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의 행복, Thrift store
얼마 전 집 근처 Thrift store에서 말 그대로 1달러의 행복을 경험했습니다. 평소 좋아하던 브랜드인 폴로의 반팔 티셔츠를 2불에 팔고 있었던 겁니다. 눈에 보이자마자 사이즈도 따지지 않고 바로 카트에 집어 담았는데요, 그날이 마침 성인 의류를 추가 50% 할인해주는 날이었습니다. 티셔츠 한 장에 1달러! 팁보다 싼 가격에 거의 새것과 다름없는 티셔츠를 ‘득템’하고 보니 횡재를 한 것처럼 종일 기분이 좋았습니다. 고맙게도 사이즈도 제 몸에 맞춘 것처럼 정확하게 맞더군요.
그림 1. 구글로 검색해본 thrift store
Thrift store는 우리로 치면 중고품점, ‘벼룩시장’ 같은 건데요. 기부받은 중고품들을 파격적인 가격으로 내놓는 상점입니다. 미국 소도시인 이곳 노스캐롤라이나 캐리에서도 곳곳에 이런 중고품점이 있습니다. 의류는 물론 가구, 그릇, 운동용품, 책 등 없는 게 없는 곳입니다. 아내는 특히 이곳에서 찻잔과 그릇에 눈을 뜨게 됐습니다. 유명 브랜드의 중고 그릇들이 믿을 수 없는 가격으로 나오다 보니 커피잔, 접시 등을 하나하나 사서 모으는 게 취미가 된 것이지요. 새것과 다름없는 그릇들을 산 뒤에, 같은 그릇을 메이시스 등 유명 백화점 가격과 비교해보는 게 요즘 아내의 취미가 됐습니다. 한국에 다 어떻게 가져가려고 하는지 걱정이지만, 아내는 틈만 나면 Thrift store에 가보자고 합니다.
Thrift store는 사실 미국 정착 초기에도 살림살이를 사러 여러 번 찾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엔 지금처럼 물건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특히 그 어수선한 디스플레이를 보고 있자니, 재활용 수거함을 뒤지는 듯한 울적한 기분이 들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당시엔 작은 협탁 하나만 Thrift store에서 구매했습니다. 나머지 살림살이는 월마트나 아마존 등을 통해 대부분 새것으로 구매했습니다.
지금에서야 Thrift store의 진가를 알게 된 건 아마 시간적 여유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는 애초에 무빙을 넘겨받지 못해 살림살이를 하나하나 다 장만했어야 했는데요, 급하게 물건을 찾아야 하는 정착 초기 사정 때문에 Thrift store에서 보물 찾기하듯 시간을 보낼 여유가 없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이제는 느긋하게 Thrift store 이곳저곳을 뒤지면서 보물을 발견해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습니다. 최근엔 제 티셔츠와 아내의 니트 2장, 찻잔 세트 하나를 담았는데도 9달러를 넘기지 않았습니다. 빠듯한 연수 생활이지만 Thrift store에선 마음 편하게 ‘소확행’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너무 큰 기대를 하다 보면 정착 초기 저처럼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혹시 운이 좋으면 보물을 찾을 수 있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주변 Thrift store를 찾아보면 미국 생활의 소소한 즐거움을 하나 더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임 연수생에게 살림살이를 넘겨받지 못했거나, 내 취향대로 살림을 구하고 싶다는 분들에게 하나 더 추천하고 싶은 건 ‘넥스트도어(NextDoor)’라는 앱입니다. 한국의 ‘당근마켓’과 비슷한 기능에 커뮤니티 소식 등도 자세히 올라오는 어플입니다.
그림 2. 넥스트도어 중고거래 화면
살림살이를 구하던 저희 아내는 이곳에서 정말 ‘은인’과 다름없는 미국인 아주머니 Jane을 알게 됐습니다. 정착 초반, 거의 새것과 다름없는 밥솥 ‘인스턴트팟’을 저렴한 가격에 사게 된 게 인연이 돼 책상, 테이블, 청소기 등을 거의 공짜와 다름없는 가격으로 저희에게 넘겨주셨습니다. 거실용 램프와 침실 조명은 그냥 선물로 주시기도 했습니다. 특히 어느 날은 제가 다니는 학교 UNC의 모자를 쓰고 물건을 찾으러 갔는데요, 본인은 듀크대에서 교직원으로 곧 은퇴하게 돼 이사를 하게 됐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더니 저에게 자전거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사놓고 한 번도 타지 않았는데, 그냥 선물로 주고 싶다고 그러시면서요. 저희가 하도 살림살이를 받아오다 보니 “내 물건이 이제 당신들 집에 거의 다 있기 때문에 이제 우리는 가족과 같다”고 농담도 건네시더군요. 저희는 드릴 게 딱히 없어 와인 한 병과 한국산 마스크를 선물로 드렸는데, 다음에 뵐 때는 남편과 함께 저희가 드린 마스크를 쓰고 나와 물건을 건네주시기도 했습니다. 넥스트도어를 통해 만난 Jane을 통해 저희는 낯선 미국에서 이웃의 따뜻한 마음을 경험했습니다.
연수기를 쓰는 지금. 오랜만에 넥스트도어를 열어보니 중고품과 무료 나눔 물품들이 여러 건 올라와 있네요. 무빙을 직접 찾아보고 싶은 분들, 중고거래로 미국인 이웃을 만나보고 싶은 분들은 넥스트도어를 꼭 이용해보세요. 중고거래뿐 아니라 이웃들 사는 소식도 활발하게 올라오기 때문에 연수생에게는 필수 아이템입니다.
1년만 살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연수생에게 사실 가장 편한 방법은 전임 연수자에게 무빙을 건네받는 것입니다. 하지만 취향은 다 제각각이어서 조금 특별하게 살림살이를 마련하고 싶은 분들도 있기 마련이지요. 그런 분들에겐 Thrift store와 넥스트도어는 든든한 정착 도우미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