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1만배 더 좋아요”
지난해 가을 미국에서 처음으로 축구 클럽 훈련에 갔다 온 큰아들의 첫마디였습니다. 천연잔디 구장에 여유 있는 팀 운용 등 미국은 그야말로 아이들 체육활동에는 천국입니다. 넓은 땅덩이에 풍부한 자원 덕분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아이들의 프로그램에는 사회적 자원을 아낌없이 배치하는 듯 보입니다.
미국에서 생활체육은 문턱이 낮습니다. 좋은 시설을 값싸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재능을 붙잡는 엘리트 체육으로 넘어가면 많은 비용이 듭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생활체육 비용이 낮은 건 큰 장점입니다. 화·목 훈련, 토요일 시합으로 이어지는 축구는 한국의 절반 가격에 불과합니다.

골프도 저렴한 가격으로 가르칠 수 있습니다. ‘퍼스트 티’(First Tee) 프로그램으로 두 아이를 보내고 있는데 2개월가량 진행되는 한 시즌당 75달러입니다. 주 1회 수업에 10달러꼴인데 실제 골프장에서 필드 레슨 위주로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아주 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건 ‘4학년 국립공원 패스’입니다. 미국은 아이들이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에 눈뜨기 시작하는 ‘4학년‘ 나이에 맞춰 전국의 모든 4학년에게 국립공원 무료 패스를 줍니다. 1년간 해당 학생은 물론 부모와 가족(차량 1대 포함)까지 국립공원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신청 방법은 간단합니다. 온라인으로 주소지(ZIP, 우편번호)를 입력해 패스를 출력한 다음에 실제 국립공원에 가서 플라스틱 카드로 바꾸면 됩니다. 국립공원 담당 직원은 4학년 학생과 간단한 대화 후 카드를 발급해줍니다.


노는 것 못지 않게 안전에도 신경을 씁니다. 눈에 대한 대비가 거의 안 돼 있는 남부지방의 경우 눈이 조금이라도 올 것 같으면 학교와 관공서 등 주요 기관들이 일제히 문을 닫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는 최근 수년간 눈이 오지 않았으나 올해 겨울에는 눈이 많이 왔습니다. 덕분에 아이들은 이번 겨울에 무려 3번이나 학교를 합법적으로 빠졌습니다. ’
선생님에 대한 선물문화도 한국과 전혀 다릅니다. 소위 ‘김영란법’, 즉 청탁금지법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선생님에 대한 금품제공이 금지돼 있지만 미국은 다릅니다. 담임 선생님은 교실에 필요한 물품(간식과 학용품 등등)을 기부해달라고 수시로 공지합니다. 선생님에 대한 직접적인 선물도 가능합니다. 아예 학기 초에는 각각의 선생님들이 어떤 선물을 좋아하는지 적어놓은 파일을 학부모들이 공유하기도 합니다.
주요 유명 마트의 기프트카드, 그러니까 일종의 상품권을 대놓고 주는 문화입니다. 선물해준 학생을 공개적으로 칭찬하고 포옹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악할 만한 일이지만 이곳에서는 그냥 자연스러운 일상입니다. 선생님은 선물해준 학생들에게 감사를 표현할 뿐 그렇다고 아무것도 주지 않는 학생들을 차별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식의 제도 운영이 가능한 듯 보였습니다.
교육에 정답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가능한 많은 경험에 아이들을 노출 시키는 환경은 매우 부럽습니다. 이것저것 원하는 건 닥치는 대로 아이들이 해볼 수 있는 여건이 최고의 강점 같습니다. 그러다가 아이가 이른바 꽂히는 분야를 키워주는 게 경쟁력인 듯 합니다. 안전에 관한 부분만 보수적으로 하되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마음대로 해봐” 이게 저력을 키우는 마인드가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