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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의 보석 ‘스프링스’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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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의 보석 ‘스프링스’를 아시나요

노 현 매일경제 차장

미국 연수생들이 반드시 가게 되는 여행지 중 하나가 플로리다입니다. 겨울에도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온화한 기후와 야자수들이 빚어내는 이국적 풍경, 끝없이 펼쳐진 백사장과 탄성을 자아내는 에메랄드빛 바다, 디즈니월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로 대표되는 테마파크의 천국…. 플로리다가 갖는 매력은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세계의 휴양지’라는 별칭답게 계절과 상관없이 플로리다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저 역시도 플로리다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 사람 중 하나입니다. 지난해 9월 노동절 연휴를 시작으로 아이들 겨울방학과 봄방학에 이르기까지 플로리다만 30일 넘게 여행을 했으니 말입니다. 워낙 유명한 곳인 만큼 정보도 넘쳐나지만, 의외로 여행 후기에는 잘 언급되지 않는 곳이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스프링스(springs)’입니다.

패닝 스프링스 (출처:www.floridastateparks.org)

스프링스는 한 마디로 ‘천연 수영장’입니다. 지하수를 품고 있는 지층에서 지표면의 구멍을 통해 물이 솟아올라 물웅덩이를 만들고, 웅덩이를 채우고 넘친 물은 아래로 흘러 강을 이룹니다.

현지인들에게 스프링스는 최고의 피서지 입니다. 신나게 물놀이를 즐기다 물 밖으로 나와 일광욕을 하고, 출출하다 싶으면 근처 피크닉 테이블에서 바비큐를 해 먹거나 집에서 싸 온 샌드위치를 먹으며 휴식을 취하는 게(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챙겨간다면 라면도 끓여먹을 수 있습니다) 이 곳 사람들이 스프링스를 즐기는 방식입니다. 적고 보니 한국 사람들이 계곡에서 노는 것과 비슷하네요. 플로리다가 산이 없는 지역임을 감안하면 스프링스 물놀이를 ‘미국 판 계곡 물놀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주니퍼 스프링스 (출처:www.visitflorida.com)

스프링스에서 즐길 수 있는 건 수영뿐만이 아닙니다. 다이빙, 스노클링, 카누와 카약 타기, 캠핑, 트래킹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습니다. 튜브를 탄 채 물을 따라 흘러가며 주변 경치를 구경하는 튜빙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입니다. 일부 스프링스에는 글래스 바텀 보트(glass-bottom boat) 투어도 즐길 수 있습니다. 바닥이 투명한 보트를 타고 물 밖 경치뿐만 아니라 물 속 경치까지 감상하는 액티비티입니다.

솟아나는 물이 얼마나 되길래 보트를 탈 정도냐고요? 엄청납니다. 큰 스프링스의 경우 하루에 수백만 갤런의 물을 길어냅니다. 스프링스는 하루에 얼마만큼의 물을 뿜어내느냐에 따라 등급이 나뉘는데, 1등급 스프링스의 경우 하루에 6500만 갤런(약 2억 4600만 리터)이상의 물이 나옵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이런 곳이 플로리다에 33곳이 있습니다.

스프링스의 물은 ‘크리스털 클리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맑습니다. 정말로 속이 훤히 들여다보입니다. 재빨리 물 속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물고기와 흐느적거리는 수초들, 물에 잠긴 나뭇가지들과 바위들, 이 모든 것들이 손에 잡힐 듯 보입니다. 게다가 물 색깔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에메랄드, 혹은 사파이어 빛깔의 영롱한 모습은 흡사 보석 같습니다. 그래서 스프링스를 일컬어 ‘액체로 된 보석’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블루 스프링스(출처:www.floridastateparks.org)

스프링스에서는 사시사철 수영이 가능합니다. 솟아나오는 물이 연중 온도가 일정한데, 대략 화씨 72도(섭씨 22.2도) 근처입니다. 때문에 겨울에도 수영을 즐길 수 있습니다. 물이 따뜻하기 때문에 매너티들이 스프링스에 겨울을 나러 오기도 합니다. 매너티는 두터운 지방층을 갖고 있으나 의외로 추위에 약하다고 하네요. 수온이 차면 폐렴에 걸려 죽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물이 따뜻한 스프링스에 와 겨울을 나고 새끼도 돌봅니다.

매너티 이야기가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스프링스는 동물을 관찰하기에도 매우 좋은 장소입니다. 매너티를 비롯해 수달, 악어, 사슴, 거북이 등의 동물과 온갖 종류의 물고기, 양서류, 새들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기도하기 때문입니다.

플로리다 전체에 있는 스프링스의 개수는 알려진 것만 1000개가 넘습니다. 특별히 경관이 아름다워 주립공원(state park)으로 지정된 것만 21곳이나 됩니다. 플로리다에는 왜 이리 스프링스가 많은 것일까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첫째는 플로리다의 지층이 수천 피트 두께의 다공성 석회암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입니다. 다른 하나는 풍부한 강수량인데, 플로리다에는 지역에 따라 연간 최대 강수량이 100인치에 달할 정도로 비가 많이 내립니다. 수백만 년에 걸쳐 지표 아래쪽으로 스며든 빗물이 서서히 석회암을 녹이고, 이러 인해 물로 가득 찬 지하 동굴과 저수지가 만들어집니다. 여기에 고인 물이 지하에서 압력을 받아 솟아나오는 것입니다.

스프링스가 좋은 것은 알겠는데, 가볼 곳이 워낙 많아 따로 스프링스를 들러볼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고요?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플로리다 주요 도시 근처에 갈만한 스프링스들이 널려 있거든요. 디즈니월드가 있는 올랜도를 예로 들어 볼까요. 도심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웨키와(Wekiwa) 스프링스 주립공원이 있습니다. 블루 스프링스 주립공원은 50분 거리에, 드 레온 스프링스 주립공원은 1시간 거리에 있습니다.

몇가지 예를 더 들어보죠. 템파에서 북쪽으로 1시간 거리에는 위키 와치(Weeki Wachee) 스프링스 주립공원이 있고, 실버 스프링스는 오캘라(Ocala)에서 불과 15분 거리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스프링스로 꼽히는 레인보우 스프링스 역시 오캘라에서 30여분 거리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게인즈빌(Gainsville) 반경 1시간 거리 근교에는 매너티 스프링스와 이체터크니(Ichetucknee) 스프링스, 길크리스트 블루(Gilchrist Blue) 스프링스 주립공원이 있고 플로리다의 주도인 텔러해시 근처에는 와쿨라(Wakulla) 스프링스 주립공원이 있습니다. 여행 일정 중간에 짬을 내어 근처 스프링스에 들러 보신다면 잊지 못할 색다른 체험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체터크니 스프링스 (출처:www.visitflorida.com)

스프링스에 들러보기로 마음을 정하셨다면 몇 가지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일찍 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보통 오전 8시에 문을 여는데, 한여름 성수기에는 9시도되기 전에 주차장이 가득 차 입장이 안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저의 경우 아이들 봄방학이던 지난 4월 초 올랜도 가는 길에 블루 스프링스를 들렀는데, 11시쯤 방문했더니 입장이 불가능했습니다. 다행히 천신만고 끝에 웨키와 스프링스에 들어갈 수는 있었습니다만 4월 초라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정상 일찍 가기가 어렵다면? 3시 이후를 노려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아침 일찍 와서 물놀이와 바비큐를 즐기고 공원을 나가는 사람들이 제법 있으니까요.

실버 스프링스, 와쿨라 스프링스, 블루 스프링스 등에서 매너티를 보려면 겨울에 가야 합니다. 물놀이를 즐기기 위해서는 당연히 여름이 좋습니다. 제가 웨키와 스프링스를 방문했던 날은 흐리고 바람이 불어서 그랬는지 아이들은 물이 차다는 의견이었습니다(저는 시원하고 좋았습니다만). 그리고 근처에 숲이 우거져 있다 보니 날벌레들이 좀 있습니다. 물리면 상당히 가렵습니다. 가려움도 오래 가고요. 그러니 버그 스프레이를 필히 챙겨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덧붙여 과도한 기대는 금물입니다. 제가 ‘미국 판 계곡 물놀이’라고 설명 드렸듯, 깨끗한 물에서 여유롭게 물놀이를 즐기고 맛있는 음식도 해 먹겠다는 마음으로 방문하시면 만족스러운 장소일 것이나 화려한 경치나 볼거리를 기대하시면 실망하실 것입니다. 한나절 여유롭게 놀다 가겠다는 마음으로 즐기시다 가시면 좋겠습니다.

여행 이야기를 하는 김에 플로리다 여행지를 더 추천해 드릴게요. 플로리다 반도 서쪽 템파 인근 지역의 비치들입니다. 템파 만을 사이에 두고 템파와 마주보고 있는 클리어워터의 클리어워터 비치나 템파 남쪽 새러소타에 위치한 시에스타 비치 등이 대표적입니다. 낙조가 환상적이고, 파도가 잔잔한 편이라 수영하기에도 괜찮으며, 무엇보다 밀가루를 연상시키는 희고 고운 모래가 압권입니다. 달 밝은 밤에 보면 흡사 눈이 쌓인 듯한 황홀한 풍경을 자아냅니다. 플로리다의 비치는 어느 곳이나 모래가 희고 곱습니다만, 이 지역의 비치들은 그중에서도 특별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제가 가장 강추하는 곳은 클리어워티 비치 위에 있는 캘러데시 아일랜드(Caladesi Island State Park)입니다. 맞은편에 있는 허니문 아일랜드(Honeymoon Island State Park)에서 페리를 타고 15분 정도 가면 나오는 섬인데, 분위기가 정말 좋습니다. 자연 그대로인 아름다운 비치에서 의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실 겁니다. 한적하고 조용하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30분마다 운행하는(성수기 기준) 페리로만 입장할 수 있고, 페리의 최대 승선인원이 50명이 채 안 됩니다. 액티비티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카약을 타고 섬 주변 망그로브 숲을 누벼도 좋을 것입니다. 페리에서 돌고래들을 볼 수 있는 건 덤입니다. 돌고래가 혼자 돌아다닌다면 수컷, 여러 마리가 무리지어 다닌다면 암컷과 어린 돌고래라는 군요.

돌고래 얘기가 나온 김에, 클리어워터 비치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쭉 내려오면 나오는 세인트 피트(St. Pete) 비치에 가시면 돌핀 레이서 스피드보트를 탈 수 있습니다. 돌고래들이 보트 뒤를 쫓아오면서 보트가 만들어내는 파도를 타고 노는 놀라운 광경을 보실 수 있습니다. 돌고래들이 보트를 쫓아오기 시작하면 보트에서는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돌고래들이 파도를 넘을 때마다 승객들은 탄성을 질러대죠. 아름다운 템파만 전경을 구경하는 것은 덤입니다. 돌고래를 잘 보려면 맨 뒤 측면 자리가 좋습니다. 참고로 돌핀 레이서 스피드보트는 날씨 좋은 날 타시는 게 좋습니다. 돌고래들이 배가 불러야 잘 놀러 오거든요. 날씨가 안 좋은 날은 돌고래가 먹이를 구하기가 힘들고, 때문에 먹이활동을 하느라 보트 쪽으로 잘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