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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달러 짜리 속도위반 딱지……미국 교통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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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워싱턴의 Johns Hopkins 국제관계대학원(SAIS)에서 연수중인 한국경제 김수언 입니다. 해외연수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제 경험에 비춰 작지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몇 차례에 걸쳐 올릴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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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자동차 뒤 쪽이 대낮같이 환해졌다. 벼락 같은 사이렌 소리도 들려왔다. 미 경찰차의 헤드라이트 불빛이 얼마나 밝은 지를 체감하자마자 ‘헉, 걸렸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도로 오른편에 차를 세우고 기다리자 경찰이 다가와 ‘뭔가 바쁜 일이 있나요?’라는 빈말 같지 않은 빈말을 건네더니 곧장 운전면허증과 보험증서를 달랜다.

그 순간 완전히 눕힌 SUV 뒷좌석에서 안전벨트도 매지 않고, 큰 대(大)자로 누워 자고 있던 애들이 생각났다. ‘과속보다 어린이 안전벨트 미착용이 더 큰 문제라 던데…… ’
뭐라고 변명을 하려는 순간, 차 안을 쓱 둘러본 그는 면허증과 보험증서를 받아 들더니 애초부터 변명 따위는 들을 생각 조차 없었는지 곧장 자기 차로 돌아가 뭔가를 조회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과속딱지(speeding ticket)를 떼인 순간이다. 지난해 12월말 텍사스주의 어느 한적한 시골 고속도로에서 시속 78마일(시속 125km)로 달리던 길이었다. 밤 10시가 넘었고 꽤나 비가 내리고 있던 터라, 순간적으로 방심했던 게 화를 불렀다. 초행길이면서도, 낮과 밤 최고속도(주간 70마일, 야간 65마일)가 다른 텍사스 고속도로의 특성을 간과한 것도 불찰이었다.

다시 다가온 경찰은 전화번호가 적힌 속도위반 고지서를 주며 해당지역 판사에게 1주일 뒤까지 전화하라고 했다. 다행히 고지서엔 안전벨트 미착용은 법규 위반으로 적발하지 않고, ‘주의 조치했다’고만 적어놨다. 끙끙대다 1월초에 고지서에 적힌 대로 전화했다. 판사가 아니라 직원이 전화를 받더니 무려 ‘193달러’나 되는 무지막지한 범칙금을 납부하란다. 너무 과중한 만큼 ‘깎아달라’고 했더니 자기는 그럴 권한이 없다며 ‘억울하면 유-무죄를 따지는 절차를 밟으라’는 말에 어쩔 수 없이 신용카드번호를 불러주고 말았다.

미국생활 6개월 여 동안에 느낀 점 가운데 하나는 교통법규가 자의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A와 B가 같은 구간에서 같은 속도로 과속을 한 경우, 경찰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위반 여부는 달라지기 일쑤다. 곳곳에 숨어있는 경찰관이 스피드 건을 가지고 단속하는 방식인 까닭이다. 어떤 사람은 제한속도가 시속 65마일인 도로에서 80마일 이상으로 달려도 괜찮은 반면, 운이 나쁘면 76-77마일로 차를 운행하다 딱지를 떼이기도 한다. 흔히 적발된 운전자가 ‘나보다 빨리 달리는 다른 차도 많은데, 왜 나만 적발하느냐’고 따지면, 경찰은 ‘남 얘기는 빼고 자기 얘기만 하라’고 한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제한속도보다 10%(또는 10마일 이내) 이내에서 과속하는 경우 별문제 없긴 하지만……. 그러나 고속도로를 운행하다 보면 규정속도(제한속도+10마일 이내)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나의 경우, 고속도로에선 일정한 속도로 자동 운행되는 ‘cruise control 기능’을 애용하지만 내리막길 등에선 맞춰놓은 속도를 초과하기 일쑤다.

그렇다면, 경찰에 걸리지 않는 도로주행을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 것 일까.
물론 정해진 제한속도를 준수하면 되지만, 부처나 공자가 아니고서야 쉽지 않은 일이다. 정답은 과속 여부와 상관없이, 아니 적당히 과속을 하고 있는 앞 차를 따라가면 된다는 것이다. 제한속도 65마일 도로에서 앞 차를 따라 82-83마일로 운행하는 게 홀로 75마일로 달리는 것 보다 훨씬 안전하다. Johns Hopkins SAIS에 함께 있다 얼마 전 귀국한 국책연구소 연구원도 대여섯 번이나 경찰에 붙잡힌 끝에 터득했다며 “가운데 차선에 붙어 앞 차만 따라가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내가 보기엔 지극히 모범운전자인 그는 법원 출두 명령도 받았지만 귀국 일정 때문에 결국 출석 못하고 판사에게 편지를 쓸 수 밖에 없다고 했는 데, 잘 처리 했는지 모르겠다.)

미국의 편도 3차선 고속도로에는 2,3차선과 달리 1차선엔 차가 많지 않다. 앞차를 추월하려는 차들이 간혹 있을 뿐 2,3차선이 꽤나 붐벼도 이 나라 사람들은 좀체 1차선으로 차선을 바꾸지 않는다. 1차선으로 옮기면 경찰 눈에 잘 띄고 그만큼 딱지를 떼일 개연성이 크다는 것을 이들은 체험적으로 알고 있는 듯 하다.

또 하나, 꼭 지켜야 할 교통법규는 빨간색의 동그란 ‘STOP’ 사인이다. 신호등이 있는 큰 도로가 아닌, 도시 내 골목길에는 곳곳에 설치돼 있는 괴물이다. 초보 연수생들은 이 괴물의 덫에 걸려 심심찮게 범칙금 고지서를 받는다. 이 사인이 있는 교차로에선 ‘무조건 차를 완전 정지한 뒤 다시 출발’해야 한다. 거의 멈춘 것으로는 안되고 완전히 차를 세워야 한다. 네 방향 모두에 ‘STOP’ 사인이 설치된 교차로에선 동서남북 각각의 차로에서 모두 스톱을 한 뒤 각각의 방향에서 한 대씩 번갈아(양보하며) 제 갈 길을 가게 된다. 한국에서처럼 자기 앞 차가 교차로를 지난다고 무작정 뒤따라 가면 문제가 생긴다. 다른 방향의 차들로부터 ‘빵빵’거리는 소리를 듣거나, 운이 없으면 딱지를 떼게 된다. 이런 곳에선 ‘직진 차량’이 결코 우회전이나 좌회전보다 우선권을 갖지 못한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사실상 함정 단속이 일상화돼 있다. 차들이 과속하기 좋은 곳, 규정위반이 많은 곳, 경찰차가 숨어있기 좋은 곳 등에는 어김없이 경찰이 숨어있다. 또 지자체 살림이 넉넉하지 않은 시골 지역일수록 단속이 많다는 게 정설이다. 외지인들이 조금만 허점을 보여도 단속의 칼날을 들이댄다. 범칙금 수입이 재정에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받은 193달러라는 무지막지한 범칙금도 시골동네 근처 고속도로에서 였다.

헤드라이트나 브레이크등이 고장난 것도 범칙금 대상이다. 지난 연말 텍사스 가면서 들렀던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한밤에 헤드라이트 고장이라며 경찰이 차를 세웠다. 다행히 ‘장거리 여행중이라 몰랐다’는 변명이 통했는지 그냥 넘어가긴 했지만, 경우에 따라선 30-40달러 범칙금이 부과된다고 했다. 헤드라이트 작동 여부를 수시로 확인해야 하고, 인건비가 비싼 나라인 만큼 차체에 직접 갈아끼우는 방법을 배우는 게 좋다. 부품만 전문적으로 파는 곳이 많아 방법만 알면 쉽게 처리할 수 있다.

요즘 미국 운전면허증 외에 국제운전면허증을 차에 꼭 두고 다닌다. 만에 하나 단속에 걸리면 제시하기 위해서다. 면허증 제시를 요구하는 경찰관에게 뜬금없이 ‘국제면허증’을 건네면 당황하지 않을까 해서다. 지인 중 한 사람은 이런 방법으로 범칙금의 위기를 모면한 경험이 있다고 하는 데, 정말 통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