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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상황 속 미국 연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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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상황 속 미국 연수 생활

미국 연수를 앞두고 있는 분들은 연수 때 현지 상황이 어떻게 될 지가 제일 궁금할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시로 상황이 바뀌어서 예측이 어렵다”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22년 2월 초 현재 상황은 6개월 전에 비해 안 좋습니다. 하지만 희망도 보입니다.

제가 연수 중인 CSIS에서 진행하던 오프라인 모임은 모두 온라인으로 전환됐습니다. ‘오미크론’ 때문이죠. 사적인 모임들도 가급적 자제하는 분위기 입니다. 실내 마스크 착용이 다시 의무화되고 1,2차 접종 뿐 아니라 부스터 접종까지 증빙해야 입장이 가능한 곳도 생겨났습니다.

백신을 이미 맞은 사람도 감염되는 ‘돌파감염’의 위력 앞에 미국은 부스터샵 접종 기간을 조정했습니다. 화이자의 경우 부스터샷 접종 가능시점이 2차 접종 후 기존 6개월 에서 5개월로 한 달 앞당겼습니다.

또 코로나 확진자의 자가 격리기간도 무증상일 경우 10일에서 5일로 대폭 단축 시켰습니다. 증상이 나타나는 시점을 기준으로 앞 뒤 2~3일 정도가 전파력이 가장 높다는 게 격리기간 단축의 논리입니다. 하지만 오미크로 확진으로 인한 자가격리 인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사회 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격리기간 단축의 실체입니다. 지난해 연말에는 겨울방학과 크리스마스 연휴로 항공수요가 늘었지만 자가격리 승무원들이 많아지면서 항공편 결항이 속출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오미크론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미국의 현재 분위기는 다시 2021년 초로 돌아간 것 같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제가 연수를 시작하던 지난해 7월에는 미국의 일상생활이 거의 정상수준에 가까웠습니다. 백신 1, 2차를 맞으면 코로나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미국 사회 곳곳에서 느껴졌습니다. 그 동안 사람들과 대면 접촉을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며 그야말로 활기가 넘쳤죠.

유명 레스토랑에는 1시간 넘게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었고, 코로나로 1년 반 이상 문을 닫았던 실내 공연도 속속 영업을 재개했습니다. 연수를 나올 당시 한국은 레스토랑 영업시간 제한, 모임인원 규제 등 코로나의 중압감에 억눌려있던 상태라 미국의 자유로운 상황이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겨울부터 ‘오미크론’이 극성을 부리면서 제가 연수하고 있는 워싱턴DC의 싱크탱크인 CSIS도 다시 ‘코로나’ 모드로 돌아갔습니다.

지난 2019년 코로나가 터지면서 CSIS 연구원 대부분이 ‘재택근무’에 들어갔습니다.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한 워싱턴DC의 다른 싱크탱크들과는 달리 CSIS는 코로나가 잠시 잠잠했던 지난해 여름과 가을에는 제한적이었지만 오프라인 모임이 가능했습니다.

특히 빅터 차 CSIS 한국석좌가 2주에 한 번 정도 각계 전문가들을 CSIS로 초청해 연수자들과 함께 질의, 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무척 유익했습니다. 초청 연사 중 한 명인 캐서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대사는 생각보다 키가 굉장히 커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초청연사와 점심식사를 겸한 세미나가 끝나면 CSIS에 나와 있던 한국인 연수자들이 모여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것도 CSIS 연수의 또 다른 매력이었습니다. 저는 2021년 여름부터 연수를 시작했는데 그 전에 CSIS에 연수를 나온 분들은 코로나로 오프라인 모임을 하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미크론’이 번지면서 CSIS의 점심 세미나도 더 이상 여의치 않은 상황입니다. CSIS에서도 지난 연말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올해는 대부분의 행사를 온라인 줌(zoom) 미팅으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연수자들에게 잠깐 열렸던 황금 같은 윈도우가 다시 닫힌 셈입니다.

미국 연수활동이 정상화가 되는가 싶더니 ‘오미크론’의 여파가 큽니다.

하지만 올 여름에는 분위기가 또 바뀔 것 같다는 희망도 해봅니다. ‘오미크론’이 전파력은 강하지만 파괴력은 한층 약해졌다는 평가입니다. 확진자들도 최근에는 일반 감기를 앓는 정도에 그쳤다라는 후기를 내놓습니다. 물론 백신도 맞고 지병도 없는 사례에 해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