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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서부 여행지 베스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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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미국 서부로 연수를 왔다면 동부를 가볼 일이고 동부로 연수를 왔다면 서부를 여행해 볼 일입니다.

요즘은 귀국 전에 미리 짐 부쳐놓고 한달 정도 유럽을 돌다가 들어가는 게 연수자들 사이에 새로운 유행이 되고 있는데 유럽을 도는 것도 좋고 6-9월사이에는 시간을 내서 알라스카를 한번 가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저의 경우 동부순방길에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아웃터뱅크스(Outer Banks)를 갔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양쪽으로 바다가 펼쳐지는 모래사구가 수백킬로에 걸쳐 이어지는 특이한 지형도 지형이지만 낚싯배를 빌려 대서양에서 뛰놀던 190파운드짜리 참치를 잡아 회쳐먹은 일이야말로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역시 여행은 찍고 도는 것보다는 직접 참여하고 체험하는 것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동부지역을 갈때는 역시 날씨가 그래도 괜찮은 4-6월이나 9-10월이 가장 좋은 것 같고 특히 뉴욕의 경우 시내에서 주차가 거의 불가능하고 그런만큼 한인관광업체가 운영하는 1일 관광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효율적으로 보고 배울 수 있는 방법이어서 추천할 만 합니다.

저의 경우 뉴욕 1일관광(1인당 70달러-점심 포함)에서 워낙 박학다식하고 훌륭한 가이드를 만나서 정말 짧은 시간에 많은 걸 보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서부지역으로 여행을 오신다면 우선 그랜드캐년과 자이언캐년,브라이스캐년으로 이어지는 캐년지역과 레이크파월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랜드캐년의 웅장함과 신묘함이야 다시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당나귀 타고 계곡 밑으로 내려가서 하룻밤 자고 오는 트레일 코스를 반드시 경험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자이언캐년과 브라이스캐년은 그랜드캐년 노스림(North lim)에서 그리 멀지 않은데(차로 3시간 남짓) 자이언캐년은 남성미 물씬 풍기는 거대한 암벽들과 1920년대에 뚫었다는 1.2킬로미터의 암벽터널이 볼만 합니다. 터널 중간중간에 암벽을 밖으로 뚫어 자연채광을 한 것도 인상적이지요. 브라이스캐년은 지상에 이런 광경이 다시 있을까 싶을 만큼 바람이 빚어놓은 조각작품들이 널려있습니다.

자이언캐년에서는 정상으로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트레일 코스를,브라이스캐년에서는 밑으로 내려가서 조각작품들을 위로 올려다보는 트레일 코스를 경험해봐야 제대로 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부지역에서 그래드캐년을 갔으면 라스베가스가 숙소가 되기 십상일 것입니다. 자이언캐년에서 라스베가스 까지는 약 5시간 거리인데 그 중간에 세계 최대의 인공호인 레이크미드와 주립공원인 불의계곡(Valley of Fire)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불의계곡은 화성침공 등의 영화를 촬영한 장소로도 유명한데 주립공원이라고 무시하고 지나쳤다가는 정말 지구상의 풍경같지 않은 희한한 풍경을 놓치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모래에 발이 푹푹 빠지는,사방으로는 붉은 바위와 모래밖에 없는 황량한 사막트레일 코스도 있어서 정말 재밌습니다.

라스베가스에서 서쪽으로 LA를 향해 가다보면 데쓰밸리(Death valley)가 있습니다.

동부에서 연수하신 분들의 경우 귀국길에 서부여행을 하다보면 7-8월에 데쓰밸리를 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참으로 말리고 싶은 여행계획입니다.

7-8월 데쓰밸리는 온도가 최고로 올라갈 때라 한낮에는 온도계 수은주가 더 이상 올라갈수 없을 만큼 치솟는 게 보통입니다.

실제로 모 기자의 경우 귀국길에 데쓰밸리에 들렀다가 밸리 한가운데서 자동차가 서는 바람에 모진 고생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시동꺼진 자동차안에서 에어컨 없이 있자니 죽을 것 같아서 밖으로 나왔더니 더 죽을 것 같았다고-세상에 그렇게 공포스러운 경험은 처음이었다고 그러대요.

데쓰밸리는 11월부터 3월 사이에 가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캠핑을 하는 것도 방법인데요 사막 한가운데 밤의 장막이 깔리면 검푸르게 빛나는 하늘과 빨간 사막이 딱 절반씩 시야를 차지하는 아주 환상적인 광경이 펼쳐집니다.

팜스프링스도 11월부터 3월까지가 좋은 시기입니다.

간혹 한여름 팜스프링스가 제맛이라는 분들도 있지만 그건 호텔들이 대거 세일을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호텔들은 온천이라고 해도 뜨뜻미지근한 물밖에 없는 반면 진짜 뜨거운 맛을 보여주는 한국식 온천장도 몇군데 있습니다.

하지만 팜스프링스의 제맛을 즐기려면 돈 아끼지 말고 좋은 호텔 잡아서 편히 쉬는 게 역시 제격입니다.

서부에서 제일 권할만한 드라이브코스로는 누구나 샌디에이고에서 샌프란시스코 북쪽 오레콘 코스트로 이어지는 1번국도(Pacific Coast Highway)를 꼽습니다. 명불허전 이라고 실제로 1번국도는 위로 아래로 몇번을 왔다갔다 해도 절경에 절경이 이어지는 코스입니다.

그중에서도 샌터바라라에서 피스모비치를 거쳐 페블비치,몬터레이만 그리고 Seventeen miles로 이어지는 코스가 백미지요.

하지만 산타모니카에서부터 남쪽으로 리돈도비치(Redondo beach)를 거쳐 롱비치,씰비치,헌팅턴 비치,뉴포트비치,라구나비치,샌클레멘테,라호야로 이어지는 1번국도 남쪽 코스도 안보면 후회할만한 명승의 연속입니다. 특히 헌팅턴 비치와 라구나 비치,샌클레멘테 비치에서는 보드를 빌려서 파도타기를 꼭 한번 해볼일입니다. 파도가 무지 세서 서퍼들의 천국으로 불리우는데 서핑은 못해도 보드타기 정도는 해볼만 합니다.

서부의 국립공원중에선 요세미티와 레드우드가 제일 권한만 합니다.

요세미티는 물이 많은 5-8월까지가 제일 좋은 시기인데 계곡마다 누구나 들어가서 맘대로 수영할 수 있습니다.

여름철에는 밤에도 계곡내 온도가 29-30도를 오르내릴만큼 무덥기 때문에 계곡이 한층 더 매력을 발합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레드우드국립공원까지 가는 길은 무지하게 꼬불꼬불한데 중간에 맨도시노 해변은 청정해변으로 전복과 홍합이 유명합니다. 전복을 따려면 잠수를 해야 하지만 홍합은 그냥 지천이라 따서 끓여먹으면 됩니다. 진짜 맛있습니다. 홍합은 원래 중금속을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어서 다른 지역에 있는 홍합은 따먹으면 큰일 난답니다.

레드우드 국립공원은 거대한 삼목이 인상적이고 그야말로 천지간에 나무와 나밖에 없는 듯한 원시적인 힘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국립공원 다 다녀봤지만 레드우드가 제일 좋더라는 사람도 간혹 있는데 저도 그말에 어느정도는 공감합니다.

서부지역은 아니지만 옐로스톤국립공원의 경우 버팔로(bison),곰,사슴,엘크,늑대 등등의 동물들이 수두룩한데다 공원내 풍경이 워낙 제각각이어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 합니다. 옐로스톤을 갈때는 망원경이 필수입니다.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나파밸리도 추천할만 합니다.

포도주 생산지로 유명한 나파밸리에 가면 포도원 사이사이로 포도주 양조장(Winery)들이 멋스럽게 서 있는데 1인당 5달러정도 내면 4-5잔씩 각기 다른 포도주를 맛보게 해줍니다. 와이너리내 잔디밭에서 빵과 포도주,치즈로 식사를 즐길 수도 있는데 말 그대로 ‘풀밭위의 점심’이지요.

그밖에도 크레이터 국립공원,레이크 타호,킹스캐년,세쿼이야 국립공원 등등 서부에는 가볼만한 곳이 워낙 수두룩 합니다.

남쪽으로는 샌클레멘테가 정말 아름다운 해안 절경을 자랑하고 예술인들의 도시로 유명한 라구나비치에서는 즐비한 화랑들 사이를 거닐면서 미국 여피족의 삶을 살짝 엿볼 수도 있습니다.

샌디에이고에서부터 북으로 샌프란시스코까지 중간중간 쉬면서 죽 올라가거나 시애틀에서 시작해서 레드우드-크레이터-레이크타호-요세미티-킹스캐년^세쿼이야를 거쳐서 내려오는 코스를 짜면 자동차 여행코스로 제격이지요.

다만 로스엔젤레스 시내관광 만큼은 누구한테도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이른바 관광책자에 나오는 베버리힐스니 산타모니카해변이니 헐리우드니 선셋대로니 맨스차이나 극장이니 다 ‘꽝’입니다.

볼 것도 없고 천박하고 실망감만 더하기 십상입니다.

그리피스 천문대에 올라가면 야경은 멋있다고 우기는데 뉴욕에서 야경 봤으면 LA 야경은 야경 축에도 못낍니다.

공연히 LA시내 들르느라 우회할 것 없이 1번국도 타고 그냥 내처 북으로든 남으로든 치닫는 게 훨씬 나은 여행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