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오기 전에 주변에서 많이 들은 말.
“MBA 나와도 미국에서 취업하기 어렵다.”
하지만 나는 돌아와서 계속 하던 일을 할 것이기 때문에 한 귀로 듣고 흘렸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그 결과가 궁금하긴 했다.
결론은 ‘No”. 우리 학교에 커리어를 업그레이드하러 온 한국인 동기들을 보면 취업이 잘 풀렸다.
예를 들어, 뉴욕에 있는 세계적인 투자은행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해오던 애들의 대부분이 합격했다.
여자들의 경우, 준비생 4명 가운데 3명이 인턴 채용기간에 바로 합격해 취업으로 이어졌고, 1명은
투자은행에는 못갔지만 최근에 맥킨지(한국)에 합격했다. 투자은행에 합격한 여자애들의 이전 직장
은 삼정 KPMG(한국), 삼성증권->KOTRA, 제일기획->영화 배급사 Lionsgate(뉴욕)이고, 직장 경력
은 3~5년 정도이다.
남자들은 합격하기까지 이 보다 몇 달 더 걸렸지만 결국은 원하는 분야에 취업했다. 컨설팅 분야
의 경우, 위에서 말한 여학생 말고도 SK 에너지에서 과장급이었던 남학생이 맥킨지(한국)에 합격
했고, 미국에서 쭉 중고등•대학교 나온 뒤 보험업계에서 일했던 한 교포는 STRATEGYN에 합격
했다.
주변을 보니 아시아인이 미국내 컨설팅에 합격하기가 꽤 어려운 것 같다. 이 친구도 거의 포기할
무렵에 합격했다. 최근에 내가 가장 놀란 일은, 광고업과 제조업에서 일하다가 회사를 그만 두고
온 44살 1학년생이 맥킨지 한국 인턴에 합격한 것이다. 맥킨지는 나이를 보지 않는 것 같다.
삼성, SKT, 한국은행, 기업은행, 한국거래소 등 회사의 지원을 받고 온 학생들은 학업에 비중을
두고 남는 시간에 마음 편히 MBA 생활을 즐기다가 하던 일로 복귀할 예정이다. 이들 가운데 과반
수가 미국내 기업에 지원해볼까, 잠깐 시도는 해보다 말았다. 이들에겐 오랜 동안 커리어를 쌓아
온 직장이 있고 절박한 마음도 아니니까.
결론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있는 젊은이에게 MBA는 투자 가치가 전혀 없지는 않다는 것.
MBA를 나와 뉴욕 금융계에 입사하면 초봉이 우리 나라 돈으로 기본 1억 4천+입사 서약비 몇 천+
보너스 몇 천이라고 하고(다 합치면 2억 원이 넘는 수준), 한국 컨설팅업체에 취업해도 초봉은
비슷하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원활한 영어 실력을 가졌거나 MBA 이전의 커리어가 금융계인 경우. 둘 중
하나는 충족시켜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같다. 미국 내 투자은행이나 컨설팅업체 등에 합격한
사람들을 보면 아무리 첫 직장은 한국이었다고 해도, 최소 중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가 고등학교,
대학교를 미국에서 나왔다는 것. 영어에 문제가 없다.
아마존에 합격한 여학생의 경우 서울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나왔고 삼성을 다녔지만, 어린 시절
을 남미에서 보내며 국제학교를 다녀서 영어가 유창하다. 다만, 매우 드물게 교환학생으로 1년만
미국에 다녀왔는데도 합격한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한국에서 유명 외국계 금융회사에 다녔다.
또다른 남학생은 해외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고 하는데 영어를 매우 잘 한다. 서울에서 외고를 나온
뒤 꾸준히 영어공부를 했고 한국에서 외국계 금융회사에 다녔었다.
그런데 이렇게 미국에서 취업에 성공한다고 해도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닌 한 불안감은
여전히 남는다. 회사 입사 때 미국에 있을 수 있는지 여부를 가리는 로터리 추첨을 거치는데 대부
분 첫 해에는 떨어지고, 이듬해에 한 번 더 기회가 있다고 한다. 로터리에서 떨어지면 회사 차원
에서 다른 나라에 있는 해외지사로 보낸다고 하니 산 넘고 산이기는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