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주 중부에는 인구 1만8천명의 밀리지빌(Milledgeville)라는 도시 city가 있다. 이 작은
도시가 한때는 인구 1천만에 이르는 조지아주 전체의 주도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밀리지빌이 조지아 주
전체의 가장 가운데 위치했기 때문이다. 현재 밀리지빌은 조지아주에 있는 한 개의 카운티보다도 작은 도
시로 남아있다.
county는 필수 city는 선택
우리는 익숙하지 않은 용어지만 카운티는 미국 헌법상의 조직이다. 미 헌법은 각 스테이트 아래 행정구역
으로 카운티를 두도록 명시하고 있다. 선거를 통해 카운티 행정을 담당하는 커미셔너를 뽑고 치안을 담당
하는 쉐리프와 세금을 징수하는 텍스 커미셔너를 뽑게 된다. 인구와 면적 등을 감안해 지정하는데 조지아
주에는 현재 159개의 카운티가 있다.
반면 city는 헌법에 명시된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카운티와는 별도의 행정 서비스를 받겠다고 결정을 하면
주지사의 허락을 받아 city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 경찰이 필요할 경우 시티 police를 따로 뽑는다. 물론
시티에 필요한 시헌장을 만들고, 행정 기관을 구성하게 될 것이고 카운티와는 별도의 행정 서비스를 받으
니 이에 필요한 세금을 따로 지불해야한다. 미국에서는 지역에 따라 소비세율이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는
데 각 주의 기본 세율이 다르고, 여기에 각 도시가 필요에 따라 목적세를 부과하면서 세금은 차이를 보이게
된다.
카운티, far and away의 흔적
미국의 성장과 함께 카운티는 점차 증가했다. 하지만 조지아주의 경우 과거 카운티를 정하는 기준은 더 흥
미로웠다. ‘말이 하루에 달릴 수 있는 거리’ 이것이 초기 조지아에서 카운티를 정하는 기준이었다.
서부 개척 초기를 그린 헐리우드 영화 [far and away]를 보면 당시를 짐작할 수 있다. 탐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이 연기했던 조셉과 샤론처럼 땅에 대한 열망을 안고 서부로 향했던 젊은이들은 해가 질 때까지 말을
달려서 깃발을 꽂으면 그곳의 주인이 되었고, 이렇게 사람들이 몰리며 도시와 카운티가 만들어졌다. 탐크루
즈와 니콜키드먼의 실제 관계가 ‘far and away’가 돼 버렸듯이 지금 들으면 다소 황당해 보인다.
개척정신과 고난의 길
여담으로 서부시대 개척정신을 그린 이 영화의 뒷면에는 그들이 부정하고 싶은 역사가 있다. 인디언이다.
조지아주 북쪽에 있는 스모키 마운틴은 마치 산을 둘러싼 안개의 모습이 인디언들이 불을 피우고 있는 모습
과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실제 이곳에는 인디언 마을이 있다. 몇 차례의 전쟁(사실 미군들에 의해 살
육당하는 것으로 끝났지만) 이후 광활하고 풍요로운 땅을 빼앗긴 인디언들은 아무도 살지 않는 이런 오지로
떠밀려 정착촌을 이뤘다. 이제는 관광객들에게 부족의 춤을 보여주며 돈벌이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의 교육과정은 집단 무의식적으로 이런 역사를 거부하고 있다. 교과서에서는 인디언 관련 기술
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자신들의 행동을 프론티어 정신으로 포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학교에서 ‘인디언들
이 실제 땅주인이 아니냐?’는 질문을 하는 학생은 동양인 같은 제 3국 학생들뿐이다. 일찍 이런 역사를 아
이에게 가르쳐준 덕분에 가끔 우리 아이는 ‘미국은 인디언들의 땅’이라고 백인 아이들이게 말하곤 한다.
실제 주인은 산속으로 들어가 숨죽여 살아야하는 현실에서 미국이 강조하는 프론티어 정신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글은 조지아주 칼빈슨 정부연구소의 윤태식 박사님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