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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서쪽을 거들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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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연수를 오는 선후배님 모두 저마다 다양한 목표를 염두에 두고 있겠으나 여행은 공통 관심사항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도 많지 않았으니 기회 있을 때 가족들과 여행을 떠나는 것이 무척 기대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구체적인 여행지 선택이나 여행 스타일은 취향 따라 다를텐데 저도 ‘스탠더드’(?)와는 조금 다른 여행 정보를 전해볼까 합니다. 저는 플로리다를 1월초에 7박8일 일정으로 다녀왔습니다.

뉴욕을 비롯한 동북부 지역 거주자들은 대개 겨울에 플로리다로 많이들 향합니다. 겨울에 따뜻한 동네로 가는 기분도 삼삼한데다 덥지 않아(섭씨 20~30도 사이) 아이들도 돌아다니기 쉽죠.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면 시기결정에 다소 고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왜냐면 초등학생 겨울방학이 12월24일~1월초까지 2주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때 플로리다 여행지 물가도 비싸집니다.. 아이들이 있다면 당연 디즈니월드가 있는 올랜도를 빼놓을 수 없을 텐데요, 이때가 가장 피크시즌이라 할 수 있죠. 비행기 표 값도 비싼 게 당연하겠죠. 그래서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1주일간 학교에서 빼기로 결정했습니다. 미국에서 초등학생들은 학교 빠지는 게 큰 대사가 아니고 가족여행이나 현장학습이라고 메시지만 전달하면 간단합니다. 학교의 공식방학 전 1주일 먼저 아이를 ‘자체방학’시키고 12월 초나 중순으로 여행시기를 잡는 이들도 많습니다. 피크를 피해 비용도 조금 줄이고 디즈니월드에서 인파에 묻히지 않기 위한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됩니다.

플로리다 여행 코스는 올랜도 또는 마이애미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해안도로를 타고 다양한 비치를 경험하는 케이스도 있는 듯합니다.

여행일수가 큰 변수이긴 한데 7~9일 기준으로 하면 올랜도에서 디즈니월드를 구경하고 동쪽으로 한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케네디 우주센터나 데이토나비치를 들리거나 여기서 더 나아가 플로리다 해변도로를 따라 마이애미로 향하는 코스가 인기가 많은 듯합니다. 마이애미에서 미국 최남단이라는 키웨스트까지 찍고 오는 관광객도 많죠.

간단한 듯 해도 디즈니월드만 해도 테마파크가 4개나 되기 때문에 하루씩만도 4일이 걸립니다. 씨월드도 있고요. 올랜도에서 마이애미까지 4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마이애미와 키웨스트도 2~3일 정도만으로는 빠듯합니다. 연수자 대부분은 아이들이 있는 경우가 많아 디즈니월드를 빼기는 곤란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죠. 다만 테마파크를 모두 찍어야 한다는 강박만 벗어나면 조금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다만 디즈니월드 티켓은 3일권이나 1주일권이나 가격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테마파크에 꽂힌 가족이라면 1주일 내내 있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저는 플로리다에서 서쪽으로 눈길을 돌려보자고 권하고 싶습니다.
제 경우 8일 중 올랜도에 4일 할애하고 나머지는 서쪽 멕시코만을 택했습니다. 올랜도에서 1시간30분을 가면 플로리다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지역인 탬파가 나오고 20~30분만 더 남서쪽으로 가면 세인트피터스버그(St. Petersburg, 러시아 상트페테레부르크 이름을 따왔습니다. 이 도시 발전에 기여한 사람이 그 도시 출신이라 하더군요.)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 곳에 지난 2005년 미국 최고 해변으로 꼽힌 포트 드소토 파크(파크 내에 North beach와 East beach가 있는데 전자가 1위에 선정된 곳)가 있습니다. 모래는 밀가루 수준이고 나무와 벤치도 많아 한나절 쉬기는 안성맞춤입니다. 낚시를 좋아하면 파크 내에 있는 피어에서 바다낚시를 즐길 수도 있고 또 돌래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습니다. 세인트피터스버그 주변이나 30분 정도 올라가면 닿는 클리어워터 등지에서 배타고 나가 돌고래를 보는 여행상품도 있는데 이곳에서 그냥 무료로 감상할 수 있죠.

세인트피터스버그 주변에는 해산물 레스토랑도 다양한데 바닷가 식당을 접해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특히 10월~5월 사이에 볼 수 있는 플로리다 스톤 크랩은 꼭 한번 맛볼 음식입니다. 집게 발이 유난히 크고 단단한 것이 특징인데 게 특유 냄새(신선도가 떨어질수록 강해지는 비릿한 맛)도 없고 담백한 맛이 일품입니다.

세인트 피터스버그에 유명한 초현실주의 화가인 살바도르 달리 뮤지엄이 있는 것도 특이합니다. 달리 후원자이자 친구였던 미국인 컬렉터가 40년 동안 모은 작품을 전시할 장소를 미국 전역에서 찾던 중, 이곳을 낙점했다고 하네요. 허접한 것들 모아놓고 간판만 단 곳이 아니라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들도 많이 소장하고 있기 때문에 들러볼 만합니다. 참고로 탬파에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동물원(로리파크 ZOO)이 있는데요 기린이나 코뿔소 등에게 먹이를 줄 수도 있습니다.

세인트 피터스버그에서 1시간 정도 남쪽으로 내려가면 역시 아름다운 도시인 사라소타가 나옵니다. 우선 세인트피터스버그에서 사라소타로 가는 길에 275번 도로를 타면 탬파베이를 가로지르는 선샤인 스카이웨이 다리를 지나게 됩니다. 5마일이 넘는 이 다리를 타고 바다를 가로지르면 탄성이 절로 나오게 됩니다. 탬파에서 세인트피터스버그로 건너올 때도 바다를 건너게 되고 곳곳에 바다를 끼고 도로가 펼쳐져 있기 때문에 드라이브가 즐겁지만 아무래도 선샤인 스카이웨이가 제일인 듯 합니다.

사라소타에는 시에스타키, 리도키 등 유명한 해변이 있고 무엇보다 꼭 한번 가 볼만한 뮤지엄 중 하나인 링링뮤지엄이 있습니다. 서커스로 유명한 링링 부부가 1920년대 설립한 뮤지엄으로 컬렉션을 보면 당시 이 부부가 어마어마한 재벌이었음을 확인시켜줍니다. 특히 16~18세기 유럽 페인팅들이 눈에 띄는데 바로크 대표작가인 루벤스의 대형작품도 꽤 많습니다.

아트뮤지엄 뿐 아니라 서커스 뮤지엄과 멋진 정원도 있는데다 부부가 겨울에 머물던 베네치아풍 맨션도 불거리입니다. 바다를 접하고 세워진 맨션의 내부나 외부를 살펴보면 한번쯤 살아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이 맨션은 귀네스 펠트로, 에단 호크가 나왔던 영화 ‘위대한 유산’에도 등장했습니다. 귀네스 펠트로의 엄마인지 이모인지 기억이 어렴풋한데 늙은 부자여인네가 사는 아름답지만 쇠락하는 저택으로 나왔는데 그 이미지가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있네요. 전체 뮤지엄은 트램(작은 열차)을 타고 다닐 만큼 규모가 꽤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