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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여행, My heart will go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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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연수기 2.
크루즈 여행, My heart will go on.

아이들 겨울 방학을 맞아 2주간 플로리다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마이애미, 템파, 키웨스트 등 모든 도시가 아름다웠지만, 그중에서도 아직 잊지 못하는 게 올란도에서 출발했던 바하마 크루즈입니다. 뉴욕, 워싱턴 등 주요 관광지 여행에서도 시큰둥했던 초등학생 아이들은 4박 5일 크루즈 여행은 꼭 다시 가자고, 지금이라도 당장 예약하라며 ‘크루즈 향수’를 앓고 있습니다. 저도 그동안 크루즈는 왠지 중·장년들이 하는 여행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데요, 이번에 직접 해보고 나서는 영화 타이타닉 주제가처럼 크루즈를 향해 My heart will go on and on하고 있습니다. 여행 시작 전, 셔틀 버스 기사가 “크루즈 여행을 안 해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해 본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는데요, 그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저희 가족도 벌써 두 번째 크루즈 여행을 알아보느라 구글 검색을 하고 있으니까요. 크루즈의 장점을 몇 가지 생각해봤습니다.

그림 1 크루즈 외관.

1.바다 위의 리조트
저는 그동안 크루즈를 그냥 수영장 등 오락 시설을 갖춘 대형 선박 정도로 생각했는데요. 이번에 직접 경험해보니 아예 대형 리조트를 바다 위에 띄운 게 크루즈였습니다. 기항지 관광만큼이나 크루즈 자체가 하나의 여행지였습니다.

제가 이번에 이용한 크루즈는 15층 높이에 최대 4560명의 승객, 1400여명의 승무원이 탑승할 수 있는 규모였습니다. 배밖에서 바라본 크기는 웬만한 빌딩보다 컸습니다. 배 안에는 여러 개의 수영장, 워터슬라이드, 서핑, 월풀, 암벽등반 등 종일 놀아도 될만한 오락 시설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크루즈 안에서 서핑을 배웠고, 아이들은 처음으로 암벽등반에 도전하기도 했습니다. 대서양 한가운데 떠 있는 배 갑판 위에서 수영을 하고, 클라이밍을 한 것이지요, 카지노와 공연장, 아이스링크, 카페 등도 있어서 크루즈 안에서 노는 것으로도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승객이 배 자체를 즐기고 있는 동안에도, 크루즈는 기항지를 향해 이동하고 있으니 여행 시간도 절약할 수 있는 셈입니다. 이 모든 시설과 승객을 싣고도 배가 바다 위를 항해다는 것이 아직도 신기합니다.

2. 바다 위에서 본 일출과 일몰.

그림 2 발코니에서 바라본 카리브해의 일출

“본전 뽑았다” 크루즈에서 첫 일출을 보고 나서 가족에게 한 말입니다. 대서양에서 카리브해으로 이어지는 바닷가에서 본 일출의 오묘한 색깔은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해변에서 보는 일출과 일몰도 충분히 멋있지만, 바다 한가운데에서 보는 건 또 다른 감동이 있었습니다. 깊은 밤, 암흑 같은 바다를 항해할 땐 시커먼 파도를 바라보며 타이타닉 승객들이 겪었을 공포와 두려움을 떠올려보기도 했습니다. 일반 여행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들이지요.

저는 객실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가격이 다소 비싼 ‘발코니룸’을 선택했는데요, 자기 전에 발코니 커튼을 열어두면, 이튿날 아침 쏟아지는 햇빛에 알람도 없이 잠이 깨는 호사스러운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크루즈에서 멋진 해돋이를 본 것만으로도 여행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3. 친절한 승무원.
제가 이용한 크루즈는 객실 승무원뿐 아니라 식사 서빙을 하는 승무원들도 지정돼 있었습니다. 아마 다른 크루즈도 비슷할 것 같은데요. 얼마나 친절하게 승객을 대하는지 서비스 정신에 감동할 정도였습니다. 첫날 객실 담당 승무원에게 소파 베드를 어떻게 펴고 접는지 물어보니 “당신은 휴가 중인데 왜 그걸 직접 하느냐. 내가 시간 맞춰 해 줄 테니 걱정말라”고 하더군요. 늘 객실을 깨끗하게 정돈해두고, 아이들을 위해 타월로 인형을 만들어두기도 했습니다. 일반 호텔들이 코로나를 이유로 객실 정돈을 최소화하는 것과는 달랐습니다.

식당에서 만난 승무원들도 마찬가지로 친절했습니다. 아이들도 정이 들었는지, 승무원들의 이름을 외우고는 꼭 그 승무원들이 있는 배를 다시 타자고 합니다. 크루즈는 매일 1인당 기본 팁 15불 정도가 있었는데요, 4인 가족 기준으로 하면 매일 60불 정도를 팁으로 주는 것이니 만만치 않은 액수지요. 하지만 팁이 전혀 아깝지 않은 친절이었습니다. 저희 가족도 빠듯한 연수생 살림이지만, 추가로 팁을 더 주고 왔습니다.

4. 근사한 식사

그림 3 크루즈 다이닝룸

크루즈 여행 비용엔 술과 탄산음료를 제외한 삼시세끼 식사가 다 포함돼 있습니다. 물론 추가 비용을 더 내면 좀 더 비싼 메뉴를 이용할 수 있지만, 기본으로 제공되는 식사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 매 식사때마다 에피타이저와 메인 메뉴, 디저트까지 웬만한 레스토랑 이상의 메뉴를 제공했습니다. 정찬이 질리면, 뷔페를 선택해서 먹을 수도 있었습니다. 여행을 가면 어디에 가서 뭘 먹을지,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가 늘 고민이었는데, 크루즈 여행은 시간에 맞춰 식당에 도착하기만 하면 근사한 정찬을 할 수 있으니 먹을 걱정은 전혀 안 해도 되는 것이지요. 하루 세끼 외에도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피자와 아이스크림, 아이스티 등이 있어서 배고플 틈이 없었습니다. 크루즈 여행이 끝나고, 플로리다 여행을 이어가면서도 제일 아쉬었던 것이 정성스럽게 차려주는 식사였습니다.

5. 기항지 관광

그림 4. 크루즈에서 바라본 기항지 ‘코코케이’

제가 이용한 크루즈 여행은 바하마의 수도 나소, 크루즈 선사의 사유섬인 ‘코코케이’ 두 곳을 기항지로 정했습니다. 기항지에 내려주면 그곳에서 배가 떠나기 전까지 종일 노는 것이지요. 첫 번째 기항지인 나소의 경우엔 동남아와 비슷한 느낌이어서 별다른 인상을 받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크루즈 선사가 바하마의 섬 하나를 사서 만든 ‘코코케이’는 지상낙원처럼 느껴졌습니다. 크루즈 선사가 섬을 통째로 리조트로 만든 것이었는데요. 작은 해변마다 특색있게 꾸며놓았고, 대형 워터파크까지 갖추어놓았습니다. 바다 위에 띄워놓은 플로팅 바(floating bar)를 보고 있으니 ‘파라다이스를 만들겠다’는 크루즈 선사의 야심 같은 것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6. 동남아 관광 정도의 비용

저희는 4인 가족, 4박 5일 여행에 총 3000달러 정도를 썼습니다. 기본 여행비용에 기항지 관광, 와인과 칵테일 등 추가 비용이 모두 포함된 총액입니다. 아마 비슷한 기간, 동남아 관광을 가면 이 정도를 쓰지 않을까 싶네요. 이 정도 비용이라면 호화 여행을 즐기면서도, 흔히 말하는 가성비도 챙길 수 있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저희는 가격이 좀 더 비싼 발코니 객실을 이용했는데요, 저렴하게 가고 싶다면 창이 없는 ‘내실’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객실에서 바라보는 바닷가만 포기한다면, 훨씬 경제적인 여행이 가능합니다. 사실 크루즈에서 노느라 객실에 머물 시간이 별로 없기도 합니다.

쓰고 보니 크루즈 홍보자료 같기도 합니다만, 어떤 ‘뒷광고’도 없었습니다^^. 한국에 돌아가면 비용도 훨씬 비쌀 테고, 대형 크루즈를 이용하려면 또 해외로 이동해야 하니 연수 시절인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백신접종 여부와 승선 전 코로나 테스트 등 사전 점검을 철저히 하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코로나로 뒤숭숭한 시절이지만 동료 연수생 선후배 여러분들도 잘 준비하셔서, 꼭 한번 배로 떠나는 여행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