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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정보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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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정보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한국에선 누구보다 소식에 빠른 사람이었는데, 미국에 와선 늘 소식에 늦어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게 아이들 학교 관련 소식이라면 상당히 난감해진다. 주요 일정 대부분은 학교에서 이메일로 공유해주곤 한다. 하지만 매년 있는 정기적인 행사인 경우 자세한 설명이 없는 경우도 있거니와, 과연 이 행사는 꼭 참석해야 하는 건지 아닌지 등 눈치껏 행동해야 하는 경우에는 물어볼 곳이 반드시 필요하다. 도네이션, 선생님께 감사 인사하는 주간 등도 이런 경우다. 이런 것들을 마구 물어봐도 민망하지 않을 이웃을 빨리 만든다면 전혀 문제가 안 되겠지만, 그러지 못한 경우라면 정보를 얻는 이런 방법도 있다는 점을 소개해드리고 싶다

● 하교시간을 노려라

스쿨버스를 타는 아이들을 제외하면 초등학교 하원 시간에는 부모 또는 가디언이 반드시 픽업을 온다. 필자는 첫째 아이를 처음부터 스쿨버스를 태웠던 터라, 이 시간이 학부모들 정보 교환의 장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몰랐다. 그런데 필자보다 늦게 이곳 보스턴에 도착한 이웃 한국인 엄마가 오자마자 며칠간 하교시간에 학교에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집 아이들도 스쿨버스 타고 하원함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곧 이 엄마는 필자보다 훨씬 많은 소식을 먼저 알게 됐다. 내가 알려줄 필요도 없이 알아서 학부모들과의 단톡방에도 잽싸게 가입했다. 몇 학년에 한국 학생이 몇 명 있고, ○○담임한테는 이런 점을 조심해야 하며, 선생님께 감사하기 주간에는 대략 30불 가량을 스쿨맘에게 주면 된다더라 같은 중요 정보를 속속 먼저 알아와 나에게 전해줬다. 이 시간의 중요성을 알게 된 이후로, 필자도 일부러 금요일 하루는 아이를 스쿨버스에 태우지 않고 직접 픽업 갔다. 하원 후 아이들이 학교 놀이터에서 몰려 놀 때 자연스럽게 학부모들과 정보 교환을 할 수 있게 됐다.

● ‘스쿨맘’과 사귀자

대부분 반에서는 ‘학부모 회장’ 격인 ‘스쿨맘’ 또는 ‘스쿨 페어런츠’를 뽑는다(아빠가 스쿨맘인 경우도 있어서 통상 ‘스쿨 페어런츠’라고 부른다.). 스쿨맘은 학교 행사 때 자원봉사 주축이 되기도 하고, 크리스마스나 5월마다 돌아오는 ‘선생님 감사주간’에 같은 반 학부모들에게 돈 또는 선물을 걷어 나눠주는 등 중요 역할을 맡고 있다. 학기 중간에 전입한 경우라면 스쿨맘 연락처를 알아내 인사를 해두고 연락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아야 한다. 하교시간에 스쿨맘과 직접 안면을 터놓는다면 좋다. 우리아이 반을 위해 고생한다면서 감사 인사를 잊지 않는다면 더욱 좋겠다. 적극적인 연수자라면 현지 생활에 익숙해진 새로운 학기 또는 새로운 학년에 스쿨페어런츠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 페북 지역 학부모 모임을 찾아라

필자가 속한 보스턴 근교 Newton 지역에는 학부모 1만여명이 가입한 페이스북 그룹이 있다(이 사실도 하교시간에 알게 됐다.). 아마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 이런 종류의 온라인 학부모 그룹이 있을 걸로 생각된다. 여기선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정보교환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었다. ○○스트리트에서 주인 없는 자전거를 발견했는데 잃어버린 사람은 찾아가라거나, 지역에서 지붕수리를 잘 하는 사람을 추천해달라거나 하는 소소한 생활정보 교환도 있고, 최근에는 코비드 간이검사 키트가 어느 약국에 재고가 많은지 실시간으로 알려주기도 한다. 어느 검사소에서 현재 워크인 검사를 받아주고 있다는 등 요긴한 정보가 있어 굳이 일일이 전화를 걸어보지 않아도 됐다.


지역 학부모 1만여명이 모인 페북 클럽에 올라온 코로나 간이검사 키트 판매처 정보.

민감한 사안에 대해 학부모들이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최근 타 지역에서 전입 왔다는 한 학부모가 “이 교육구엔 early dismissal이 너무 잦다. 다른 지역보다 이 시간이 더 잦아야 할 필요가 과연 있는가”라는 화두를 던졌고, 수백 명의 학부모들이 갑론을박을 벌였다. 워킹맘인데 애가 12시반에 하원하면 정말 멘붕이다, 라는 의견부터 교권을 위해 당연한 일이라는 반대의견까지 현지인들의 다양한 생각을 볼 수 있었다. 선생님 감사주간에 직접 기프트카드를 줘도 되는지 안 되는지를 놓고도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교육청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개별 선물은 안 된다는 원론주의자부터, 본인은 여러 번 줘봤고 선생님도 흔쾌히 받았다는 실 사례와, 학부모이자 교사인 가입자들의 현장 의견까지, 1대1 관계에선 다 얻지 못할 다채로운 의견을 보고 듣는 귀중한 경험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