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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ving in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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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이 ‘상대적으로’ 발달한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고, 미국에서는 자동차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합니다. 미국의 집에 도착한 첫날, 걸어서 5분 거리인 편의점을 가려고 했지만 횡단보도가
없어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차를 타지 않고는 ‘동네 앞 가게’ 조차 걸어서 가기가 어려운
미국의 사정을 첫날부터 실감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패스트푸드 점만 드라이브 인이 가능한
것이 아니고 공공 도서관의 책 반납, 은행의 예금출납도 드라이브 인이 가능하도록 돼 있습니다.
자동차가 문자 그대로 발인 셈이지요. 미국에서의 면허취득, 도로운전은 연수생활을 시작하면서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였습니다


 


미국에서의 면허따기 


운전면허 주관 기관은 미국 공공기관중에서도 불친절하기로 악명 높은 자동차 교통국(DMV :
Division of Motor Vehicles)입니다. 면허시험을 치르기 위해 교통국에 가면 먼저 시력검사 차원
에서 숫자, 알파벳 및 도로표지판 식별 테스트를 하고, 이후 필기시험(25문제)과 도로주행 시험을
봅니다. 제가 연수를 하고 있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채플힐에서는 다행히 한국어로도 필기시험
을 볼 수 있습니다.


필기시험은 25문제중 20문제를 맞추면 됩니다. 필기시험 문제는 노스캐롤라이나주 DMV 홈페이지의
‘운전자 가이드북’ http://www.ncdot.gov/dmv/driver/license  를 기초로 출제됩니다. 단 한국어
로 시험칠 때는 한국어 번역이 어색한 문제도 다수 있습니다. 미리 유학생이나 교포들이 만들어 둔
기출문제를 읽어보고 가면 도움이 됩니다.


자동차와 보험증서를 가지고 가야 면허시험을 볼 수 있는데 자동차를 구입하지 못했을 경우, 보통
렌터카로 시험을 보게 됩니다. 렌터카로 주행시험을 볼 경우 30일 정도만 유효한 임시면허(fleet
license)를 받게 됩니다. 시험 당일에는 종이로 된 가(假) 임시면허증을 주는데 사진이 부착된
플라스틱 면허증은 2~3주 정도 후 배달됩니다. 임시면허를 취득한 뒤 차를 구입했다면, 구입한 차
의 보험증서를 가지고 가면 정식면허증을 발급해줍니다. 따로 수수료(10달러)를 내야합니다.


주행시험에 들어가기에 앞서 3포인트 턴(교행이 불가능한 도로에서의 U턴 , 차의 전 후진을 3차례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명칭이 붙었음)을 시키는 데, 후진을 할 때 반드시 오른쪽 어깨를 조수석
등받이에 걸고 몸을 완전히 뒤로 돌린 뒤 후진(shoulder check)해야 합니다. 룸미러로만 후방을
확인하고 후진하는 습관을 가진 운전자들은 주의해야 합니다.


도로 주행은 10~15분 정도 교통국 사무실 주변에서 차를 몰아보는 것입니다. 한적한 동네 한 바퀴
를 돌아본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큰 어려움은 없지만 조심해야할 것이 있습니다. 규정속도를 넘는
것도 문제이지만, 규정속도보다 너무 천천히 운전을 해도 지적을 받습니다. 운전자 가이드북에도
가장 골칫거리 운전자를 ‘굼벵이 운전자(slow driver)’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 도로
의 특징은 대부분의 교차로에서 ‘비보호 좌회전’ 을 허용한다는 점입니다. 도로시험을 보는데
비보호 좌회전 구간이 몇 군데 있었고 시험관이 좌회전 하는 방법을 유심히 살폈습니다. 또한
좌회전 신호가 들어와있으면 좌회전, 좌회전 신호가 꺼져있으면 정지해야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푸른 색의 좌회전 신호가 들어와있을 때는 물론이고 빨간 좌회전 신호가 깜빡거릴 경우
에도 반대편 차선의 직진차가 없으면 좌회전이 가능합니다.


사족으로 미국 행정처리의 ‘답답함’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이 바로 DMV 입니다. 제가 찾은 날 DMV
에는 3명의 공무원이 있었는데 이들이 제각각 서류심사, 필기시험 감독업무와 도로주행 감독업무를
봤습니다. 서류 업무는 서류 업무대로 주행감독은 주행감독대로 업무를 분장하면 훨씬 많은 지원자
들이 시험을 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자신이 서류업무 처리한 지원자를 전담으로
업무처리를 했습니다. 이들은 업무의 경중이나 난이도와 상관없이  ‘A라는 사람의 업무를 끝내야
다음차례인 B라는 사람의 업무를 본다’는 태도였습니다. 저의 경우 렌터카로 임시면허를 먼저 딴
후 며칠 뒤 차를 구입하고 정식면허로 바꾸러 갔는데 이는 2~3분도 걸리지 않는 업무였지만, 제 앞
에 있는 면허시험대기자들이 주행시험을 마칠 때까지 2시간이나 기다렸다가 겨우 수수료를 내고
정식면허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면허시험 지원자용 창구와 별도 업무용 창구를 따로 운영하면
훨씬 진행이 빨랐을 것으로 보였지만 고지식할 정도로 ‘First come, first served’ 원칙을 지키
는 것이 이곳의 일 처리 방법이었습니다.  


 


직진차 우선 철저, 고속도로에서 저속진입은 금물


넓은 도로와, 가로질러 운전해서 차를 대도 될 것 같은 여유있는 주차장, 대부분 통행료를 내지않
는 고속도로…. 좁고 복잡한 한국의 도로에서 차를 몰던 한국운전자들에게 미국은‘운전자의 천국’
이라는 상상이 들 것입니다. 하지만 2개월 정도 미국에서 운전해 본 결과 미국이 운전자의 천국이
라는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맞지 않는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시내에서는 한국에서 운전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고 차를 몰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운전자들은 적어도 고속도로가 아니라면 양보운전 습관이 몸에 배어있는 것 같습
니다. 가령 차로가 없어져 차로를 변경해야할 때 구간의 끝에서 끼어들어가더라도 열에 아홉은 양보
해 줍니다. 직진차 우선 원칙에 철저한 것도 특징입니다. 주도로에서 운전할 때, 200~300m 이상 떨
어진 전방의 사잇길에서 차들이 진입 대기하는 모습이 보이더라도 굳이 속도를 낼 필요가 없습니다.


미국 운전자들은 진입을 준비할 때 융통성이 없다 싶을 정도로, 진행차로의 차를 모두 보내준 뒤
차를 진입시킵니다. 조금만 틈이 있어도 주도로에 진입시키지 못해 애면글면하는 한국식 운전습관은
금물입니다.


그러나 고속도로에 진입하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마치 다른 얼굴을 보는 것 같습니다.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고속도로에 진입할 때 절대 속도를 줄여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서는 진입차가
속도를 줄이고 진입을 시도하면 고속도로의 주행차량도(일부 운전자를 제외하면) 속도를 줄여주는
것이 관례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고속도로의 진행차량이 램프에서 진입하는 차를 위해 속도를
줄여주지 않습니다. 저도 미국에서 처음으로 고속도로를 탔을 때, 진입램프에서 저속으로 고속도로로
진입하다가 빠른 속도로 그대로 달려가는 진행차량 때문에 사고를 당할 뻔 했습니다. 그 이후 고속
도로에 진입할 때는 램프에서부터 고속도로의 제한속도까지 가속하면서 진입합니다. 진입을 못할 것
같으면 램프 끝에서 아예 차를 세우고 충분한 거리가 확보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상책입니다.


고속도로에 나가면 시내에서와 달리 끼어들기도 많이 ‘당합니다’. 한국에서라면 끼어들었다가
욕먹기 좋은 거리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차들이 깜빡이도 켜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차 앞으로 끼어
들어옵니다. 미국은 총기소유가 합법적인 나라라서 이런 경우를 당해도 한국에서 처럼 경적을 올릴
수도 없고, 스스로 조심해 운전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미국 운전자들은 안전
거리를 유지한다는 개념이 희박한 것 같습니다. 고속도로 진입차량을 보고 주행차량이 속도를 줄여
주지 않는 이유도, 아마 속도를 줄이는 것이 속도를 내면서 따라오고 있는 뒷차에게 위험이 될 것
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은 아닐까라고 추측합니다. 좋게 말하면 차량의 흐름을 중시한다는 얘기일 수
도 있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