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찰스톤에서 일어난 백인 청년의 증오범죄가 이슈다. 바로 2달 전에는 north 찰스톤에서 경찰이
정지 신호를 무시하고 달아나는 흑인의 등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가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은
경찰에 대한 숨진 흑인의 공격은 물론 저항도 없었다는 것이다. 또 얼마 전에는 주민들의 신고를 받
고 출동한 경찰이 소란스러운 생일 파티를 즐기는 10대 흑인여자를 무자비하게 체포하는 모습이 방송
을 타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말처럼 슬프고도 익숙한 모습이다.
이들 사건의 과정이나 진실이 무엇이든 미국에서 처음 느끼는 공포는 경찰이다. 경찰차가 나타나면
대부분의 차들은 속도를 낮추고 길을 양보한다. 저 앞에서 다른 차를 단속하는 모습이 있어도 마찬
가지다. 속도를 낮추고 일찌감치 단속중인 차선 하나를 비워둔다. 만약 단속현장 옆을 과속으로 달
리면 경찰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되어 딱지를 끊을 수도 있다.
경찰 공권력의 공포와 함께 한국과 다른 점은 경찰의 종류도 여러 가지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찰청 소속 일반경찰과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자치 경찰이 전부다. 이런 일원화된 체계로 한 사건
을 서로 다른 부서에서 조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다.
* 미국의 돋보(잡) 경찰
미국은 정말 듣도 보도 못한 경찰이 가지가지다. 내가 살고 있는 조지아주 애덴스의 경우, 조지아대
학교(UGA)에 다니는 대학생 K가 중범죄(felony) 수준의 범죄에 연관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가정
하자.
학교에서 막 돌아온 초저녁, K는 누군가 기숙사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UGA 대학경찰이다.
대학에는 안전을 담당하는 대학경찰이 있다. 지난해 학생식당에서 학생사이의 주먹다짐이 있었는데
그때 경찰이 무자비 하리 만큼 강하게 학생들을 체포했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고분고분 질문에 답했다.
간단한 조사가 끝나고 돌아서는 순간, 또 다시 초인종이 울린다. 이번에는 Athens 시 경찰이다. 방금
대학 경찰이 다녀갔다고 설명했지만 소용이 없다. 꼬치꼬치 질문이 시작됐다.
똑같은 대답을 하고 잠자리에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초인종이 울린다. 카운티 소속의 쉐
리프(sheriff)다. 2명의 경찰이 이미 다녀갔다고 말했지만 역시 콧방귀다. 질문은 더 구체적으로 길
게 이어졌다.
오늘 운이 참 없구나 생각하는 순간 다시 초인종이 울린다. state police에 해당하는 고속도로 패트
롤이란다. 교통경찰이면 과속이나 잡을 일이지 왜 대학까지 왔냐는 질문을 막 하려는 순간, 사건이
특정 도로에서 차량이 연관된 일이라며 질문을 시작한다.
오늘 잠을 자야 내일 학교에 갈수 있다는 생각으로 잠을 청하는 순간 다시 초인종이 울린다. 이번에
는 화를 좀 내야겠다고 문을 여는 순간, 두 남성이 FBI 배지를 보여준다. 영화에서 많이 봤던 장면이
다.
그날 K의 문에는 2명의 경찰이 더 다녀갔다. 조지아 주 소속의 FBI라고 할 수 있는 GBI, 컨스터블이
라고 불리는 경무관이었다. 이들은 각기 소속이 다르다. 당연히 이들의 임명권자도 다르고 월급을 주
는 곳도 다르다. 사건의 발생에 따라 기초 단위를 담당하는 경찰이 먼저 수사를 시작하는 것은 맞지
만 다른 경찰 역시 누구나 수사를 할 수 있다. 가끔 영화에서 보면 나와바리(관할권)를 놓고 미국 경
찰들이 기 싸움을 하는 모습은 이 때문이다.
* 셰리프는 교통단속을 하지 않는다?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경찰은 연방 경찰 FBI다. 이들은 말 그대로 각주의 경계를 넘나들며 수
사를 한다. 마약 납치 테러 같은 범죄가 그들이 해결해야 하는 주요 업무다. 특이한 점은 폴리스라는
이름이 아닌 쉐리프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경찰이 있다.
이들은 서부영화에서나 보았던 보안관 sheriff는 일반 경찰보다는 중요 범죄를 다룬다. 나의 ESL 선생
님은 셰리프는 과속을 잡지 않기 때문에 셰리프가 나타나도 속도를 줄일 필요가 없다고 했다. 경험에서
나오는 중요한 정보였지만 맞지 않다. 셰리프가 과속보다는 좀 더 심각한 범죄를 다루는 것은 맞다.
하지만 언제든 과속을 단속할 수 있다. STOP 사인도 마찬가지다. 셰리프가 중요 범죄를 안 다루고 자잘
한 과속이나 단속하냐고 속으로 생각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절대 교통 단속을 무시하고 도망가지 말라.
north 찰스톤의 흑인은 도망가다 등에 총 맞았다.
그 외에도 SWAT처럼 대 테러를 담당하는 경찰도 있다.
* 총보다 무서운 경찰 권위
미국 경찰의 잦은 총기 사고, 또는 인종 차별에 대한 차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찰은 절대적인
권위를 인정받는다. 예우도 많다. 공연이나 비행기를 탈 때면 일반인들에 앞서 방송을 통해 유니폼을
착용한 사람들을 배려한다. 군인이나 경찰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그들이다. 경찰의 폭력도 우리 시각으
로는 과도하다고 느낄 정도지만 자신들의 안전에 위협이 든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총을 빼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경찰에 대한 권위를 인정해 주는 미국 사람들의 묵인 내지 합의가 있다. 총기
가 자유롭게 허용된 나라에서 항상 이들이 대다수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목숨을 걸고 일을 한다는 점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찰들이 흔히 하는 하소연은 박봉에 ‘짭새’라고 불리는 대중의 경멸적 시각이다. 민주주
의가 아니라 고문과 폭력으로 독재 정권을 사수했던 과거의 행적은 지금까지도 깊은 트라우마를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떤 모습인가? 미국의 경찰이 우리가 지향해야할 경찰의 모습은 결코 아니지만
최소한 우리 경찰도 권위를 인정받는 시대가 오기를 기대한다. 그건 경찰 스스로의 손에 달렸다.
☞이 글은 조지아주 칼빈슨 정부연구소의 윤태식 박사님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