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온 첫 날부터 운전을 하면서 절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스마트폰과 구글 지도가 없었
다면 대체 이 낯선 땅에서 어떻게 정보를 얻고 운전을 하고 다녔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내비
게이션이라도 상용화됐던 시기는 그렇다 치고 그마저도 있기 전 과거 선배들은 대체 어떻게
미국에서 운전을 하고 목적지를 찾아 다녔단 말인가 하는 것입니다. 정말 지도와 표지판만 보고
돌아다녔단 말인지, 새삼 존경스러울 따름이었습니다.
구글 지도의 안내가 없었더라면 저의 연수 초반 정착 기간은 훨씬 힘들고 길어졌을 것입니다.
지도만이 아닙니다. 미국 생활에서 궁금한 것들은 구글 검색에 상당 부분을 의존하게 됩니다.
제가 사는 곳 주변에서 벌어지는 각종 이벤트를 비롯해 가고자 하는 가게나 서비스를 제공하
는 업체들에 대한 현지인들의 평가들도 모두 구글을 통하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가격 정보 비교나 주변 주차 상황 같은 것도 참고가 됩니다.
특히 여행 정보는 유튜브에서 검색하는 것이 매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뉴욕 여행을 계획
할 때 국내 포털사이트를 통해 검색하면 대부분 한국 사람들이 자주 찾는 음식점이나 관광지
들이 소개되기 마련입니다. 그것도 물론 참고해야 하지만 유튜브에 NEWYORK TOUR를 검색
하면 뉴요커들이 올려 놓은 갖가지 콘텐츠들을 손쉽게 찾을 수 있고 영상까지 곁들여져 있으니
훌륭한 현지 가이드 역할을 해 줍니다.
이런 구글의 저력을 느낀 또 하나의 계기는 바로 CES 행사였습니다. 올 1월 라스베이거스에
서 열린 CES 행사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붐볐던 부스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구글이었습니다.
구글은 놀이 공원에서나 볼 법한 라이드를 만들어 관람객들에게 구글 어시스턴트를 이용하는
한 아빠의 일상을 보여줬습니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한 마디로 AI 기반의 개인비서 시스템
입니다. 구글 라이드의 내용은 할머니의 생일 파티를 준비하라는 아내의 미션을 구글 어시스
턴트를 이용해 해결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라이드를 타고 돌다보면 구글 어시스
턴트가 케이크를 검색해 주문하고 제과점까지 가는 길도 알아서 찾아주며, 프랑스 제과점에
서 통역도 자동으로, 집 앞에 도착하신 할머니는 안면 인식을 통해 확인할 수 있고, 생일 축하
음악은 유튜브에서 자동으로 재생해 주는 과정을 유쾌하게 보고 들을 수 있었습니다. 먼 미래
얘기 같기도 했지만 사실 지금도 실행할 수 있는 그런 기능들이었습니다.
내용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한 것은 구글이 이런 내용을 알리는 방식이었습니다. 다른업체
들과 차별화하는 아이디어, 사용자를 직접 참여하게 함으로써 한 번 경험하고 나면 잊을 수 없
는 추억을 갖게 하는 방식 말입니다.
미국 테마파크에는 실제 어트랙션을 타기 전에 관람객들을 한 곳에 모이게 한 뒤 이제부터 탈
놀이 기구의 배경 설명과 주의할 점을 알려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특히
많습니다.) 구글은 이와 똑같은 형태로 관람객들을 한 곳에 모이게 한 뒤 앞으로 벌어질 상황
을 설명해 줍니다.
또한 라이드 중간에는 놀이공원과 마찬가지로 사진을 찍는 곳도 있었습니다. 출구에는 관람
객들의 사진이 각각 떠올라 있었는데 자신의 출입증에 있는 QR 코드만 갖다 대면 자신의 이
메일로 사진을 곧바로 전송해 줬습니다. 관람객들에게 치여 인기 있는 제품은 제대로 경험해
보기도 어려웠던 다른 기업들과 여러 모로 비교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구글에 대한 비판 여론도 적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전 세계인의 개인 정보가 구글에
수집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러나 철저히 사용자 기반에서 사고
하는 습관, 사용자와 사용자를 연결시키고 경험을 공유하게 만들기 때문에 한번이라도 경험
해 본 사람은 반드시 다시 찾게 만드는 구글의 저력은 곱씹어 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사용자와 소통하며 어떻게 플랫폼에 사용자를 지속적으로 참여시킬까 끊임없이 고민하는 글
로벌 기업에 비해 우리는 여전히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에 매몰돼 있는 것은 아닌지, 구글라이
드에서 찍은 사진을 이메일에서 확인하며 생각해 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