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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여행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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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여행팁

미국에 오기 전 선배들로부터 “미국 가면 여행 많이 하는 게 남는 것”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다. 하지만 여름휴가 때 가족들과 국내외 유명 관광지를 다니면서 관광인파와 바가지 상술에 지친 경험만 잔뜩 가진 내 경우에는 여행이 그리 달갑지 않았다. 또 미국생활에서 가뜩이나 쪼들리는 생활비를 쪼개 여행비용을 충당하는 일도 쉽지 않은 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미국에 도착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가보고 싶은 곳이 많아졌고 주변에서 여행에 매달리는 사람을 쉽게 발견할 수 있게 됐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국에서부터 여행계획을 준비해왔는지 주말이면 가까운 곳으로, 연휴에는 어김없이 좀 더 먼 곳으로 훌쩍 떠나곤 했다.

우리 가족도 그런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점차 여행에 빠지기 시작했다.
처음 미국에 도착했을 때는 가까운 관광지부터 시작했다. 우선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 이내의 유명 관광지나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곳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달쯤 뒤에는 미주리주 내에서 가장 큰 도시인 세인트루이스와 캔자스시티에도 발을 들여놓게 됐다. 내가 사는 곳에서 각각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이 두 도시를 여러번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들었고 좀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그리고 3~4시간 거리의 주내 관광지도 찾게 됐다.

내가 주경계를 벗어나 처음으로 장거리 여행에 나선 것은 11월 하순 추수감사절 휴가 때 시카고를 다녀온 것이 처음이었다. 콜롬비아에서 시카고까지는 차로 7시간 반에서 8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출발 전에는 한번에 8시간을 어떻게 운전하나 걱정을 많이 했다. 이 덕분에 여러 가지 자료와 지도를 들여다보고 머리를 짜내면서 여행 기법을 많이 익히게 됐다.

그리하여 크리스마스 연휴에는 자동차로 20시간 걸리는 뉴욕시까지 무사하고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
내 경험으로는 여행은 가까운 곳부터 시작해서 점차 여행거리를 늘려가는 방식이 바람직한 것처럼 생각된다. 처음부터 욕심을 내서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은데 여행경험과 노하우가 많지 않은 경우라면 무리가 따를 수도 있는 것 같다.

또한 처음부터 장거리 여행에 익숙해지면 가까운 여행지가 시시하게 느껴져 정작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을 놓치고 귀국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연수를 마치고 귀국 준비하는 사람에게 주내 어디를 다녀봤냐고 물어보면 큰 도시 한 두개를 열거하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유명 관광지도 경험해 봐야겠지만 정작 접근하기도 쉽고 볼거리도 많은 자연환경을 놓친다면 무언가 손해 본 것 같지 않을까 싶다.

우선 장거리 여행을 하려면 먼저 목적지를 정해야 한다. 목적지를 정하면 가는 경로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나는 mapquest.com을 주로 이용했다. 이 사이트에 출발지 주소와 목적지 주소를 입력하면 최단경로와 자동차로 걸리는 소요시간까지 계산해준다. 사이트에서 출력된 자료에는 가야하는 모든 도로명을 표시해주기 때문에 실수하지 않고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다.

미국에서 여행을 떠나는 방식은 크게 비행기, 자동차, 철도, 고속버스(그레이 하운드) 등의 4가지가 있다. 비행기는 가장 최단시간에, 편하게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비행기는 한 가족(4명)이 움직일 때 비용이 만만치 않다. 또한 목적지에서 별도의 차량을 렌트해야 하고 많은 짐을 갖고 다닐 수 없다는 불편이 있다.

철도는 미국의 국토가 워낙 넓다보니 직접 연결이 닿지 않는 노선이 많다. 예를 들어 내가 거주하는 미주리주에서 동부나 서부를 가려면 철도로 7시간 정도 걸리는 시카고까지 갔다가 거기서 직접 연결되는 노선으로 갈아타고 가야한다. 미국의 철도망은 시카고를 중심지로 하고 여기서 방사선 형태로 전 국토를 커버하는 형태다.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현지에서 차량을 렌트해야하는 불편이 따른다.

그레이하운드는 대부분의 도시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최단거리로 가는 경우는 없다. 주요 지점들을 경유, 다소 우회하기 때문에 내가 직접 운전하는 경우보다 훨씬 운행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내가 직접 운전하는 경우보다 1.5배 정도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본인이 운전을 직접 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별로 권장하고 싶지 않다.

미국에서 자동차로 여행하는 경우의 큰 장점은 고속도로 통행료가 없다는 점이다. 특정 몇 개 주를 제외하면 고속도로 통행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언제든지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중간에 쉴 수도 있고 여행경로를 변경할 수도 있다. 다만 뉴욕과 시카고 등 대도시 주변의 몇몇 도로에는 톨게이트가 설치돼 통행료를 받고 있으며, 뉴욕주 같은 경우는 고속도로 진입로마다 톨게이트가 설치되어 있어 운행거리에 따라 통행료를 부과한다. 다만 이 경우도 통행료는 국내보다 저렴하다.

목적지까지의 경로가 파악됐으면 다음은 중간기착지를 정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고속도로의 속도제한은 70마일로 보면 된다. 주 법에 따라 65, 70, 75 마일 등 다양하지만 평균적으로 70마일을 생각하면 된다. 평균 시속 70마일(110㎞)로 10시간을 운전한다면 700마일(1,100㎞)을 운전하게 된다. 하루에 10시간을 운전한다고 해도 중간에 식사시간과 휴게소에서의 급유, 휴식시간 등을 포함하면 통상 12시간 이상을 차와 함께 하는 셈이다. 주변에서 이 이상의 거리를 운전하는 경우도 봤지만 내 경험으로는 무리인 것 같다. 목적지에 빨리 가고싶은 욕심이 있더라도 700마일 이내에서 중간기착지를 정하고 다음날 상쾌한 기분으로 다시 출발하는 것이 좋다.

숙소는 예약하지 않고 가는 것과 미리 출발 전에 중간기착지를 정하고 숙소를 예약하고 떠나는 방식이 있다. 예약하지 않는 방식은 여행일정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 이점은 있지만 아무래도 미리 예약하는 방식보다 조금 비싼 비용을 지불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에도 각 휴게소에 비치되어있는 쿠폰북을 들고 전화로 몇시간 전에 예약하면 약간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미리 출발 몇일 전에 예약하는 경우에는 인터넷으로 priceline.com을 활용하면 시설 좋은 호텔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유사한 사이트로는 hotel.com이나 expedia.com 등이 있다. 내 경우에는 정상 rate가 200달러인 호텔을 55달러에 잡아 이용한 경우도 있었다. 다만 단점은 호텔비가 예약순간에 지불되며 어떤 경우에도 환불이 안되고 반드시 예약날짜에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숙소는 호텔, 모텔, Inn, B&B, 유스호스텔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호텔은 시설이 좋은 대신 다소 비싸다는 단점이 있으므로 Motel, Inn, B&B 등을 이용해도 무방하다. B&B는 Bed and Breakfast의 약자로 아침식사가 제공된다는 점이 장점이다. 하지만 그 숫자가 모텔이나 Inn 만큼 많지 않아 찾기가 쉽지 않다.

Motel, Inn의 경우에는 호텔체인 형태로 되어있는 것이라면 대체로 시설이 나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호텔에 숙박할 때보다 이런 곳에 머물 때의 장점은 저렴한 비용 외에도 취사가 허용되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한국 여행자들은 여행 중 밥을 해먹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는 이런 곳이 눈치가 보이지 않아서 좋다. 또한 숙박지를 정할 때는 고속도로나 주요 간선도로에서 접근하기 쉽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을 찾는 것이 좋은데 내 경우는 가급적 공항 근처에 찾는다. 왜냐하면 공항 근처는 일단 찾아가기가 용이하고 도로망이 사통팔달로 잘 연결돼 있으며, 호텔들이 한꺼번에 몰려있고 여행객의 안전에 신경을 많이 써 치안상황이 좋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