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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블루북으로 중고차 팔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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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블루북으로 중고차 팔아보기

연수 막판 ‘귀국 준비’란 말만 나와도 온몸이 부르르 떨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미리 준비하는 게 상책이다. 연수를 떠날 때는 이것저것 참고할 만한 글과 정보가 많았는데, 막상 귀국 준비를 하려니 참고할 만한 것이 많지 않았다. 필자의 경우 막판 차를 파는 게 큰 고민이었다. 연수 때 집 다음으로 가장 목돈이 한 번에 들어가는 게 차량인데, 이 차를 떠나 보낸 경험을 공유한다.

켈리블루북 이용해보니
연수 막판 차를 일찍 팔면 남은 기간 렌트를 하거나 우버를 이용해야 한다. 막상 귀국 때가 다가오면 할 일이 많은데 차를 최대한 쓰다가 너무 늦게 팔자니 차에 묶인 돈이 크다. 필자는 반드시 그 돈을 찾아서 손에 쥔 뒤 귀국하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 영어나 답답한 이메일 주고 받기 등의 절차를 또 겪고 싶지 않았다.
필자는 2017년 닛산 로그 스포츠 모델을 구입해 1년 간 타고 다니다 켈리블루북(www.kbb.com)을 활용해 매각하고 왔다. 켈리블루북(이하 KBB)은 민간 자동차 평가 회사로 자체적인 차량 가치 측정 방식을 갖고 있는데 미국에서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 매각 방식도 간편한데, 차를 매각하려는 사람은 차 값을 재볼 때 별도로 비용을 내지 않는다.(물론 수수료가 차 가격에 어떻게든 포함되겠지만) 매각 절차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절차는 차주가 자기 차의 상태를 KBB 사이트에 입력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차종이나 마일리지는 물론, 차의 각 부위별로 손상상태 등을 세밀하게 기록한다. 처음 평가를 해봤을 때 인상은 생각보다 상세해서 평가항목을 기입하는데 20여분 이상 걸렸다. 평가가 끝나면 ‘즉시’ 온라인 상으로 우선 이 차를 팔았을 때 받을 수 있는 가격의 범위를 알려준다. 필자의 경우 1만1500불 정도 받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차를 1년 전 1만8000달러에 구입한 것을 감안하면 기대보다는 좋은 평가였다. 필자의 차량과 비슷한 차가 1만4000~1만5000달러 선에 판매되고 있다는 것도 확인하자 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차 팔고 돈을 손에 쥐는데까지 5일
차량 가격 범위가 정해지면 이런 조건의 차량을 구입하겠다고 미리 KBB에 등록해 둔 중고차 딜러의 명단이 나온다. 이들과 교섭해서 차량 가격을 협상하면 되는데, KBB에서 제시한 가격 범위는 워킹데이로 3일 유효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격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해 서두르라는 뜻이다. 필자의 경우 월요일 밤에 사이트에서 평가를 했는데, 그날 밤 딜러 중 한 곳에서 연락하겠다는 메일이 왔고 다음날인 화요일 오후 전화가 와서 수요일에 미팅 약속을 잡았다. 미팅 당일 바로 가격 협상을 한 후 사인을 하고 수표를 받았다.
미팅을 했을 때 딜러사에서 KBB 결과를 감안해 다시 차량 점검을 했는데 1시간 정도 걸렸다. 차량의 청소 상태까지는 꼼꼼이 보지 않지만 담배냄새가 나는지, 애완동물 흔적이 발견되는지 등은 중요 체크 사항이다. 딜러가 실제로 주변을 한바퀴 달려보면서 파워트레인(엔진과 변속기) 상태까지 꼼꼼하게 확인하는 게 보였다. 그리고 나서 딜러사에서 인수 가격을 제시한다. 우선 이 가격을 무조건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한번 더 협상을 하거나 다른 곳에 가서 또 가격을 받을 수 있다. KBB에서 제시한 가격은 3일간 유효하다. 딜러사에서도 하루 이틀 기다려준다. 필자의 경우 딜러사에서는 KBB에서 제시한 범위와 비슷한 1만1500달러를 불렀고 필자는 현재 비슷한 조건의 차 판매가격을 거론하며 버텼다. 결국 1만2200달러에 1주일간 렌트비 절반을 부담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연수 막판에는 시간이 금이라 굳이 더 밀고당기기를 하기 싫었다.
차를 매각한 돈은 수표로 주는데 그 길로 바로 은행에 입금을 했고 이틀 뒤 인출했다. 결론적으로 월요일 밤에 견적을 내서, 수요일에 계약, 금요일에 인출. 총 5일 걸린 셈이다. 다만 필자가 간접적으로 체험한 지인의 사례를 보면, 은행이나 딜러사에 따라 총액을 인출하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중고차 업체에서 주는 수표를 한국에서 현금으로 찾을 수 있긴 하지만 수수료가 몇만원 이상 들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현지에서 마무리하는게 좋다. 또 현지 계좌를 닫고 올 요량이라면 더욱 그렇다.
아예 계약만 먼저하고 차를 끝까지 이용하는 옵션도 협상가능하다. 필자의 경우 딜러사에서 먼저 지금 차를 계속 타다가 출국 전날에 주고 수표를 받아가라고 했다. 하지만 필자는 현금을 갖고 계좌를 닫고 가려고 미리 수표를 받았다.

발품 팔면 더 받을 수 있을지도
KBB를 이용하는게 편리한 편이긴 하지만, 애초부터 KBB에서 제시한 가격에 묶여서 더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것은 단점으로 느껴졌다. 애초부터 이 정도의 차량이 얼마 정도 하는지 정보가 부족한 판매자 입장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필자의 경우 차량 견적을 받고 나서 현재의 중고차 판매 가격을 찾아봤는데 딜러사가 2000~3000달러 이상은 남기는 것 같았다. 또 KBB가 딜러사를 연결해주면서 당연히 수수료를 받을 것이기 때문에 이 수수료만큼의 손해도 발생한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
또 중고차 시장이 빠르게 변하는 것도 변수다. 필자가 차를 팔 시점의 경우 미국은 2차 코로나 확산기를 맞고 있었다. 신차 시장이 쪼그라들고 세컨드카를 팔아치우는 사람이 늘면서 중고차 가격도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인 타운에서는 중고차 가격 하락세가 심해 출국 1개월 전에 미리 차를 팔고 렌트를 했다는 사람의 얘기도 들렸다.

진짜 급한 경우에는 카맥스?
차를 진짜 급하게 팔아야 하는데 협상하고 이런 절차가 번거롭다면 근처의 ‘카맥스’를 가면 된다. 카맥스는 중고차 프랜차이즈로 전역에서 영업 중인데, 차 인수와 판매 절차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하는 것을 경쟁력으로 홍보하고 있다. 차를 갖고 가면 몇시간만에 가치 평가부터 수표로 대금을 지급하는 것까지 끝난다고 한다. 다만 카맥스의 경우 일반 딜러 등과 비교해 좀 더 가격을 짜게 쳐주는 일이 많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카맥스에서 차를 구입한 지인은 카맥스와 동네 딜러 둘다 견적을 받았는데 카맥스에서 구입한 차라 그런지, 동네 딜러에서 카맥스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카맥스가 대도시 주변에만 있는 것도 단점이다. 딜러가 영 미심쩍은 경우, 속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경우, 시간이 촉박한 경우 대안으로서 카맥스도 고려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