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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or De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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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를 찾았다. 내 지갑에는 얼마 전 새로 만든 debit 카드(체크 카드)가 있었다. 커피 주문은
껌이다. 한국에서 하던 대로 그대로 하면 된다. 호호. 계산하는 순간 주문을 받던 ‘눈썹 가지런한’
언니는 내게 말했다.


“Swipe your card, please”(카드 긁으세요).
“Okay”


자신 있게 debit 카드를 긁었다. 그런데 카드 단말기에 ‘credit’ or ‘debit’ 이라고 뜬다.
그리고 그 언니가 묻는다.


“Credit or debit? “


 난 속으로 생각한다.


‘얘 지금 뭐라니, 내가 들고 있는 카드가 debit 카드인데 갑자기 신용카드 이야기는 왜 하는 건데?’


그러나 나는 속 마음을 숨기고 그녀가 내 카드가 무슨 카드인지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부드럽게
대답했다. “Debit, please” 그랬더니 언니가 pin number를 누르라고 했고, 난 얌전히 내 비밀번호를
누른 뒤 계산을 마쳤다. ‘우리나라에서 체크카드를 사용할 때는 비밀번호 누르는 절차가 없는데 미국
은 역시 보안이 철저하구나.’라고 감탄하면서. 커피는 달콤했고, 이렇게 나의 미국 생활 정착은 부드
럽게 시작됐다?


여기서 잠깐! 아는 분들은 눈치 채셨을 지 모르겠다.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맞다. 난 커피값 외에도
체크카드 사용 수수료 50센트를 그 순간 추가로 지불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이야기 해주지 않는다.
영수증에도 안 찍힌다. 돈이 빠져나간 내 통장 잔고만이 말해줄 뿐이다.


무슨 이야기냐고? Debit 카드의 정확한 사용법에 대해서는 미국 현지인들도 잘 모르고 있었다. 내가
아는 미국인들에게 물어봤는데 둘 다 debit card로는 debit 이라고 말하고 사용하는 방법만 알고 있
었다. 물건 살 때마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즉 데빗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50센트씩을 추가로(나도
모르게) 내는 것이 상관없다면 이 이야기는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데빗 카드(체크 카드)는 내
통장 잔고에서 돈이 바로 빠져나가는 것인데, 무슨 수수료를 또 내나?’라는 생각이 드는 분이라면
이 이야기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미국에서 결제를 하기 위한 방법은 크게 현금과 개인수표, 신용카드, debit card(체크 카드), 선불카
드 등이 있다. 예전에 현금과 신용카드, 수표를 주로 사용했다면 최근 신용 위기를 겪은 뒤에는 데빗
카드(우리나라의 직불카드, 체크 카드)의 이용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이 데빗 카드는 결제 방식에 따
라 다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내가 스타벅스에서 결제하는 데 사용한, PIN 번호 입력형 데빗 카드
(debit)와 결제시 서명을 하는 실명형 데빗 카드(credit)로 구분된다. 얼핏 보면 비밀번호인 PIN번호
를 입력하는 카드 사용(debit)이 더 안전할 것으로 보이지만, PIN 입력형 데빗 카드는 카드를 잃어버
리고 비밀 번호가 노출되면 타인이 쉽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요즘 금융 전문가들은 서명을 하고
사용하는 실명형 데빗(credit 방식)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debit 카드를 사용할 때 PIN 번호를 입력하는 ‘debit’이 아닌 ‘credit’이라고
외쳐야 하는 이유는 그 혜택에 있다. PIN 번호를 입력해서 결제하는 debit 결제 방식은 소비자 입장
에서 좋을 것이 별로 없다. 우선, 가장 큰 차이점이 앞에서 잠깐 설명한 수수료. 결제할 때마다 큰 돈
은 아니지만 50센트씩 계좌에서 수수료로 차감된다. 정착 초기에 하루에도 수 차례 월마트와 이케아,
한인마트, 코스트코 등에서 결제를 했던 나로써는 이 수수료가 결코 적지 않았다.


대신 한 가지 혜택이 있는데 그것은 cash back 서비스다. 데빗 카드로 debit을 선택해 결제하다 보면
“Do you need cash back?” 이라는 문구와 함께 $20 , $40 등등이 뜬다. 예를 들어 물건을 35불 어치
산 뒤 내가 현금 잔돈 20불이 필요하다 싶으면 카드로 55불을 결제하고 20불은 거스름돈으로 받는 방식
이다. 미국에서는 한국과 비교해 ATM 기기를 찾기 쉽지 않고, 또 자신의 주거래 은행에서도 현금을 인출
할 때 수수료를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금이 필요할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급하게 현금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내 통장에서 현금이 빠져 나가는 데빗 카드(체크카
드, 직불카드)를 사용하면서 수수료를 따로 낼 필요가 없다. 즉, “Credit, please.” 라고 대답했어야
하는 것이다. 대부분 상점에서 데빗 카드를 사용할 때 자연스럽게 진행이 그냥 수수료를 무는 debit으
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럴 땐 분명히 ‘credit’이라고 말한 뒤에 기기에서 ‘취소’ 버튼
을 누르고 다시 credit 버튼을 누른 뒤 서명을 해야 한다. 기기에 따라 처음에 ‘credit or debit’이
뜨지 않고 바로 debit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땐 credit으로 계산하겠다고 말하면 ‘취소’
버튼을 누르라고 하거나 ‘bypass debit’ 버튼을 누르라고 안내한다. 점원이 안내하는 대로 하면 된다.
데빗 카드(Credit 결제 방식 선택) 사용도 신용카드 사용 포인트처럼 포인트가 적립된다고 한다.


오늘도 마트에서 Gummy bear(젤리 곰)를 구입하며 나는 데빗 카드를 긁은 뒤,‘credit’ 방식을 선택해
계산했다. 1~2불 짜리 물건을 사면서 50센트를 수수료로 낼 수는 없지 않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