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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환마마보다 무서운 ‘MOVE 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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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환마마보다 무서운 ‘MOVE OVER’

미국 운전시 유의해야 할 점을 정리해본다.

1.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MOVE OVER’ 위반

미국 해외연수자들은 속도위반이나 STOP 사인, 좌회전, 스쿨버스 등과 관련된 정보는 여러 경로를 통해 많이 접하게 된다. 그런데 연수자에게 낯선 교통 법규가 있다. 바로 ‘MOVE OVER’다. 플로리다를 여행하다 보면 MOVE OVER IS STATE LAW라는 표지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플로리다에만 있는 법규는 아니고, 대부분의 주에서 시행하고 있다.
MOVE OVER의 목적은 경찰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만약 경찰이 멈춰서 다른 차량을 단속하거나 업무를 보고 있을 때는 한차선 피하거나 최대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규정이다. 예를 들면 2차선 도로에서 경찰이 갓길에 차를 세우고 다른 차를 단속하고 있다. 나는 2차선으로 달리고 있는데 경찰차가 보인다. 그러면 조심스럽게 1차선으로 차선을 변경(Move over)해야 한다. 만약에 1차선으로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면 최대한 속도를 낮추고(Slow down) 지나가야 하다. 그렇지 않으면 경찰은 자신의 생명을 위협했다고 판단한다. 이렇게 적발되면 벌금은 500달러 이상이고, 법정에 출두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MOVE OVER를 몰라서 차선을 변경하지 않거나 속도를 줄이지 않았는데도 문제가 없었다면 그것은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다. 경찰이 다른 차량을 단속하느라 미처 따라오지 못한 것이다. 실제로 이 곳 조지아주에서 노스 조지아 아울렛을 다녀오다 MOVE OVER로 적발된 연수생이 있었다. 예전처럼 경찰이 갓길에서 차를 세워놓고 다른 차를 단속하고 있는데 2차선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지나간 것이다. 마침 단속을 끝낸 경찰은 곧바로 연수생의 차를 뒤쫓아 와 500달러짜리 벌금 딱지를 안기고 떠났고, 해당 연수생은 거주지 법원이 아니라 적발당한 곳의 법원에까지 출두해야 했다.

2. 아찔한 ‘밤운전’과 ‘로드킬’

미국은 재정이 튼튼한 지역이나 도심을 제외하고는 가로등이 설치된 곳이 드물다. 때문에 밤이 되면 그야말로 칠흑 같고, 운전도 정말 힘들다.
필자도 연수초기 편도 1차선 시골길을 밤에 운전하다 큰 사고를 당한 뻔 했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언덕배기를 막 넘으려는 찰나, 반대편에서 트럭이 상향등을 그대로 켠 채 중앙선을 넘어 돌진한 것이다. 급하게 옆 논두렁 같은 곳으로 운전대를 돌려 덜컹거리다 차선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경사가 급한 도로였거나 가로수라도 있었으면 큰 사고가 날 뻔 했었다.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면서 아마도 음주 운전자였겠거니 생각했다.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도로를 막고 음주운전 단속을 하지 않아서, 시골에서는 음주운전이 많다고 한다. 시골길 밤 운전은 피하는 게 가장 좋고, 그렇지 않다면 최대한 방어운전을 해야 한다.
‘로드킬’도 운전을 힘들게 하는 부분이다. 미국에서 차를 달리다 보면 곳곳에 차에 치인 사슴이나 아르마딜로 등 동물들의 사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현지인들은 갑자기 동물이 뛰어나와 차량으로 달려들면 피하거나 브레이크를 밟지 말고, 그냥 치고 지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물을 피하기 위해 운전대를 급하게 돌리다 더 큰 사고가 날 수 있다고 한다. 숲이 우거진 도로를 밤에 운전할 때 동물이 튀어나오는 경우는 더욱 속수무책이다. 사슴 같은 경우에는 빛을 보면 그 자리에 멈춰 버리는 속성이 있어서 상향등을 켜고 달리면서 사슴이 도로로 튀어나오지 않게 하는 방법도 있다(물론 반대편에서 차량이 달려오면 상향등을 미리 미리 꺼줘야 한다).

3. 주차위반 딱지 조심 또 조심

주차를 할 때는 장애인석은 절대 주차를 하거나 주차하지 못하도록 막으면 안 된다. 그런데도 자신도 모르게 장애인석에 주차했다 딱지를 떼는 경우가 많다.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도심은 길거리 주차가 많다. 시간 제한이 없는 지역이라면 주차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 필자가 플로리다의 세인트 어거스틴에 갔을 때의 일이다. 1~2시간으로 충분할 줄 알고 주차를 했는데, 결국 4시간 넘게 주변을 구경하다 돌아오니 주차 위반 딱지가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25달러를 플로리다에 헌납하고 돌아왔다.

4. STOP 사인에서는 완전히 멈추세요.

미국은 땅이 넓기 때문에 교차로에 신호등이 없는 곳이 많다. 특히나 도심이 아닌 교외는 대부분 STOP 사인이 신호등을 대신하고 있다 STOP 사인 전에는 STOP 사인이 있다는 표지판(빨간 원)이 있다. 이때는 속도를 줄이고 STOP사인에서 멈출 준비를 해야 한다. STOP 사인이 있는 곳에서는 바퀴를 롤링을 하지 말고 완전히 정차해야 한다. 맞은편이나 측면에 다른 차량이 없다면 천천히 3초를 세고 출발하면 된다. 만약 다른 방향에 차가 있고, 그 방향도 STOP 사인이 있다면 정지선에 먼저 멈춘 차부터 차례대로 움직이면 된다. 만약 내가 주행하는 곳에는 사인이 없고, 다른 쪽에만 있다면 나에게 우선권이 있다. 초기에는 STOP 사인을 철저하게 지키다 6개월 정도 지나면 제대로 정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미국인 중에서도 차도 없는데 멈추면 소리를 지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전혀 개의치 말고 무조건 멈춰야 한다. 언제 경찰이 숲속(?)에 숨어 있다 나올지 알 수 없다.

5. 좌회전 가능 여부는 ‘맞은편 차량’

초기에 가장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이 좌회전이다. 우리나라는 좌회전 신호가 있지만 미국은 복잡한 도심이 아니면 좌회전 신호가 없는 경우가 많다.
(1)일단 좌회전 신호등이 있든 없든 신호등이 파란색으로 바뀌고 맞은편에서 차가 오지 않거나, 좌회전을 할만큼의 거리에 있다면 좌회전을 해도 된다.
(2)노란색 화살표로 좌회전 신호가 깜빡 깜빡할 경우에는 맞은편에 차가 오는지 주의하면서 좌회전하면 된다.
(3)빨간색 화살표로 좌회전 신호가 들어오거나, 신호등이 빨간색이면 좌회전을 하면 안 된다.
조지아주에서는 중앙에 한 개 차선을 좌회전 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았다. 이를 Turn Lane이라고 하는데 노란색 점선으로 표시돼 있고, 이 곳에서는 좌회전을 하기 위해 잠시 대기하는 곳이다.

6. 10마일 초과하면 속도위반?

미국은 우리와 달리 거리 단위를 마일(Mi)을 쓴다. 1마일은 1.6km정도다. 거리 단위는 다르지만 속도 위반을 판단할 때 에누리를 두는 것은 비슷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속도제한 100km 도로에서는 110km까지 달려도 되듯이, 미국에서는 60마일 도로에서 70마일까지 달려도 경찰이 속도위반으로 잡지 않는다. 속도를 측정하는 장비가 오차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속도 제한 45마일 도로에서 55마일을 달리고 있는데도, 다른 차들은 더 빨리 달리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55마일을 고수하면서 달려야 할까? 물론 그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긴 하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차량 흐름을 중요시 여긴다. 따라서 다른 차들이 달리는 속도에 맞춰 달린다고 해서 속도위반으로 잡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다만 내 차 옆에서 경찰차가 55마일(속도제한 45마일 도로)로 달리고 있는데, 내가 더 빨리 달리면 이건 잡힐 수 있다. 경찰은 자기 차량의 속도계가 55마일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이보다 더 빨리 달리면 이를 명백한 속도위반이라고 보는 것이다.
미국 경찰은 잠복해 있거나 위장을 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특히 미국 중부를 지날 때는 조심해야 한다. 차가 한대도 다니지 않는 사막을 빠른 속도로 달리다 보면 어느새 꽁무니에 경찰차가 쫓아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WAZE라는 내비앱은 운전자들간의 정보를 공유해 경찰이 어디에서 단속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기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