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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쇼 – 미국 기업들의 고향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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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라웨어? 거기가 Where?


저는 미국 동부의 델라웨어라는 곳에 와 있습니다. 이 지역은 50개 주 중에서도 로드아일랜드 다음
으로 작은 주입니다. 연수를 떠나오기 전에 “델라웨어로 갑니다.”라고 하면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미국에서도 델라웨어라고 하면 “Where?”라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는 농담
도 들었구요.


실제로 미국에 와서 여행을 다니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멀리 떨어진 남부나 서부의 마을에
서는 차라리 “필라델피아 근처”, “펜실베이니아 옆”이라거나 “뉴욕과 워싱턴 D.C. 사이”에서
왔다고 말하는 편이 나았습니다.


구글과 애플, 트위터의 본사를 찾아라


구글, 애플, 트위터, GE(제너럴 일렉트릭), 버라이즌(Verizon).
“이 회사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IT 회사? 통신업체?
여기에 GM(제너럴 모터스), 포드를 추가한다면 어떨까요. 자동차에 관심이 있는 회사?
BOA(뱅크 오브 아메리카), 도이치 뱅크도 추가한다면. 월마트, 코카콜라까지 가세한다면….


감을 잡기가 힘드신가요, 그럼 약간 바꿔볼까요.
“구글과 애플, 트위터의 본사는 어디에 있을까요”단, 여기서 ‘본사’가 ‘어디’에 있느냐는 말은
법인의 서류상 주소가 어디냐는 의미입니다. 상법(회사법), 세법 등의 적용을 받는 기준으로서의 소
재지를 말합니다.


본사들의 ‘고향’은 바로‘1209 North Orange Street, Wilmington, DE, USA’입니다. 무지막지한 유명
기업들이, 비록 서류상이기는 하지만, 모여 있는 곳이라고 하기에는 볼품이 없습니다. 지상으로는 단
층 건물이고 지하까지 포함해도 2~3개 층 밖에 사용하지 않습니다. 상주 인원도 많지 않습니다. 유명
기업은 그저 우편함을 통해서만 이름을 볼 수 있습니다.


이곳을 가보면 ‘기업 신탁 센터’라는 안내판이 건물 입구에 붙어있습니다. 건물 주인은 CT 코퍼레이
션이라는 네덜란드의 다국적 기업으로 알려졌습니다. ‘등록 에이전트’로서 기업 운영을 돕는 역할인
데요. 만약 델라웨어 주에 서류상 본사를 두고 실제로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운영을 하는 기업인 경우
각종 우편물을 받거나 기타 업무 등을 처리하려면 에이전트의 도움이 필요하겠지요. 내부는 함부로 들
어갈 수 없게 통제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주마다 법 체계가 다르고 내용도 판이해 ‘준거법’으로서 어느 주의 법을 따르느냐가 중요합
니다. 미국은 연방(Federal) 정부와 주(State) 정부가 서로 다릅니다. 이로 인해 각 주별로 회사에 대
한 법 적용도 천차만별입니다. 따라서 회사를 만들 때에는 어느 주에 법인을 설립할 것인지가 매우 중
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미국의 50개 주 중에서도 델라웨어 주는 ‘기업 친화적’인 곳으로 유명합니
다. 회사 설립과 운영에 관련한 법률이 다른 주에 비해 월등히 간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국 회
사들이 본사의 서류상 소재지를 델라웨어로 삼은 사례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델라웨어 주의 회사법은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연수를 오기 전에 만난 한 고위 법조인은
최근 우리 상법을 개정할 때에도 델라웨어 주법을 많이 참고했다고 말했습니다. 요즘은 미국법이 소위
‘대세’입니다. 과거 우리나라는 이른바 ‘대륙법 계’의 전통이 강했습니다. 법학자나 법조인 실무
가들도 독일로 유학을 가는 사례가 많았지요. 이는 한국 근대법학의 역사적 연원과 무관치 않습니다.
독일과 같은 대륙법계의 법령이 옆 나라 일본을 거치면서 약간 변형돼 우리나라로 왔기 때문(이를 계
수라고 하지요)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영미법 계’의 본산인 미국으로 연구나 연수를 오는 사례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 상법을 고칠 때 델라웨어 주 회사법을 참고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겠지요.


인구보다 회사가 많은 곳


“미국 상장기업의 절반 이상, 500대 회사의 65%가 본사를 둔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델라웨어 주입니다. 델라웨어 주정부의 연간보고서(2013년)에 따르면 경제지 ‘포춘’(Fortune)
이 선정하는 500대 기업의 65%, 미국 상장기업의 절반 이상이 이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미국의 회사 가운데 105만 2천 여개의 기업 소재지가 델라웨어였습니다. 2013년에 미국 기업공개(IPO)
회사의 83%가 이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범위를 조금 더 넓히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43만
1천379개의 회사가 델라웨어에 새로 둥지를 틀었습니다. 물론 ‘서류상’으로요.


델라웨어 주의 인구는 89만7천934명(2010년 기준)입니다. 미국은 10년 마다 인구조사 센서스를 진행합
니다. 따라서 조사 당시보다 인구가 약간 늘어났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주민 수보다는 회사 숫자가
더 많다고 봐야 할 겁니다. 적어도 통계 수치로는.


미국에서는 회사를 등록한 주와 본사가 소재하고 있는 주가 달라도 기업 활동에 아무런 상관이나 부담
이 없습니다. 델라웨어의 경우 법인 설립 절차가 단순하고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합
니다. 게다가 회사법은 매우 기업 친화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율도 다른 지역보다 낮습니다. 기
업 입장에서는 이런 곳을 마다할 이유가 없겠지요.


참고로 주민들의 경우에도 각종 물품을 구입할 때 소비세가 ‘0’이어서 세금에 대한 불만이 적습니다.
물가가 싸게 느껴지는 측면도 있구요. 이런 ‘절세 노하우’도 있습니다. 인근 주의 대형아울렛에 가
서 어느 정도 비용 부담이 되는 옷을 샀다고 하지요. 이런 경우 매장에서 직접 결제를 하면 해당 주의
소비세율이 붙습니다. 고가의 옷일수록 세금도 많이 붙지요. 그런데 일정액 이상의 상품은 집으로 배송
을 해 줍니다. 배송비는 정액(예를 들어 15달러)을 받습니다. 델라웨어에 살기 때문에 세금은 내지 않
아도 됩니다. 즉 ‘매장 결제’ 대신 ‘집 배송’을 택하면 더 적은 돈을 내는 경우가 생깁니다. 따라
서 고객은 이런 방법도 선택하지요.


어쨌건 이런 저런 연유로 미국의 상장기업이나 유명 회사들 중에서는 델라웨어에 소재지를 둔‘델라웨
어 법인’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새로 회사를 만들 때에도 델라웨어에 설립하는 것을 선호하는 추세
입니다. 델라웨어 주의 연간보고서(2013년)에서는 미국에서 창업한 71개 벤처회사 중 무려 69개 업체
가 이 지역에 ‘홈’(home)을 마련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델라웨어는 조세 피난처인가 아닌가


미국 회사들은 기업 설립, 운영의 자유와 세금 감면의 혜택을 찾아 델라웨어 주를 찾아오는 사례가 많
습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무리가 섞여있기도 합니다. 소위 조세 피난처, 조세
회피지역(Tax Heaven)을 찾아오는 것인데요. 델라웨어 주도 그런 곳이 아니냐는 얘기를 들을 때가 많습
니다. 이에 대해 델라웨어 주는 정부 홈페이지를 통해 ‘아니다’고 답변합니다.


홈페이지에서는 델라웨어가 미국의 ‘내륙 조세 피난처’라는 얘기를 잘못된 ‘신화’(Myth)라고 규정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실’(Fact)은 ‘델라웨어 주를 케이맨 제도(카리브 해의 영국령 제도. 조세 회
피처)와 같은 곳과 비교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델라웨어 회사들은 미국의 세법
체계를 따라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