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갈수록 건방져 가는 걸 양해하십시요.
시선을 끌기위한 고육지책이라고나 할까요.
원래 제목은 ‘미국에서 자동차여행 하는 법’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지난 7-8월에 연수 나오신 분들은 지금쯤 슬슬 어디 여행을 가볼까 생각하실 때가 아닌 가 싶습니다.
통상 두달정도 정착기간이 소요된다고 보면 어느 정도 자리도 잡혔을 시점이고 추수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연휴가 줄줄이 있기도 하니까요.
미국생활에서 자동차만큼 필수적인 게 있을까요?
자동차가 없으면 집 밖으로 한발자국도 나가기 어려운 게 미국생활이지요. 그런데 연수나오신 분들을 보면 의외로 자동차에 대한 투자가 인색하거나 무지한 경우가 많습니다.
전임 연수자가 쓰던 걸 그냥 물려받거나 중고 일제 컴팩트카를 마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그런데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연수기간중 여행을 조금이라도 알차게 해보겠다는 생각이 있으면 자동차는 최소한 6기통이상으로,가급적 SUV급으로 장만하는 게 좋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승용차를 사더라도 최소한 중형이상으로 마련해서 장거리 여행에 대비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미국에서 여행을 하려면 좋은 자동차가 필수입니다.
비행기로 이동을 한다고 해도 내려서는 반드시 자동차를 렌트해야 하고 자동차만으로 이동을 한다고 하면 하루 8-10시간씩 몇날 며칠을 달려야 목적지에 도달하는 경우가 태반인데 자동차가 좁고 털털거린다면 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겠습니까.
처음에는 가까운 곳-미국에서는 자동차로 3-5시간 거리는 통상 아주 가까운 여행지라고 할 수 있지요-부터 시작해서 노하우가 쌓이면 8-12시간 거리,또는 그 이상으로 늘려가는 것이 좋습니다.
자동차 여행할 때 필수품목은 지도인데 AAA(트리플A)에 회원으로 가입해서(주변에 이미 가입한 사람이 있으면 ‘Brother in law’라고 그러고 가족멤버로 가입하면 연회비 14달러면 됩니다.’동서지간’인 거 확인 안하니 걱정 안해도 됩니다. 안그러면 50달러 정도 듭니다) 여행을 갈 때마다 지도를 얻는 것이 제일 확실합니다.
중간에 자동차 고장나면 견인도 해주고 AAA 회원이라고 하면 웬만한 놀이시설이나 숙박시설은 10% 할인도 해주기 때문에 진짜 본전 뽑을 수 있습니다.
미국은 여행을 위한 기본 인프라가 워낙 잘 돼 있어서 주 경계를 넘어가면 제일 먼저 TOUREST INFORMATION CENTER 가 나타납니다.
광역지도는 AAA에서 얻고 도시별 세부지도는 이런 여행자 정보센터에서 얻으면 확실합니다. ‘아틀라스’ 처럼 미국 50개주와 캐나다 멕시코 지역까지 1권으로 지도가 다 나와있는 지도책을 하나 구비해서 차안에 두는 것도 꼭 필요합니다. 미국에서는 지도만 있으면 어디든지 다 찾아갈 수 있지만 거꾸로 지도 없이는 장님이나 다름없으니까요.
국립공원 연간회원권도 필수입니다.
아무래도 미국에서 여행하다보면 국립공원 위주로 돌게 되는데 차 한대당 20달러 안팎의 입장료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50달러를 내고 연간회원권을 사면 아무 국립공원이나 다 무료 입장이니 이 또한 무지하게 남는 장사입니다.
국립공원 3군데만 가면 벌써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자동차 여행을 할때 또 하나 유의할 점은 국립공원내 숙소를 예약하거나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중도 기착지의 숙소를 사전에 예약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제가 살아보니까 미국에 대한 잘못된 상식 중 하나가 ‘예약을 안하면 안된다’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예약 없이 가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게 보통입니다.
그리고 유명 관광지 숙박시설을 제외하고는 예약을 취소해도 별도의 페널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자동차여행을 할때 미리 중간중간에 숙박시설을 예약해 버리면 기를 쓰고 그곳까지 가야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아주 피곤해집니다.
처음에 여행계획을 짤 때야 몇시간 운전해서 어디까지 간 다음에 어디서 자고…이렇게 계획을 세우지만 막상 자동차 몰고 도로에 나서보면 사정이 달라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특히 미국여행시에는 해가 떨어진 다음에는 가급적 운전을 안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예약해놓은 숙소까지 가느라고 무리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미국은 아무리 깡촌이라도 고속도로만 연결되면 길가에 즐비한 게 숙박시설이고 대부분 체인형으로 돼 있어서 대충 기본은 하는 게 보통입니다.참고로 제가 이용해 본 결과 1박당 50-70달러 안팎으로 해결할 수 있는 체인형 숙박시설중에서는 BEST WESTERN 이 그중 제일 추천할만 합니다. 워낙 큰 체인이어서 일단 없는 곳이 없고 DAYS INN,SUPER 8,MOTEL6 등등의 다른 체인들에 비해 기본시설이 훨씬 좋습니다.
어느 베스트웨스턴을 가든 전국체인책자를 무료로 얻을 수 있으니 아예 차안에 상비해 두면 에약없이도 숙소걱정은 별로 안해도 됩니다.
BEST WESTERN 보다 한단계 높은 게(1박당 100-120달러 내외) 메리어트호텔이 운영하는 RESIDENCE INN이나 HOLIDAY INN 같은 체인인데 RESIDENCE INN은 조리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어서 밥을 해먹을 수 게 장점입니다. HOMESTEAD 체인은 조리시설이 다 갖춰져 있고 기타시설도 아주 훌륭한데 가격은 베스트웨스턴 수준으로 저렴하다는 점에서
제일 추천할 만 하지만 문제는 별로 숫자가 많지 않다는 점이 약점입니다.
숙박시설을 고를때는 해당지역 주유소에 붙어있는 미니수퍼를 꼭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곳에는 무료로 배포하는 TRAVEL GUIDE 가 있는데 여기에는 인근 몇개주를 포괄하는 숙박시설이 상세한 지도와 함께 다 나와있고 더불어 숙박시설들이 제공하는 저렴한 쿠폰이 몽땅 실려있습니다.
예를 들어 통상 59.99-79.99달러인 베스트웨스턴이 1박에 39.99달러의 특별할인 쿠폰을 이 책에 실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쿠폰을 오려서 해당 숙박업체 카운터에 주면 군소리없이 그 가격에 방을 내줍니다.
또 이 책에는 숙박시설마다 어떤 시설이 있는 지,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지 등등이 다 나와있어서 숙소를 고를때 상당히 유용합니다.
참고로 자동차 여행중에 아침식사를 사먹거나 해먹는 게 아주 힘들기 때문에 아침을 제공해주는 숙소를 구하는 게 아주 필수적인데 CONTINENTAL BREAKFAST를 제공한다는 얘기에는 속지 마십시요.
대부분 시리얼과 우유,머핀,커피 정도가 고작입니다.
최소한 DELUXE 나 HOT BREAKFAST 소리가 들어가야 계란,소세지 라도 있고 오렌지 쥬스라도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국립공원에 갈 경우 반드시 국립공원내 숙박시설을 예약할 것(국립공원이 워낙 광대해서 밖에다 예약할 경우 왔다갔다 하는 시간이 장난이 아님),중간에 잠만 자는 곳으로는 베스트웨스턴이나 홈스테드가 그중 믿을 만 하다는 것을 기억해두시기 바랍니다.
또 하나 제 경험으로는 서부를 여행할때와 중부를 여행할때, 그리고 동부를 여행할때가 사뭇 다릅니다.
우선 동부는 우리나라와 비슷합니다. 고속도로 중간중간에 휴게시설이 있어서 먹을 것도 팔고 화장실도 있고 주유소도 있고 그렇습니다.
자동차들이 스피드 단속에 민감하기 때문에 대충 60-65마일 정도로 달리면 되고 고속도로 양쪽에 나무들도 많고 그래서 사실 고속도로 운전이 상당히 편합니다.
그런데 서부지역은 통상 차들이 85-95마일 정도로 달립니다. 속도제한이 75마일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거기에 +10마일 정도 해서 달리는 셈이지요. (참고로 100마일 넘어 달리는 차들도 종종 있는데 이런 차들은 반드시 패트롤에게 걸리더군요)
서부지역 고속도로들은 대부분 황량한,끝간데 없는 사막을 가로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달려도 주변환경이 별로 변화가 없어서 속도감이 잘 안나는데 앞차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100마일 넘어 달리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많습니다.그래서 운전할때 훨씬 피로도가 심하고 긴장도 많이 하게 되지요.
서부지역 고속도로에는 휴게소가 없다는 것도 큰 특징입니다.
아주 간혹가다 REST AREA(화장실만 달랑 있는 경우가 99%)가 나오는데 다음에 또 있겠지 하고 그냥 지나쳤다가는 아주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서부나 동부는 그래도 도시가 중간중간에 잘 발달돼 있는 편이라 중부에 비해서는 낫습니다.
중부지역을 여행할때는 숙소를 잡든,밥을 먹든,기름을 넣든 반드시 지도상에 동그라미 두개이상으로 표시된 대도시를 찾는 것이 안전합니다. 동그라미 1개 정도의 소도시에 들어갔다가는 지역경찰한테 걸려서 이상한 벌금을 무는 등의 낭패를 보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미국 연수중에 자동차를 몰고 동부에서 서부까지 횡단을 했다는 분들이 간혹 있는데 참으로 용감하신 분들입니다.
하지만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제가 사는 오렌지카운티까지 횡단하신 분 얘기를 들어보니까 횡단 함부로 할일 아니더군요.
우선 시간이 엄청 걸리고(이분의 경우 중간중간 관광도 하면서 오느라 한달이 걸렸더군요.주야로 둘이서 계속 교대해서 운전만 하고 달려도 4박5일은 족히 걸리고 혼자 운전할 경우에는 7박8일 정도가 보통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중간에 숙박비가 만만찮게 들고 운전에 따른 피로도가 보통을 넘기 때문에 가급적 동-서부 횡단은 비행기를 이용하라고 권하시더군요. 혹시 동-서부 횡단 자동차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대차대조표를 잘 맞춰보시기 바랍니다.
해외연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