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학교 급식을 집어삼키다
그렇게 기다리던 아이들 첫 미국 하교 날. 학교 생활은 어땠는지 등에 대한 기대로 아이들을 픽업하러 갔다. 여섯 시간 동안의 영어 수업을 어떻게 견뎠는지도 궁금했다. 이렇게 영어로만 둘러싸여 공부한 적은 처음이었으므로.
멀리서 차를 기다리던 중학생 첫째의 표정이 좋지 않다. 차에 타자 마자 뱉는 한마디. “배고파.” ‘이상하네. 햄버거, 우유, 피자 같은 미국 급식을 먹었을텐데…’
미국은 아침 급식도 준다. 그래서 든든히 먹었을 줄 알았다. 주긴 주는데 급식의 양과 질이 문제였다. 아이의 아침 급식은 초코 우유와 빵이 나왔는데 일단 초코 우유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버렸다고 한다. 물에 초코 가루 아주 조금 타놓은 맛이었단다.
점심엔 처음이라 급식실 찾는데 시간이 걸렸다. 늦게 갔더니 음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고 한다. 남아 있는 음식은 당근 등이 있었는데 이마저도 맛이 너무 없어 한 번 씹고 버렸다고 한다. 한국에서 초등학교 때 그렇게 맛있는 급식을 기대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 불쌍한 모습을 본 한 미국 친구가 ‘엄마한테 도시락을 싸달라고 하는게 나을 거야.’라고 충고하더란다.
이어 둘째의 초등학교로 픽업을 갔다. 설마 초등학교는 괜찮겠지.
둘째 역시 차에 타자마자 ‘배고파!!’를 외친다. 급식 때 닭다리를 한 번 씹고서는 바로 맛이 이상해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한다. 4시30분쯤 집에 와서 두 아이는 이른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이 때문에 아내는 매일 도시락을 두 개 싼다. 한국에서도 안한 고생을 여기까지 와서 한다.
보기엔 미국 급식제도는 잘 돼 있다. 미리 어플을 깔고 급식 메뉴를 확인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 바쁜 학부모들을 위해 아침까지 준다. 메뉴엔 닭고기와 과일 등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음식이 수두룩하다. (사진 참고)
그런데 음식 대부분이 냉동 식품이다. 여기저기 물어보니 ‘코로나’로 사람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간편한 냉동 음식으로 대체한다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스쿨버스 기사도 부족하다. 그래서 가끔 어떤 스쿨버스 라인은 갑자기 수업 중에 ‘오늘 운영이 안된다’는 문자가 학교로부터 오기도 한다.
처음에 아이들이 도시락 음식을 남겨왔다. 잘 먹는 둘째 아이까지 남겨오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 시간표를 보니 점심 시간이 22분이다. 한국에서 1시간씩 점심 시간을 갖다가 22분의 짧은 시간에 먹으려고 하니 시간이 부족한 것이다. 물론 중간 스낵 타임에 과자 등 간식을 먹긴 하지만 턱없이 배고플 것이다. 여기선 점심을 정식 식사 시간이 아닌 간단히 배를 채우는 개념인 듯 하다.
위에서 언급했던 스쿨 버스도 문제다. 코로나로 드라이버도 부족하고 이들에 대한 처우도 안좋다보니 가끔 파업을 한다. 그럼 학교에서 급히 학부모들에게 직접 픽업하라는 문자를 보내고 그날 픽업 라인은 길어진다. 문제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 이럴 때 매번 급하게 대체자를 구하거나 아님 이웃에게 부탁해야한다는 것이다.
급히 대체자를 구하기는 눈이 올 때도 그렇다. 눈이 많지 않은 지역이다 보니 눈 예보만 나와도 학교가 쉰다. 비가 온 후 기온이 낮아 도로가 얼 것 같아도 쉰다. 충분한 제설 장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얼음 빙판에 대한 대책도 거의 없다.
각 학교는 이럴 때를 대비해 3일 정도의 예비 휴일을 재량껏 쓸 수 있다. 가끔 한국 동료들이 이 곳(NC)에 눈이 많이 와서 교통이 마비되고 정전됐다는 기사를 보내준다. 하지만 막상 현장엔 겨우 1~2센티미터의 눈이 쌓였을 뿐이다. 이 때문에 일부 주민들은 ‘폭설’을 대비한다며 사재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자동차에 미리 기름을 가득 채워놓거나 비상 전력을 마련하기도 한다. 한국인 눈으로 보면 과잉 반응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