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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yalty always trumps compete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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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의 명칭은 U.S. Department of State입니다.
이름만 보면 우리의 행정안전부 같지만 사실은 미국의 외교업무만 관장하는 부처입니다. 1789년
설립 이후 맡았던 조폐국 운영, 통계 조사 같은 내정 기능이 다른 부처로 이관됐다는 설명이 있
긴 하지만 명칭과 역할의 부조화라는 느낌은 여간해서 지울 수 없습니다.



가까이 힐러리 클린턴이나 매들린 올브라이트, 콜린 파월에서 멀리 헨리 키신저까지 우리에게도
낯익은 이름들이 거쳐 간 국무부의 수장은 세계의 관리자 또는 세계의 부통령이라고도 불립니다.
지난해 의회의 반대로 측근인 수잔 라이스를 이 자리에 앉히려 했다가 뜻을 접었던 오바마 대통
령이 최근 그녀를 의회 인준이 필요 없는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했습니다. 수잔 라이스가 존
케리 국무장관과 어떻게 관계정리를 할 것인지도 관심사인데 신임이 두터운 aide가 대통령에게
미치는 영향이 secretary보다 강력한 예는 우리의 청와대만 보더라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워싱턴 정가에서 오래 전부터 예상됐던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을 비롯한 보수 언론들은 이
번 선택을 DISASTER로 묘사했습니다. 이들은 특히 벵가지 스캔들로 타격을 입은 라이스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말합니다. 언론이나 의회와 신뢰관계가 없는 그녀가 미국의 각종 외교정책을
입안해 관련부처 공무원들이나 전문가들과 토론하고 막후에서 의회 지도자들과 협조해 나갈 수
있겠냐는 것입니다. 유엔 대사로 있으면서도 시리아 문제나 이란 제재에 있어 중국이나 러시아를
설득하는데 실패한 만큼 오바마의 인선은 loyal soldier에 대한 보상에 다름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조금 중도적 언론을 보더라도 이번 인사의 중요한 요인으로 loyalty는 결코 빠지지 않습니다.
라이스는 2008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과감히 candidate Obama를 선택했
습니다. 라이스 말고도 그녀의 뒤를 이은 사만다 파워 유엔대사 지명도 뒷말을 낳고 있습니다.
파워는 오바마 대통령의 보좌관 출신으로 캠프에서 만나 결혼한 남편 캐스 선스타인은 오바마
공공정책의 멘토로 불립니다. 이 밖에 오바마의 측근들은 집권 2기 내각의 곳곳에 포진해 있습
니다.



최근 오바마는 National Security Agency의 통신, 인터넷 사찰로 곤경을 겪고 있습니다. 선거 때
마다 자신을 도왔던 뉴욕타임스마저 정부의 사찰과 관련해 오바마가 상원의원 시절이나 대통령
후보시절 했던 언급을 그대로 적시하며 오바마로부터 등을 돌렸습니다. 온라인의 강자 허핑턴 포
스트는 최근 정부의 사찰 권한 강화와 관련해 오바마 정부가 전 정부와 다를 바 없다며 ‘조지 W
오바마’를 헤드라인으로 올리고 이 사진을 머리에 실었습니다. 백마디 기사보다 효과적입니다.




미국의 자유와 안보의 상충관계에 대해 상원의원이나 대통령 후보 시절의 입장을 대통령이 돼서도
유지할 수는 없다고 생각이 됩니다만 그의 신뢰는 분명 추락한 것 같습니다. 집권 내내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온 공화당 때문에 오바마에게는 자기편이 절실해 보입니다. 우리도 집권 후반기 측근
에 의존하는 대통령들을 많이 봐 왔지만 측근들의 장막에서 제대로 된 민심을 파악하기란 매우
어려웠습니다.   



충성심과 능력 사이의 관계와 관련해 이번 인사에 가장 비판적일 수밖에 없는 Fox news의 기사
한 줄을 소개합니다.



In politics, loyalty sometimes trumps pragmatism. It almost always trumps compet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