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빡세다, 더 자유롭다’
초등학교 5학년 큰 아이의 미국 학교생활 평이다. “미국 가면 펑펑 놀아도 된다”는 부모의 말이
허언이 된 것은 개학 후 불과 1주일 만이다.
문제 풀이, 에세이 쓰기 등 받아오는 숙제량이 만만찮다. 숙제 하는 데만 1~2시간이 걸린다. 담임
선생님은 1시간 이내 마무리할 수 있는 양만 숙제를 낸다지만 아이들의 체감도는 다르다. 영어에
익숙치않은 우리 아이만 시간이 더 걸리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1분기가 지난 뒤 일부 부모들의 컴플레인(?)으로 숙제가 조금 줄어든 것을 보면 말이다.
한국 진도와 비교할 때 수학은 큰 어려움이 없는 과목이다. 하지만 숙제용 문제 풀이는 좀 다르다.
답을 도출하는 과정을 여러 개 찾아 설명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더 필요하다. 수업도 비슷
한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선생님이 보드에 문제를 하나 내면 학생 한명이 나가서 과정을 적
는다. 그 다음 학생은 다른 과정을 제시해야 한다. 다른 과정을 쓰지 못하면 그 다음 학생이 나선
다. 찾을 수 있는 과정을 모두 찾은 뒤에야 문제 풀이가 마무리된다. 문제를 빨리 푸는 한국식 수
학과 차이가 느껴진다.
과학, 사회 등은 독서 후 에세이 쓰기다. 기본 숙제는 article을 읽고 요약 정리 및 의견을 담는
다. 책은 2주에 1권 꼴로 읽고 정리한다. 페이퍼를 내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숙제를 토대로 수업
시간에 토론을 진행한다. 예컨대 옛 인도의 왕 ‘Asoka’에 대한 글을 읽고 토론한다. 글은 A4로
15 페이지 분량이다. 자기 민족을 위해 다른 민족을 대량 살상한 왕에 대한 설명, 시대적 배경이
담겨 있다. 아이는 내용을 요약하고 자기 의견을 에세이로 쓴다. 인도의 왕이 무자비한 정복자인
지, 시대를 앞서간 개혁 군주인지 중 한 편에 서서 주장을 펴야 한다. 수업 시간에 이를 토대로
찬반으로 갈려 한명씩 의견을 펼친다. 토론이 끝난 뒤 자신의 의견을 바꿀 수 있다. 최종 승자팀
이 가려진다.
미국 학교의 줄기는 숙제다. 숙제를 하지 않으면 학교 수업에 참여할 수 없다. 숙제 여부를 통해
부모의 관심도도 파악된다. 지각, 결석보다 문제삼는 게 숙제다.
하지만 아이는 더 즐거워한다. 수업 방식이 한국과 다르기에 흥미를 느낀다. 미국 학교의 자유로운
분위기도 아이를 편하게 한다. 미국 학교의 경우 일정한 규율 안에서는 자유로운 행동이 허용된다.
일거수일투족이 규제, 규율로 제어되는 한국과 큰 차이다.
물론 미국도 통제가 강하다. 시간적 여유도 넉넉지 않다. 점심시간은 30분에 불과하다.(식당 이동
시간 포함) 점심식사를 간단히 하고 1시간 정도 노는 한국과 다르다. 쉬는 시간도 매우 짧다. 중
고학교의 경우 5분에 불과하다. 미국 중고등학교는 한국의 대학교처럼 각자 과목을 찾아 교실을
찾아 다녀야 하기 때문에 교실 이동하기에도 벅차다.(시간 지나면 문을 잠궈버리는 교사도 있다).
초등학교는 별도로 쉬는 시간이 없다. 우리 아이는 9시15분부터 12시까지 3시간 수학 수업만 듣기
도 한다. 화장실을 그 사이 자기가 알아서 가면 된다. 틈틈이 과자를 먹거나 음료수를 마셔도 괜
찮다. 의자, 책상도 따로 없다. 누워서 수업을 듣기도 한다. 50분동안 교실에 앉혀놓아도 잠만
자는 한국의 공교육과 차이가 느껴진다.
Tip)
1/수학 관련 영어 단어를 알아두면 편하다. 수학을 아무리 잘 해도 영어 단어는 생소하기 때문에
미리 외워두면 수업을 듣는 데 도움이 된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요약, 정리해둔 게 많다. 미국
와서 해도 늦지는 않다.
2/사회, 과학은 튜터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여러 고민 끝 튜터를 쓰지 않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개인적으로 과학에 자신이 없어서 숙제를 도와주는 데 한계를 느꼈다. ‘판케아 이론’을
한국말로도 정리 못하겠는데 영어로 에세이를 쓰라니. 1주일에 한 번 정도 튜터를 붙여주면 학교
생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