아파트 계약서 등)가 필요합니다. 일부에선 현지 한국 영사관의 공증서류(한국면허증을 영문으로 번역해 국가가 공인하는 면허증이라는 것을 확인해주는 것)를 제출해야 한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무릎쓰고 멀리있는 영사관까지 찾아가지만, 실제 운전면허를 발급하는 기관(DMV)에 들고가면 “그런 서류 필요없다”고 합니다.

면허증 교환은 간편하긴 하지만 시간이 다소 걸립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짧게는 3주일에서 길게는 2달 이상도 걸린다고 합니다. 저의 경우는 일부러 면허시험을 직접 봐서 땄습니다. 시간 절약과 현지 운전 사정에 빨리 익숙해지자는 생각에서였습니다만 면허시험은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습니다. 필기시험을 먼저 치르고, 통과하면 곧바로 도로테스트를 보는데 아침 일찍 가면 좀 기다린다 하더라도 반나절이면 충분합니다. 필기시험은 DMV 사이트에서 35페이지 가량의 매뉴얼을 내려받은 후 두세번 정도 반복해서 숙독하면 충분히 통과 가능합니다. 필시기험은 키오스크 형태의 모니터를 보며 풀도록 돼있습니다. 1단계-신호등이나 도로표시판 등 그림을 보고 맞추는 문제, 2단계-각종 운전 관련 규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맞추는 문제로 나뉩니다. 둘 다 4지선다형인데, 1단계는 10문제중 한문제만 틀려도 곧바로 시험을 중지하고 퇴장해야 합니다. 때문에 신중히 풀어야 합니다. 2단계는 모두 25개 문제중 80% 이상을 맞히면 통과합니다. 역시 문제를 꼼꼼히 읽고 충분히 이해한 후 푸는 게 핵심입니다. 1,2단계 푸는 데 30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필기가 끝나면 곧바로 도로테스트가 이어집니다. 재밌는 것은 미국에서는 도로테스트 때 운전할 차량을 본인이 직접 가져가야 합니다. 본인 차량이 없으면 렌트카를 이용하든지, 주위 지인의 차를 빌려 몰고 가야 합니다. 도로테스트는 먼저 차량 작동요령 체크부터 시작합니다. 차를 주차한 상태에서 시험관이 차량 작동요령을 지시하면 그대로 따라하면 됩니다.

다음은 시험관을 옆에 태운 채 근처 도로를 10분 가량 운전하는 테스트를 봅니다. 시험관은 백인은 거의 없고 히스패닉이나 흑인들이 대부분입니다. 때문에 발음 때문에 말을 정확히 알아듣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연수자는 까다로운 시험관을 만나 도로 테스트를 두 번이나 떨어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도로테스트는 3번 떨어지면 일정기간 교육을 받아야 해 차라리 면허증을 교환하는 것보다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필기시험 준비하면서 습득한 미국 교통 신호등과 운전 규칙 등을 지키며 운전하면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습니다. 운전 규칙중 특히 좌회전이 한국과 많이 달라 초보자들이 많이 헷갈려하는데, 미국은 대부분의 도로가 좌회전 별도 신호가 없어도 파란 신호등이 켜져있을 때 반대편 차가 안오면 좌회전이 가능합니다. 파란 신호등 옆에는 보통 이라는 사인이 붙어있는데, 굳이 해석하자면 <파란 불일 때 반대편 차량에 길을 양보하면서 주의해서 좌회전하라>는 뜻입니다. 만약 파란 직진 신호등에서 반대편 차가 오지 않는데도 좌회전을 안하고 기다린다면 시험에서 탈락합니다. 운전 흐름에 방해된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이 내용은 매뉴얼에 상세히 설명돼있습니다. 시험을 안보고 면허증을 교환하더라도 매뉴얼은 한번 숙독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도로 규정이 한국과 많이 달라 숙지하지 않은 채 운전하다간 곳곳에 숨어있는 경찰한테 걸리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면허시험을 통과하면 곧바로 임시면허증을 발급해주고, 1주일 안으로 사진이 붙은 정식 면허증이 집으로 배달됩니다. 미국에서는 면허증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단기 연수자들한테는 면허증이 유일한 신분증이나 다름없습니다. 생활하는 곳곳에서 신분증(포토 아이디)을 제시해야 할 일이 많은 데 면허증이면 다 해결됩니다.

4. 유틸리티 신청하기

집을 구해 이사를 마치면 곧바로 해야 할 일이 각종 유틸리티 서비스를 신청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아파트에 입주하면 수도 전기 가스 등 일체가 자동으로 연결되고 한달에 관리비 형태로 내면 되지만 미국은 입주자가 개별적으로 전기 가스회사와 일일이 접촉해 어카운트를 개설하고 서비스를 신청해야 합니다. 만약 유틸리티 개설이 늦어진다면 그동안은 가스버너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집니다. 전기 가스 TV 인터넷 등의 신청은 대부분 전화로 이뤄집니다. 영어를 웬만큼 해도 전화영어는 워낙 익숙치 않아 개설하는 데 상당히 애를 먹습니다. 더구나 단기 체류자들은 정착 초기에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에 해당하는 Social Security Number가 없어 유선상으로 본인의 신분을 증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모든 서비스를 신청하면 SSN부터 묻는데, 그때부터 말문이 막힙니다. SSN이 아직 없는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하면, 답변은 두가지중 하나입니다. 하나는 얼마(많게는 수백달러)에 해당하는 보증금(Deposit)을 내야 서비스 개설이 가능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너의 신분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직접 회사로 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 가스회사가 하도 까다롭게 구는 통에 멀리있는 본사에까지 직접 차를 몰고 가서 서비스를 개통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TV와 인터넷은 보통 유선 인터넷 회사에서 번들 상품으로 제공하는 데, 번들 상품 종류가 워낙 많아 잘 따져보고 가입해야 합니다. 또 연수자들은 한국으로의 국제전화 요금이 비싸 대부분 한국에서 인터넷폰(070폰 등)을 구입해 가져오는데, 주의할 점은 구입해 가져오기 전 한국에서 제대로 작동이 되는 지 반드시 테스트를 해보고 가져와야 합니다. 저의 경우 제대로 작동이 안돼 며칠을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 인터넷 회사에 방문 서비스 도움을 신청해봐도 자기네 제품이 아니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퉁명스런 답변만 돌아옵니다. “우리 회사의 인터넷폰을 구입하면 설치해주겠다”는 말과 함께.

휴대폰은 출국 전 한국에서 개통해 가져오는 방법과 현지에 와서 직접 개통하는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기존 연수자들이 첫 번째를 권해, 저도 한국에 있는 버라이즌 대리점에서 개통해 가져왔습니다. 이 경우 미국 공항에 내리자마자 휴대폰을 이용할 수 있다는 편리함은 있지만, 장점은 그것 딱 하나 말고는 없습니다. 저의 경험상 결코 권해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우선 비용이 너무 비쌉니다. 개통 당시 보증금(security deposit)을 400달러나 내야합니다. 또 의무 사용기간이 2년인데, 1년 연수를 마치고 귀국하면서 중도 해지하면 보증금중 상당부분을 패널티로 물어야 합니다. 보증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없다는 것이죠. 한달 이용요금도 가장 저렴한 상품이 52달러(세금 포함) 정도에 달합니다. 하지만 현지에 와서 보니, 보증금 없이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 많습니다. 제가 가입한 버라이즌에 직접 확인해본 것인데, 1년을 사용하겠다고 하면, 보증금이 없는 Pre-Payed Phone을 권해줍니다. 2년 약정 폰을 쓰면 중도해지 수수료를 물어야 하고, 미국 현지에 신용 기록이 없는 연수자들의 경우 당연히 보증금을 내야 하는데, 왜 약정 폰을 쓰느냐는 것이죠. Pre-Payed Phone은 미리 충전하는 금액 만큼만 사용하는 것으로 약정 폰보다 훨씬 쌉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애시당초 한국 대리점들이 1년 연수자들한테까지 2년 약정 폰을 판매하는 것은 솔직히 바가지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각종 유틸리티 비용은 무척 비쌉니다. 특히 TV와 인터넷 요금이 매우 비쌉니다. TV와 인터넷, 유선전화는 대부분 한 통신회사에서 번들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가장 기본 상품을 선택해도 묶음 비용이 한달에 100달러는 훌쩍 넘어갑니다. 다만 전기 가스요금은 한국보다는 싼 것 같습니다.

요금 내는 것도 일입니다. 특히 요금은 정해진 날짜까지 반드시 내야지, 하루라도 연체하면 부가요금이 붙는데다 무엇보다 나중에 보증금을 되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보통 요금은 유틸리티 회사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카드로 납부하는데, 사전에 어카운트 넘버를 입력한 후 Customer로 가입해야 합니다. 가입할 때 여러 가지 ID와 패스워드, PIN넘버 등을 반드시 기록해둬야 합니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요금을 낼 때 잊어버리면 회사까지 직접 찾아가 납부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5. 아이들 학교 보내기

미국 초중고등학교는 대부분 8월말이나 9월초에 개학합니다. 같은 주라도 카운티마다 약간씩 다른데, 제가 사는 동네는 모든 초중고가 9월초에 일제히 개학합니다. 때문에 7월이나 8월에 출국한다면, 개학전에 아이들 학교 등록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등록하기 위해선 먼저 인터뷰를 해야 합니다. 해당 카운티 교육청에 전화를 걸어 인터뷰 날짜를 잡고 당일 정해진 장소로 직접 방문해 인터뷰를 합니다. 인터뷰는 1시간 정도 걸리는 데, 이것 저것 기다리는 시간 합치면 한나절은 거의 잡아먹습니다. 미국 관공서란 게 행정 서비스가 느려터진 것이 워낙 유명하니, 어딜 가나 이를 감안해 충분한 시간 여유를 갖고 가야 합니다.

인터뷰가 끝나면 그 결과를 즉석에서 통보하고, 거기에 맞게 학년 배정이 이뤄집니다. 보통 한국에서 영어를 배우고 온 학생의 경우 한국보다 한 학년 올려 배정받길 원하는데, 학년 배정 역시 카운티마다 원칙이 다르다고 합니다. 제가 사는 패어팩스카운티는 비교적 엄격해 제 아이의 경우 한국에서 1학기만 마치고 왔다는 이유로 다시 같은 학년으로 배정받았습니다. 물론 나중에 배정된 해당 학교에 직접 얘기하면 승급이 가능합니다.

학교를 보내기 위해 필요한 서류들은 제법 많습니다. 한국에서 다니던 병원에서 각종 예방접종 증명서를 떼와야 하고, 다니던 학교에서 재학증명서도 가져와야 합니다. 하지만 예방접종 증명서 역시 카운티마다 정책이 달라, 제가 있는 패어팩스의 경우 한국에서 가져온 예방접종 증명서 외에 현지 병원에서 별도로 기본 진단과 접종을 받은 증명서를 첨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미국 병원은 진료비가 터무니없이 비싼데, 이 경우 주변 한국인 부모들한테 물어보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인 병원이 있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6. 기타

자녀를 둔 부모들은 출국 전 여름캠프를 알아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름캠프는 미국 생활에 낯선 아이들이 9월 개학전 현지 분위기에 미리 적응할 수 있어 여러모로 장점이긴 합니다. 캠프 프로그램은 대부분 학교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 빠르면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6월말부터 대부분 시작합니다. 때문에 자녀를 여름캠프에 넣으려면 출국시점을 최소한 6월말이나 7월초로 앞당겨야 합니다.

여름캠프가 아니라면 굳이 일찍 출국할 필요는 없고, 보통 7월말이나 8월초가 적당한 듯 싶습니다. 9월 개학전까지 한달간 초기 정착도 마무리하고, 시간이 남으면 여행도 다녀올 수도 있습니다. 미국 동부를 선택한 연수자들은 이 시기에 보통 캐나다 동부 여행을 많이 다녀옵니다.

주의할 것은 미국 입국 후 캐나다 같은 다른 나라로 여행을 계획할 경우 반드시 사전에 연수 기관에 들러 기관에서 발급해준 DS-2019 서류에 제3국 여행을 허락하는 사인을 받아야 합니다. 보통 학교의 국제학생담당자가 사인을 해줍니다. 이 사인을 받지 않고 다른 나라로 여행할 경우 다시 귀국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Social Security Number는 보통 연수 기관에서 받기를 권유하는 데, 제 경험으로는 받아두면 나쁘지 않지만, 굳이 생활에 쓸모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신용카드를 만들 때나 유틸리티 서비스를 신청할 때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지만, 사실 정착하자마자 SSN을 담당하는 정부기관에 신청해도 발급받는 데 꽤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유틸리티 서비스 신청 때 SSN을 제시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SSN을 받는 과정도 번거롭습니다. 필요한 서류(운전면허증 발급에 필요한 서류와 비슷)를 갖고 해당 기관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데다, 방문해서도 느려터진 행정 절차 때문에 상당한 시간을 허비해야 합니다.

초기 정착이 마무리되면 사실 일상에서 SSN이 필요한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어디서나 필요한 신분증은 대부분 운전면허증을 제시하면 되고, 굳이 SSN이 필요하다면 백화점이나 쇼핑몰, 호텔체인 등에서 할인받을 수 있는 멤버십 카드(대부분 신용카드 겸용)를 만들 때인데, SSN을 입력해도 연수자들은 기본적으로 미국내에서 신용 기록이 없기 때문에 멤버십 카드 발급 대상이 안됩니다.

참고로 미국에서 1년간 생활할 때 가입해두면 여러 가지로 쓸모가 있는 것을 추가로 몇 개 적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먼저 AAA(트리플A) 가입. AAA는 여행 관련 각종 서비스는 물론 자동차 보험 등을 제공하는 회사인데, 회원에 가입하면 여행 때마다 여행지 관련 안내 책자와 상세한 지도를 무료로 무제한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또 미국은 물론 캐나다 전역의 웬만한 호텔들이 AAA와 제휴돼있어 호텔 예약할 때 AAA 회원번호를 제시하면 10-20% 할인받을 수 있습니다. 디즈니월드 같은 유명 관광지 입장권도 AAA에서 구입할 수 있고, 특히 디즈니월드 입장권은 할인 판매를 안하는데, AAA에서는 회원에 한해 5% 할인 판매합니다. 1년 회원비는 80달러인데, 저의 경우 여행 때마다 제공받은 여행안내 책자와 지도만 해도 본전은 뽑고 남은 것 같습니다.

국립공원 패스권(1년짜리 80달러)도 구입해두면 여러모로 편리합니다. 미국에는 국립공원이 지천에 널려있습니다. 여행다닐 때 외에도 평소 주말에도 근처 국립공원에 들를 때가 꽤 많은 데, 보통 국립공원을 방문하면 차량 1대당 입장료 20달러를 받습니다. 하지만 패스권을 구입하면 1년간 무사 통과입니다.

혹시 미국 연수기간 캠핑에 푹 빠지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KOA는 반드시 알아둬야 합니다. 미국과 캐나다 전역에 있는 사설 캠핑장을 갖고 있는 사이트(www.koa.com)인데, 국립공원이나 주립공원에서 운영하는 캠핑장보다는 다소 비싸지만, 시설이 아주 깨끗하고 안전하며 야외 수영장도 갖추고, 아이들을 위한 자체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캠핑 장비는 생각보다 저렴하니, 월마트 같은 데서 구입하면 됩니다. 캠핑 장비가 없더라도 여행중 캠핑 사이트에 통나무집 형태의 캐빈에서 하룻밤 묶어보면 꽤 이색적인 경험이 됩니다.

비행기를 타고 멀리 여행할 경우 현지에서 렌트카를 이용할 경우가 있는데, 이 때는 대형 할인마트인 코스트코(COSTCO)가 운영하는 여행 사이트에서 예약하는 게 가장 저렴하다고 합니다.(제 주변 다수의 연수자들의 공통 경험담) 물론 COSTCO 회원 대상인데, COSTCO는 미국인들도 즐겨찾는 대표적인 할인마트여서 연수자들도 보통 회원카드를 한 장씩 들고 있습니다.

잡다하게 두서없이 적다보니, 빠진 정보도 많을 텐데, 이는 다른 연수자들이 채워줄 것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