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생들이 미국에서 와서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난제들은 대부분 운전과 관련된 것들이다.
차가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자동차를 마련하고 운전면허를
따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많은 선배 동료 연수생들이 이미 각양각색의‘좌충우돌
미국 운전기’를 올린 만큼, 이 글에서는 California에서 운전을 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정보를
몇 가지만 추려 적기로 한다.
“NO SSN, NO DRIVER’S LICENCE!”
DMV(Department of Motor Vehicles)에 대한 악명은 선배 연수생들의 조언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
다. 종종 반나절 이상 걸리는 긴 대기시간과 직원들의 불친절, 복잡다단한 업무처리 과정 등등.
그런데 내 경우 정작 부딪쳐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을 하고 갔더니 필기
시험은 오전 중에 모두 끝났다. 실기시험도 대기시간이라고 해봐야 30분 안팎이었다. 직원들도
대부분 상냥하게 웃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불친절하지는 않았다. 필기, 실기를 한방에 통과하는
기염을 토한 덕에 여기까지는 복잡하기는커녕 오히려 한국보다 훨씬 간편한 지경이었다.
문제는 다음부터였다. 실기시험 합격증을 창구에 제출하자 창구 직원은 내 임시운전면허증에
“SSN REQUIERD”라고 쓰여진 부분을 지적하며 SSN(Social Security Number)가 있어야 운전면허증
이 나오니 SSN OFFICE로 가라고 했다. 부랴부랴 근처 SSN OFFICE를 검색해 찾아 갔더니, 꼬리를
길게 늘인 대기행렬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2시간 정도 기다린 끝에 모건 프리먼을 닮은 창구
직원(여자였다)에게 ‘나는 J-1 비자이기 때문에 SSN을 받을 필요 없다’고 설명했더니 ‘Ms. 프리
먼’은 단호하기 그지없게도 “No Social Security Number, No Driver’s licence.”라고 딱 잘라
말했다. ‘나는 여기서 돈 벌 일이 없는데 SSN이 왜 필요하냐’는 항의에도 “No Social Security
Number, No Driver’s licence.”라는 똑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That’s the rule in
California.”라는 말이 덧붙여졌다.
결국 SSN을 받는 데 2주, 이후 DMV에 찾아가 SSN을 제출하고 면허증을 받는 데 3주, 모두 5주 정도
를 기다려서야 운전면허증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운이 좋은 경우에 속했다. 같은
캘리포니아로 연수를 온 연수생 A는 운전면허 시험을 모두 통과하고도 2달 넘게 면허증을 받지 못하
고 있었다. 그는 당연하게도 SSN을 발급받지 않았던 상태였다. 내 경험을 떠올려 A의 임시면허증을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SSN REQUIERD”라고 적혀 있는 게 아닌가. 그런데도 DMV 직원으로부터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났던 또 다른 연수생 B도 몇 달째
똑같은 ‘SSN의 함정’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다.
아, 선배 연수생들의 DMV에 대한 그 많았던 불평과 비난은 ‘초’가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운이
좋게도 비교적 ‘실력’이 있는 DMV 직원을 만났지만, 그들은 ‘흔한’ DMV 직원을 만난 덕에 영문
도 모르는 불편을 겪은 셈이다.
명심해야 한다. DMV 직원은 대부분 J-1 비자가 뭔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묻지 말고, 따지지도 말라.
NAVER에도 답은 없다. DMV에 가기 전에 먼저 SSN을 발급받아라. 그것이 연수생들이 캘리포니아 운전
면허를 따는 유일한 길이다.
‘황당’ 유료도로 벌금 내기
운전면허만큼 연수생들을 자주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미국의 유료도로다. 우리나라와 달리 대부분
의 고속도로(Freeway)가 무료지만 최근에는 좀 더 빨리 갈 수 있는 유료도로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캘리포니아에는 E-Z pass, Fas Trak 등의 이름으로 된 유료도로들이 있는데 통칭해 Toll Road라고
부른다.
Freeway의 일부 상습정체 구간에서 몇 개 차선만 유료로 돼 있는 곳도 있고, 도로 전체가 유료도로
인 곳도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운행 중에 만나게 되면 쉽게 피해갈 수 있게 돼 있지만,문제는 후자
다. 우선, 우리에게 익숙한 이른바 ‘톨 게이트’가 없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피하기가 쉽지 않다.
표지판에 유료도로임을 나타내는 문구가 있기는 하지만, 지리에 익숙치 않은 상황에서 내비게이션이
그 길로 안내를 하고 있다면 그 길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연수생들이 많
이 사용하는 구글 맵을 비롯해 대부분의 내비게이션에 Toll Road를 피하는 옵션이 있기는 하지만,
매번 길을 떠나기 전에 세팅을 해야 하는 탓에 까먹기 일쑤다.
일단 진입을 하고 나면 앞서 말했듯이 돈을 내고 싶어도 낼 방도가 없다. 미리 우리의 하이패스같은
선불 카드를 구입해 장착하면 자동 결제가 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벌금은? 어마무지하다. 통상
의 톨 비용은 3~5불 정도지만, 벌금은 20배에 달하는 금액이 부과된다. 이런 벌금을 피하기 위해서
는 위반 시점으로부터 이틀 안에 일종의 ‘자진납세’를 해야 한다.
Toll Road를 운영하는 업체의 홈페이지(www.thetollroads.com)에 들어가면 ‘ONE-TIME-TOLL’이라는
메뉴가 있는데 이를 통해 지나친 곳의 톨비를 계산하면 된다. 이렇게 내는 톨비는 정상 톨비의 2배
쯤 된다. 그런데, 이 대목이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없다. 차량정보를 넣으면 위반사항이 자동으로
나타나고, 이에 따른 비용을 계산하도록 돼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곳에는 차량정보를
입력해도 위반 내용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오롯이 자신의 기억을 되살려 어느 도로에서 위반을
했는지 입력해야 한다. 긴 여행 길에 유료도로를 2~3 군데쯤 지난 것으로 추정된다면 그 추정에 따
라 벌금을 내는 수 밖에 없다. 혹여 위반하지도 않은 벌금을 냈더라도 돌려주지는 않는다. 정확한
위반 내용을 확인하려면 벌금 고지서가 날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는데 그럴 경우 앞서 설명
한 대로 벌금이 20배에 달한다. 어렴풋한 기억에 의존해 내자니 위반하지도 않은 벌금을 낼까 미리
부터 억울하고, 그렇다고 기다리자니 눈덩이처럼 불어날 벌금이 두렵게 된다.
나는 지난 7개월여 동안 내가 위반한 것과 날 찾아준 지인들이 위반한 것들을 포함해 10건 정도를
ONE-TIME-TOLL을 통해 납부했다. 다행히 지금까지 벌금 고지서는 한 건도 받지 않았지만, 혹여 더
낸 벌금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여전히 개운치는 않다. 바로 다음날이면 인터넷을 통해 위반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IT 선진국에 살다 온 우리에게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시스템이지만 별 수 있겠는가.
적응하는 수 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