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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도 사는 미국의 팁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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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도 사는 미국의 팁 문화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미국에 와서 적응하기 힘든 건 미국의 팁(Tip) 문화입니다. 식당이나 미용실, 호텔, 택시 등 어느 곳을 막론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서비스를 받았다면 팁을 주는게 당연하다는게 미국인의 인식 같습니다. 몸이 불편한 노인이 차에서 내려 관광명소로 이동하는데 50미터도 안 되는 거리지만 카트(Cart)를 이용했다면 카트를 운전한 사람에게 팁을 주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도 하니까요. 한국에서 식당과 미용실, 숙박업소 등에서 단지 손님이라는 이유만으로 직원의 다양한 서비스를 공짜(?)로 받아본 사람이라면 미국에 와서는 왜 내가 음식 값이나 호텔 숙박료, 이발 비용을 줬는데 또 별도로 팁을 줘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에서는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거나 포장을 해 가는 경우에도 이처럼 팁을 추가로 작성해 줄 것을 요구한다. 음식점 안에서 식사를 한 경우에는 15%~20%를 줘야 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포장을 해서 갈 경우 팁을 꼭 줄 필요는 없다.

최근에는 이 팁도 점점 가격이 올라 원래 지불해야 하는 가격의 18%, 20%를 줘야 하는 곳이 비일비재하다보니 밖에 나가 외식을 하거나 미용실을 이용하는데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됩니다. 어떤 곳은 일괄적으로 팁을 가격에 포함해 놓고서 추가로 팁을 더 쓰라고 청구서(Bill)에 표기를 해 손님들이 이를 잘 모르고 이중으로 팁을 내게 만들기도 합니다. 또 원래는 세금에는 팁이 붙지 않는데 세금까지 음식 값에 더해 이를 총액으로 계산해 놓고 친절하게(?) 15%와 18%, 20% 팁을 계산해 이중 고르라고 청구서를 주기도 합니다. 게다가 주문한 음식 값에 비례해 금액이 더 커지는 팁 때문에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지 않고 포장을 해서 가는 이른바 투고(To-go)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또 5인이나 6인 이상의 단체(?)일 경우 팁은 최소 20%이상으로 확정돼 계산서에 적혀 나오기 때문에 더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고요.


6인 이상의 단체의 경우 고객의 의사와 상관없이 18~20%의 팁을 부과한다. 그리고 위 사진처럼 추가로 팁을 더 제안하기도 한다.

하지만 팁을 받기위해서인지 아니면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친절인지는 모르겠지만 팁을 주고받는다는 전제하에 식당이나 호텔, 관광지에서 종업원들이 손님에게 친절을 베푸는 정도는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을 정도입니다. 어떤 식당에서 음식 주문을 받고 가져다주는 웨이터나 웨이트리스는 식사 중에도 수시로 와서 뭐 필요한 거 없냐고 물어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음식은 입에 맞느냐? 좋으냐를 물어보는데 가끔은 이런 질문들이 부담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정작 물을 더 달라고 하거나 추가 주문을 하려고 웨이터를 찾을 때 지나가는 종업원에게 요청을 하면 내 테이블에 지정된(?) 웨이터를 찾으라고 합니다. 가끔 지정된 웨이터를 찾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 식당에서는 “이모!”나 “저기요!” 이렇게 소리를 지르는 것은 금물이기 때문에 나를 담당하는 종업원을 찾아 눈이 마주치도록 끊임없이 눈으로 레이저(?)를 쏘아야 합니다.

팁으로 인해 웃지 못 할 경우도 생깁니다.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는 도중 시종일관 무뚝뚝하고 불친절했던 웨이터가 식사가 끝날 때 즈음 예상치 못하게 과한 팁이 테이블에 놓인 것을 보고는 갑자기 태도가 돌변해 상냥하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과잉 작별 인사를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팁을 받기 전에는 온갖 과잉 친절을 베풀던 직원이 팁 정산이 끝나면 손님을 언제 봤냐 싶을 정도로 나 몰라라 하며 모른 척 하는 경우도 직접 경험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웨이터나 웨이트리스들은 팁을 받은 후에도 정겹게 잘 가라고 인사를 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팁 문화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평가해서는 안 되겠죠. 나름 손님에게 친절과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 직원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것이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긍정적으로 미국의 팁 문화를 평가하자면 대부분의 직원들은 팁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손님을 최대한 따뜻하게 응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입니다. 호텔 벨 보이도 친절하게 손님을 객실까지 안내하려고 하고 식당에서도 종업원들은 손님들의 기분을 맞추며 선호하는 음식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여행했던 크루즈의 객실 담당 직원은 수시로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안부를 묻고 대화를 이어가려고 했습니다. 객실 정리 상태에 만족하는지를 묻고 날씨 얘기를 꺼내며 정박한 곳에서 좋은 여행을 하고 오라고 인사를 하는 것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오전과 오후 두을 번씩이나 객실도 놀라울 정도로 깔끔하고 깨끗하게 정리정돈을 해서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습니다. 또 레스토랑 직원들은 손님 중에 생일인 사람이 있을 경우 여러 명이 와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며 환대를 합니다. 이런 직원들에게는 팁을 주는 것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고 심지어 저는 손 편지까지 써서 팁과 함께 봉투를 건네기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돈으로 친절을 산다는 느낌을 미국의 팁 문화에서 지울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고객(손님)을 만족시키려는 노력도 팁이라는 보상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 인지상정인 만큼 무조건 팁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팁 문화는 양면성을 갖고 미국의 상거래와 일상생활에서 윤활유 역할을 한다고 평가하는 것이 이방인의 입장에서 조금은 마음이 편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