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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세 워킹맘을 시장으로 맞은 보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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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세 워킹맘을 시장으로 맞은 보스턴

연수기간 중 현지인들과 역사의 현장을 함께하는 경험을 했다.

지난 11월 2일 치러진 보스턴시장 선거에서 미셸 우(Michelle Wu∙36) 후보가 당선됐다. 미셸 우라는 이름 앞에는 여러 수식어가 붙는다. 1985년생, 대만 이민자의 딸, 4살∙6살 두 아들을 둔 워킹맘, 보스턴 시장선거 역사상 199년 만에 처음 선출된 여성 시장, 최초의 백인 남성이 아닌 아시아계 시장… 보스턴글로브를 비롯한 현지 언론들은 “미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도시 보스턴이 새로운 역사의 첫 페이지를 넘겼다”면서 흥분했다.

사실 이번 보스턴 시장선거에 출마한 4명의 후보가 유색인종이거나 여성인 이른바 ‘마이너리티’였다. 미셸 우와 함께 최종 맞수로 남은 나머지 한 후보도 여성. 여성끼리 맞붙은 최초의 선거이기도 했다. 미셸 우는 64%의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보스턴글로브지는 사설에서 “Michelle Wu and the voters who propelled her to victory aren’t outsiders anymore; they are the real Boston.”이라고 썼다. 많은 보스토니안(보스턴 시민)이 한마음 한 뜻으로 ‘변화’를 전폭 지지한 결과라는 자부심을 읽을 수 있었다.

우 신임 시장은 대만에서 건너온 유학생 부모 밑에서 자란 이민 2세다. 시카고에 정착한 우의 부모는 우가 청소년기에 이혼했고, 그녀는 4남매의 맏이로 가장 역할을 했다. 하버드대에 입학하면서 보스턴으로 옮겨왔고,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보스턴컨설팅에서 첫 사회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그녀의 엄마가 병을 얻어 그녀는 시카고로 돌아가 동생들을 돌보게 된다. 그러면서 가족을 꾸리는 가장으로서 ‘리얼 라이프’의 어려움을 몸소 느꼈고, 현실적 문제와 맞닿은 법을 공부하기 위해 하버드대 로스쿨에 진학, 변호사가 됐다고 밝혔다.

학생 때는 정치에 별반 관심이 없었다는 그녀는 로스쿨 은사이자 유력 여성 정치인인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의 조언을 받아 정치에 발을 들이게 됐다. 워런 의원이 ‘정치인 미셸 우’의 될 성 부른 떡잎과 상품성을 일찌감치 알아본 것이다. 그녀는 2013년 보스턴 시의원에 당선되면서 동부 정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 2021년 시장 자리에까지 오르게 됐다.

우가 내세운 공약은 반대 진영에서 너무 급진적이라거나,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또는 이상적인 구호일 뿐이라는 공격을 받았다. 보스턴 대중교통을 무료화하겠다거나, 저소득층에 임대료를 대폭 낮추겠다, 그린뉴딜 정책을 시행하겠다 등 재원이 많이 드는 전형적인 민주당 성향 공약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보스턴글로브지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아마 백인 남성이 이 같은 공약을 내세웠더라면 ‘매우 진보적이고 야심차다’고 칭찬받았을 텐데, 아시아계 여성의 것이라고 이상적인 공약일 뿐이라고 폄훼해선 안 된다”고 썼다. 미국 내 어느 지역보다 보이지 않는 인종갈등과 소득격차가 심한 보스턴이 이제 급진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변화와 균형을 도모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최초의 여성 시장이다 보니, 그녀의 남편(Conor Pewarski)에 대해서도 관심이 뜨겁다. 그녀의 남편은 대학시절 만난 동갑내기로 예일대를 졸업하고 웰스파고, East Boston Savings Banks 등을 다녔지만 지금은 ‘전업아빠’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집에서는 미셸 우가 시장이라는 사실을 잊고 완전하게 쉴 수 있도록 정치에 관해선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밀레니얼을 리더로 내세운 보스턴 사람들, 보스턴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보스턴을 떠나서도 늘 관심 있게 지켜볼 생각이다. 그리고 그녀가 앞으로 미국 정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커나갈지도 궁금하다.

미셸 우가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 등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하버드 로스쿨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watch?v=CxM28OoWnaU)을 한 번 방문해보시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