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초등학교 ‘그것이 알고 싶다’
질서정연한 등하교 차량 행렬
미국에서는 어떤 스포츠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여건이 잘 마련돼 있습니다. 제가 사는 어바인(Irvine)에는 집 근처 공원에 농구장과 야구장, 테니스장이 잘 구비돼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언제든지 이용이 가능합니다.
초등학생 아들이 다니는 미국 학교에서는 한국의 학교와는 사뭇 다른 풍경들이 많이 펼쳐진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이 돼버린 것도 많다. 일단 미국은 거의 모든 초등학생들이 부모의 차량을 타고 학교를 간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차들이 너무나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정문 앞까지 한 클릭 한 클릭씩 이동한다. 마치 컨베이어 벨트처럼 말이다. 등하교 시간이 되면 학교는 엄청나게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로 장사진을 이룬다. 그런데 너무나 질서정연하다. 서두르는 것도 없다. 한 차량이 정문 앞에서 애를 내려주고 떠나면, 뒤에서 기다리던 차가 애를 정문 앞에서 내려주고, 또 다음 차가 정문 앞으로 이동해 애를 내려 주고… 심지어 도로 한 가운데 이런 차량들이 길게 줄 지어 서 있게 되는데 등하교 시간엔 이런 상황이 암묵적으로 용인된다.
빠른 등교 시간과 엄격한 지각 체크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은 한국에서는 9시까지 학교에 가면 됐다. 그런데 이 곳은 8시 10분에 수업이 시작된다. 그리고 오후 2시 28분에 수업이 끝난다. (수요일은 ‘Minimum Day’라고 해서 조금 일찍 끝남) 한국보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고 학교에서 하는 활동들이 다양하다. 한국과 조금 다른 시스템이 있다면, 아침에 학교에 도착하면 바로 교실로 들어가지 않는다. 학교 가운데에 있는 공간(‘쿼드’라고 불린다.)에 모여 있다가 8시 10분 수업시작 시간이 되면 담임 선생님이 나와서 반 아이들을 교실로 데리고 들어간다. 8시 10분 이후에는 정문을 닫아 버리는데 바로 지각 처리가 된다. 학교 앱에 들어가 보면 가차없이 출석을 확인하는 페이지에 ‘TARDY’라고 적혀 있다. 1분 늦어도 인정사정 없이 지각이다.
콤비네이션 클래스
아들은 지금 ‘콤보반’이라는 클래스에 속해 있다. 3학년과 4학년이 한 클래스에 교육을 하는 독특한 방식이다.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한 학년으로 온전히 한 클래스를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두 개 학년을 묶어서 한 반을 만드는 건데 미국에서는 낯설지 않게 볼 수 있다고 한다. ‘1학년과 2학년, 2학년과 3학년, 4학년과 5학년’ 이런 식으로 두 학년 학생들이 한 반에서 수업을 듣게 되는 것이다. 과목에 따라 옮겨가며 받는 수업도 있고 함께 듣는 수업도 있다. 콤보반은 장단점이 있는데 통상적으로 동생들과 한 반이 된 자녀를 둔 부모는 달가워하지 않고, 형 누나와 함께 수업을 듣는 자녀를 둔 부모는 반기는 편이다.
ELPAC(English Language Proficiency Assessments for California) TEST
미국 학교에는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이 있다. 영어가 네이티브인 학생들도 많지만 우리처럼 단기로 온 아이들은 아무래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다 보니 수업을 이해하는 정도가 부족하고 제각각 일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처음 온 학생들의 영어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반드시 테스트를 한다. 각 주마다 부르는 이름은 다르다고 하는데 캘리포니아에서는 이를 ‘ELPAC(엘팩)’ 이라고 한다. ‘엘팩’ 테스트 안내 글을 보면 ‘모국어(Primary Language)가 영어가 아닌 학생들의 영어 능력을 평가하기 위함’이라고 쓰여져 있다. 특정한 날에 특정한 장소에 가서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테스트를 보고 얼마 후에 결과를 알려준다. 테스트 결과는 ‘레벨3 FLUENT, 레벨2 INTERMEDIATE, 레벨1 NOVICE’로 구분되는데 일정 정도에 미치지 못 하는 레벨 1과 레벨 2 학생들은 수준에 맞는 수업을 따로 마련해서 하기 때문에 부모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신경 쓰일 수 밖에 없다. 컴퓨터 베이스로 테스트를 보고 말하기만 담당 선생님이 직접 물어본다. 생각보다 아주 어렵고 힘들지는 않다는 평이 많다.
도네이션(Donation)에 진심인 학교
한국과 다른 점을 또 하나 들자면, 미국 학교는 부모들에게 메일과 문자를 엄청 보낸다. 한 주가 끝나는 날, 그리고 한 주가 시작되는 날 등 정말 자주 학교 소식을 담아 보낸다. 심지어는 교장선생님이 직접 매주 한 번씩 학부모들에게 편지를 써서 보내온다. 부모 입장에서는 학교 소식을 자주 접할 수 있어 좋은 점이 많다. 그런데 그런 메일 중에 일부는 학부모들의 도네이션, 즉 기부를 독려하는 것들이 꽤 많다. 이 곳에 오래 산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캘리포니아 학교의 경우 주에서 받는 예산만으로는 학교 운영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부모들의 도네이션이 학교 운영에 있어 재정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도네이션 방법도 흥미로운 게 많다. 예를 들면, 부모와 함께 피자 만드는 이벤트를 여는데 이 곳에 참가하는 비용을 지불하면 그 중에 일정 액은 학교에 기부가 되는 방식이다. 기부문화에 낯선 한국 부모들은 어색해 하지만 이 곳 현지 부모들은 도네이션에 상당히 적극적인 편이다. 처음엔 대놓고 학교에 돈을 내라고 하는 미국 문화가 이상했지만 그런 행위가 결국 우리 아이의 교육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는 대승적인 생각을 하게 되면서 나 역시 조금씩 지갑을 열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