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 생활도 어느덧 80일이 지나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붑니다. 재단 홈페이지에서 선배 연수생들의 정착기를 보며 많은 도움을 얻었고, 코로나 이후 미국도 많은 것이 바뀌었기에 지난 두 달 동안의 경험을 살려 2023년 기준 업데이트 된 정보를 A부터 Z까지 공유하고자 합니다.
Air plane
연수 일정이 확정되면, 최대한 일찍 예매해야 합니다. 저는 연수가 확정된 1월부터 8월 출국편을 검색했는데요. 1월에 국적기로 편도 150만 원이던 게 LG 재단 합격 직후인 3월엔 220만 원선까지 올랐습니다. 1년전 사이판 여행 때 출국일이 다가오자 티켓 가격이 수십만 원 하락하는 걸 경험한 적 있던 터라 계속 주저하다가 결국 4월 중순쯤 예매를 했는데요. 국적기 티켓은 구할 수 없는 상태였고, 결국 유나이티드 항공으로 편도 250만 원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이후 출국일까지 가격은 계속 우상향이었습니다. (엔데믹이란 특수한 상황이긴 했습니다.)
Bank account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새로 개설한 계좌로 3개월 이내 $20,000~50,000을 이체하면 ‘Preferred Gold’ 등급을 부여합니다. 이 경우 신용카드 리워드(캐시백)를 25% 더 받습니다. 일반 회원이 카드와 사용처에 따라 2%나 3% 캐시백을 받는데, 골드는 2.5%, 3.75%를 받는 겁니다. 한국에서 오실 때는 달러를 조금만 가져오시고, 계좌 개설 뒤 한국 은행에 가지고 있던 돈(원화로 받은 체제비 등)을 미국 계좌로 송금하면 달성 가능한 조건입니다. 5만불~10만불을 이체하면 플래티넘 등급이 되는데 이 경우 캐시백 보너스가 50%로 올라갑니다.
Cell phone
본인과 자녀 학교 등록, 유틸리티 등을 준비하려면 현지 전화번호가 필수입니다. 알뜰폰 업체인 Mint와 Visible이 저렴합니다. (월 $20미만) eSim으로 한국에서 미리 개통할 수 있습니다. 저와 아내 모두 민트로 가입했는데 NC 전역에서 잘 터지고, 뉴욕·워싱턴 등 대도시 사람 많은 곳에서도 불편 없이 사용하였습니다.
Driver’s license
악명 높은 DMV 직원들의 일처리에 대해선 블로그 등에 많은 후기들이 있지만,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것 같습니다. NC DMV는 오전엔 예약자만, 오후 2시부터 워크인을 받는다고 최근 홈피에 공지됐는데요. 저는 은행계좌 개설한 날 분위기나 볼까 하고 10시 반쯤 들렀다가 2시간 만에 도로 주행까지 합격해 임시면허증을 받았습니다. 주토피아에 나오는 나무늘보가 아닌 상냥하고 손 빠른 직원을 만나서 어려움 없이 서류 접수를 했고, 도로 주행은 3-point turn 그런 것 없이 좌회전 우회전 한 번하고 끝이었습니다. 주마다, DMV마다, 감독관 마다 천차만별인 듯하니 준비는 해가시되,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 경우 70일이 지나도록 우편으로 보내준다던 진짜 면허증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민국(USCIS)에 무슨 서류가 걸려있다며 DMV에서도 어쩔 수 없다는 답변뿐입니다. 종이로 된 임시면허증 기한은 60일뿐인데요. 만료 직전에 다시 60일짜리 종이 면허를 보내주더군요. (결국 75일 만에야 진짜 면허증을 받았습니다.)
Elementary school
한국에서 미리 enroll 신청을 하고, 카운티 교육청 담당자와 이메일로 약속을 잡습니다. 입국 후 약속한 날짜에 찾아가면 1시간쯤 영어 시험을 보고, 이 결과가 배정 학교에 통보됩니다. (ESA 수업 레벨을 위한 것) 이후 자녀가 다닐 학교에서 연락이 오면 찾아가서 서류를 내고 등록을 완료합니다. 이르면 다음날도 가능하다던데, 저희는 학교 담당자가 교체되는 바람에 교육청 시험 뒤 2주 뒤에나 학교에서 오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학교에는 주마다 요구하는 건강확인서 (Health assessment)를 내야 합니다. 미리 양식을 받아서 한국에서 다니던 소아과에서 도장 받아 가시면 됩니다. (어떤 곳은 3만 원 정도에 해주지만 12만원을 부르는 곳도 있었습니다.) NC의 경우 캐리가 있는 Wake 카운티는 한국 병원에서 가져온 것을 아무 말 없이 받아줬는데, 채플힐이 있는 Orange 카운티에선 인정해주지 않아서 동료 연수생의 경우 현지 병원을 찾아가 엄청난 돈과 시간을 들여야 했습니다.
미국 동부는 최근 극심한 스쿨버스 기사 인력난을 겪고 있는데요, Orange 카운티에선 바로 스쿨버스 배정이 되었다는데 저희 아이는 아직까지도 배정을 못 받아서 매일 승용차로 등하교를 하고 있습니다. 이게 심각한 게 스쿨버스를 타더라도 하교시엔 아이들이 엄청 오래 기다려야 합니다. 오후 3시 45분에 학교가 끝나는데, 저희 아이 같은 반 친구는 4시 50분에야 스쿨버스를 탄 적도 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저를 포함한 다른 연수생들도 대부분 승용차로 라이딩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Food
학교 급식이 아이 입에 맞지 않아 매일 도시락 싸느라 고생했다는 연수생들이 많습니다. 저희는 다행히 아이가 양식에 거부감이 없는데다, ‘나도 미국 아이들과 같은 걸 먹겠다‘고 기특한 선언을 한 덕분에 간단한 스낵만 쥐어 보내고 있습니다. (오후에 별도의 스낵 타임이 있음)
학교 급식은 3달러(아침은 2달러)인데요. My School Bucks란 앱에 미리 금액을 충전해놓으면 아이가 급식을 먹을 때마다 차감되는 방식입니다. 기본 메뉴에 쿠키나 스낵을 하나 더 집으면 1불이 더 나가기도 합니다.
Golf
골프장은 싸지만, 골프채는 비쌉니다. 짐도 많은데, 미국 와서 중고로 사서 치다가 팔고 가려는 생각으로 왔습니다만 중고는 꼭 맞는 스펙을 찾기 힘들고, 스펙이 마음에 들면 뭐가 꼭 하나씩 빠져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새것은 한국에서 35만 원 하는 드라이버가 여기서 350불(세전)입니다. 짐이 많더라도 클럽은 꼭 한국서 가져오시는 게 좋겠습니다.
대부분 퍼블릭 골프장은 홈페이지에서 이메일 클럽을 가입하면 할인코드를 종종 보내줍니다. 이렇게 하면 골프나우 앱으로 예약하는 것보다 저렴한 경우가 많습니다.
참고로 이 지역 인구가 급속히 늘고 있습니다. 지금도 아이 등하교 라이딩 시간에 맞추기 위한 9시~10시대 골프장 부킹이 꽤 어렵습니다. 퍼블릭 티타임은 일주일전 자정에 풀리는데 좋은 시간을 잡기 위해선 한국에서 익힌 수강신청 신공(!)을 활용해야 합니다.
Hidden Fees
월 65달러에 와이파이와 인터넷TV 결합 상품을 준다고 하여 요즘 많이 쓴다는 스펙트럼이란 업체로 개통했습니다. 그런데 배송된 건 달랑 인터넷 모뎀 하나 뿐… 연락해보니 와이파이 공유기는 월 5불 추가 요금, 인터넷TV 셋톱박스는 또 추가로 몇 불을 내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숨어있는 ‘히든 피‘가 상당히 많으므로 어떤 서비스에 가입하시기 전에 꼭 작은 글씨로 적힌 세부조건을 자세히 봐야 합니다.
뉴욕 등 대도시 여행 땐 호텔 숙박비 외에 1박에 수십 달러씩 주차료가 별도로 부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미국판 ‘모두의 주차장‘인 ‘스팟 히어로‘를 쓸 때가 많은데요. 연수생들이 많이 타는 대형 SUV나 밴 같은 경우 오버사이즈 차지를 추가로 부과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역시 꼼꼼히 가격을 비교해봐야 합니다.
Identification
한국에서야 술 사면서 신분증 검사를 받을 일이 거의 없지만, 미국은 상당히 원칙적입니다. 마트나 가게에서 술을 구매하려고 하면 99% 신분증 검사를 합니다(몇몇 한인 식당에서는 그냥 주기도 하더군요). 미국은 우리나라 마트보다도 무인계산대가 더욱 활성화된 상황이라 주류를 구매하려면 매번 직원을 불러서 ID체크를 받아야 합니다. 직원이 생년월일을 확인하고 단말기에 직접 입력해줘야 하기 때문에 피할 방법이 없겠더군요.
팁 하나 더. 정착 초기 다른 주로 여행할 때는 여권도 호텔에 두지 마시고 꼭 갖고 다니시기 바랍니다. 제 경우 면허증이 나오는데 70일 넘게 걸리는 바람에 종이로 된 임시면허를 갖고 다녔는데, 뉴욕에서 이 종이 면허를 내밀었더니 점원이 당황하면서 이런 페이퍼로는 안 된다고 하는 겁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이게 면허증과 같은 효력이라고 한참 설명하고 대학 학생증(생년월일이 적혀있지 않음)까지 내밀었지만 점원은 계속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안 되는 영어로 내가 왜 플라스틱 면허증이 안 나와서 이 고생을 하고 있는 지까지 장황하게 설명하자 매니저까지 호출됐고, 결국 매니저가 ‘그냥 해줘라‘하면서 마무리됐습니다.
Journey
코스트코 멤버십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있지만, 저 같은 경우는 120불 짜리 멤버십을 미국에 와서 가입했습니다. (그루폰에서 쿠폰 코드를 받아 인터넷으로 가입하면 $20짜리 기프트카드를 바로 받을 수 있어 사실상 $100) 미국에서 가입한 이그제큐티브 멤버만 코스트코 트래블을 이용할 수 있는데, 4000불짜리 디즈니 크루즈를 예약했더니 2% 적립은 물론이고 380불 짜리 코스트코 기프트카드를 보내주겠다고 합니다. 호텔 예약은 선택의 폭이 좁아 다른 사이트와 번갈아 이용하고 있는데, 호텔 예약 때도 기프트카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캐나다나 멕시코 등 국경을 넘는 여행을 할 경우엔 반드시 학교에서 DS-2019에 트래블 사인을 받은 뒤 꼭 지참하고 다녀야 합니다. 이거 안 챙겨가서 낭패 본 연수생들의 후일담이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Korean Grocery
인터넷 블로그에 보면 미국 연수 갈 때 뭐를 챙겨가니까 좋더라 하는 후기가 많습니다. 리서치트라이앵글(노스캐롤라이나를 대표하는 대학이 있는 도시의 삼각지대를 일컫는 말. 채플힐(UNC)-더럼(듀크대)-랄리(NCSU)를 아울러 IT와 바이오 기업들의 연구소들이 몰려들고 있고 인구도 빠르게 늘고 있음) 중앙에 있는 캐리엔 H마트가 있어서 대부분 생필품 조달이 가능합니다. 라면이나 장류 등은 한국과 가격이 비슷하고, 주방도구 등은 한국 제품을 수입해오기 때문에 비싼 편입니다. 저희는 여기 고춧가루가 한국의 매운 맛이 안 난다고 하여, 1kg 정도 포장해왔는데요. 뭐 이곳 고춧가루도 맛은 비슷합니다. (굳이 무겁게 가져올 필요 없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에서 가져오면 좋은 것 두 가지만 꼽자면 빨래 세탁망과 음식물 쓰레기통입니다. 입주하는 집에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품질의 LG 세탁기가 설치돼있다면 운이 좋은 케이스지만, 미국 GE의 통돌이 세탁기가 빌트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 방식으로 가운데 커다란 봉까지 있는 세탁기인데, 이게 옷감을 엄청 상하게 합니다. (세탁망이 두 달 만에 너덜너덜해졌습니다.) 다이소에서 크기 별로 세탁망을 여러 개 사서 오시는 게 좋겠습니다. 이곳 마트에도 팔긴 파는데 비싸고(하나에 $4 정도) 크기도 다양하지가 않습니다.
음식물은 비닐봉지에 넣어 그냥 일반쓰레기로 배출합니다. 일주일 동안 집안에 음식물 쓰레기 봉지를 그대로 둬야 한다는 건데, 한국에서 쓰던 밀폐용기 음식물 쓰레기통은 파는 곳이 없더군요.
Library
카운티에서 운영하는 공공 도서관이 상당히 잘 돼있고, 곳곳에 있습니다. 한 번에 무려 책 100권(놀란 표정을 지으니 사실상 무제한이나 다름 없다는 의미라고 합니다)을 3주 동안이나 빌려줍니다. 같은 책도 5권씩 보유하고 있어 보고 싶은 책을 못 빌리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학교에서 주로 노동절, 핼러윈, 추수감사절 등 시즌에 맞는 내용으로 수업을 하기 때문에 미리 관련된 논픽션 책들을 읽고 가면 좋습니다.
Membership
이미 많이 알고 계시겠지만, 학교에서 .edu가 붙은 이메일 계정을 받으면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이 6개월 공짜입니다. 의외로 미국 마트에서 필요한 물건을 안 팔거나 찾기 힘든 경우가 많아 정착 초기 아마존을 많이 이용하게 되는데요. 먼저 1개월 무료 체험을 하시고, 학교 이메일 계정을 받은 뒤 학생 혜택을 받으시면 되겠습니다. ($2에 1주일 동안만 프라임 멤버십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Notification
미국의 우체국인 USPS의 Informed Delivery 서비스는 장점이 많습니다. 아침마다 오늘 어떤 우편물이 배달될지 미리 이메일로 알려주는 서비스입니다. 홈페이지에서 서비스를 신청하면 우체국답게 문자나 이메일이 아닌 본인 인증용 우편물이 날아옵니다. 이 우편물에 적힌 인증 코드를 홈페이지에 넣으면 신청 완료입니다. 입국 직후엔 거주증명용 고지서 등 우편물이 부족한데, 내 이름과 주소가 적힌 이 UPSP우편물을 거주증명으로 이용한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Overflow
이곳 리서치트라이앵글(대부분 RTP라고 이니셜로 부릅니다)엔 인구가 끊임없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2007년에 900만 수준이던 노스캐롤라이나 인구는 2021년 1055만을 넘었습니다. 신규 인구의 40%는 RTP 지역으로 온다고 하는데, 실제로 곳곳이 아파트 공사판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과 가까운 원래 학군에 배정되지 못하고 멀리 떨어진 학교로 보내지는(오버플로우)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NC 오픈채팅방에선 10마일이나 떨어진 초등학교에 배정됐다고 하소연하는 학부모 사례도 있었습니다. 집을 구할 때 반드시 해당 주소지가 어느 학군에 배정되는 지와 함께 오버플로우 여부를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카운티 교육청 홈페이지에 공지되어 있습니다.
초등학교 선택 시 몇 가지 고려할 사항을 더 말씀 드리자면, 연수생이 주로 사는 캐리의 등하교 시간은 8시 45분~15시 45분입니다. 채플힐은 이보다 한 시간씩 이릅니다. 채플힐은 일찍 학교 보내고 오전 시간을 더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오후에 하교 라이딩 시간에 쫓긴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그레이트 스쿨의 평점을 보고 학교를 알아보시는 경우도 많은데, 1년 살다 갈 연수생 입장에선 큰 의미 없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이곳에서 중고교 진학할 게 아닌 이상 어떤 선생님을 만나고 학교에 얼마나 잘 적응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겠지요.
Parcels
한국 우체국에서 겨울 짐을 부치면 13kg에 6~7만원 정도 나옵니다. 저는 세 박스를 같은 날 보냈는데, 하나는 2달, 다른 2개는 그보다 열흘씩 늦게 따로 도착하더군요. 10월 중순인 아직까지도 짐을 받지 못한 동료 연수생도 있습니다. 날 좋은 NC도 10월부턴 아침 저녁으론 쌀쌀해지니까, 주소가 확정되면 겨울 옷은 출국 한 달 전쯤 여유 있게 부치는 게 좋겠습니다.
Quarter
이곳엔 한국에 없는 이어라운드라는 독특한 학기제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학교가 일년 내내 돌아간다는 의미인데, 전교생을 4트랙으로 나눠 1,2,3 트랙이 공부할 때 4트랙은 방학(트랙–아웃), 3주 뒤엔 1,3,4 트랙이 공부하고 2트랙이 방학. 이런 식입니다. 결국 어떤 트랙이든 3개월 다니고 3주 쉬는 ‘쿼터제‘인 셈입니다. 연수생 입장에서 이어라운드의 가장 큰 장점은 비수기 때 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희 아이는 8월말, 11월 중순, 2월초, 5월 중순에 트랙 아웃이 있는데, 입국 후 한 달여 기간 동안 잠깐의 학교 적응과 YMCA 트랙아웃 캠프 경험, 2주간의 동부 여행까지 마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만 어떤 트랙에 배정될지 미리 알 수가 없기 때문에 한국에서부터 일찌감치 여행 예약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면에 트래디셔널 학교는 한국과 같이 겨울/여름 방학 2학기 제입니다. Teacher workday등 학교를 쉬는 날(주로 월요일)이 학기 중에 여러 번 있어서, 주말을 끼고 짧은 여행을 다녀오기 좋습니다.
Relationship
노스캐롤라이나엔 교사 인력난이 심각합니다. 3500명 이상 교직이 공석인 채 올해 8월 학기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한국도 요즘 학교 선생님들 고충이 큰데, 미국도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일은 힘든데 급여는 코스트코 점원보다도 못하다고 하니 지원자가 갈수록 줄어드는 거죠. 그래서 교사들이 주말에 가정 튜터나 레스토랑 서빙 등 부업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신 미국 교사들은 학부모로부터 공공연하게 선물을 받을 수 있는데요. 주로 아마존이나 타겟 마트 등의 기프트 카드를 선물합니다. (등교 첫 날 선생님이 자기 소개서를 주는데, ‘주로 쇼핑하는 곳‘이 적혀있습니다.) 보통 20불 정도 주고, 30불 정도면 후한 거라고 하니 크게 부담되는 금액은 아닙니다. 여기에 한국에서 가져온 전통 상품을 함께 주면 만족도도 높고 서먹서먹한 학부모 상담 시간에 이야깃거리도 됩니다. 국립중앙박물관 기념품점에 전통 문양 부채, 한복 모양 책갈피, 자개 텀블러 등 품질 좋고 영문 표기가 있는 제품들이 많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아이 반 친구들의 생일도 챙겨야 하는데, 이런 기념품들은 다양한 관계 형성에서 큰 도움이 됩니다.
Spam /Scam
우편으로 전화로 스팸들 정말 무시무시하게 옵니다. 로보킬러란 앱을 설치하니 ARS로 오는 스팸은 많이 걸러지는데요. 사람이 직접 거는 건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이민자 발음이면 빨리 눈치채고 끊기라도 할 텐데, 아주 유창한 미국 발음으로 내셔널 어쩌구 하는 업체명을 들먹이면서 사람을 혹하게 만듭니다. 처음엔 혹시나 중요한 전화가 올까 봐 다 받아줬는데, 생각해보니 1년 연수 온 이방인에게 다른 주에서 중요한 전화를 해올 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미국에선 중요한 일은 대부분 이메일이나 우편으로 알려주더군요.
그런 점에서 가장 사악한 스팸이 자동차 관련 우편물인데요. ‘최후 통보‘ 같은 무시무시한 단어가 써있고 5 영업일 이내에 응답을 하라는 등 아주 중요한 일을 가장하고 있습니다. 이 게시판에서 이게 스팸이란 사실을 미리 읽어보고 오지 않았다면 아주 깜빡 속았을 것입니다.
Travel log, wallet
트래블로그, 트래블월렛 등 환전 수수료 없이 달러를 충전해둘 수 있는 체크카드가 정착 초기 아주 유용하게 쓰입니다. 연수가 확정되면 환율을 살피면서 미리미리 충전해두시기 바랍니다. 미국에 온 뒤 환율이 1300원대 후반까지 치솟았는데, 더 많이 넣어두지 못한 게 후회되더군요.
Utilities
주거 형태나 계절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희 집의 경우 전기료는 월 150불, 수도(쓰레기 수거 포함) 100~120불, 가스 20불 정도가 나옵니다. 여기에 인터넷+TV가 65불, 자동차 보험 147불 정도가 고정 비용으로 들어갑니다. 한국과 비교하면 자동차 보험료 지출이 엄청 큰데요. 차량 가액이 비싸거나 연식이 짧은 경우 엄청난 금액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전기, 수도는 입국 후 바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미리 미국 시간에 맞춰서 전화해서 개통하시면 됩니다. 주소나 전화번호, 여권번호 등 요구하는 개인정보만 쭉 불러주면 되기 때문에 간단한 전화영어입니다만, 소통이 어려울 경우 한국어 통역을 바꿔달라고 하면 3자 통화도 가능합니다. 가스는 신청서를 공증(Notary) 받아서 팩스나 메일로 보내줘야 하는데요. 은행 계좌 개설하면서 은행원에게 공증을 받으시면 됩니다.
Vpn
어딜 가나 BTS 노래가 나오고, TV CM송으로 블랙핑크 노래가 라디오에선 뉴진스 노래가 나옵니다. K콘텐츠는 글로벌 수준인데, 한국의 포털과 OTT들은 한반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K콘텐츠를 넷플릭스로 봐야 하는 아이러니인데, 티빙이나 웨이브 등을 보려면 VPN으로 한국 서버를 우회해야 합니다.
VPN은 출국 전에도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 미국의 일부 공공기관(초등학교용 건강확인서를 받아야 하는 보건부처 등)과 유틸리티 회사들이 해외 접속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미리 연수 준비 과정에 1년짜리 VPN 플랜을 가입하고 오시는 걸 추천합니다.
Waze
과거 연수생들이 쓰던 톰톰, 가민 등 내비게이션은 이제 거의 사라진 것 같습니다. 길 안내는 Waze가 추천할 만합니다. 사용자들이 실시간으로 경찰 단속 정보, 도로 위험 정보 (고장 차량이나 포트홀 등)를 공유하고, 도착 예정시간도 거의 정확하게 계산해줍니다. 한국어 길 안내도 가능하고, 킬로미터로 변환도 됩니다.
X – Exercise
미국인들은 정말 운동에 진심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환경도 잘 갖춰져 있어 상당히 부러운데요. 저희 타운에서 운영하는 공공 체육관은 6개의 수영 레인과 어린이 풀장, 헬스장, 라켓볼 코트 2개, 테니스 코트 2개, 실내 체육관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거주자는 성인 $6, 어린이 $3에 하루 종일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1달 이용권도 $40로 저렴합니다. 거동이 힘들어 보행 보조기에 의존하시는 80이 넘어 보이는 족히 어르신이 제 옆에서 근력 운동을 하시는 것 보고 살짝 감동 받았습니다.
이보다 더 좋은 시설(실내 트랙, 실내 농구장, 사우나 등)을 갖춘 YMCA도 회비가 월 $50선입니다. 성인 2명에 어린이 1명 포함 가족 회원도 월 $120 정도입니다.
게다가 10마일 이내에 야구장은 대충 세봐도 10개가 넘고, 테니스, 피클볼 실외 코트도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저야 일을 쉬는 연수생이라지만, 평일 낮에도 운동 시설마다 젊은 사람들이 붐비는 이유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YMCA
또 하나 부러운 것이 YMCA입니다. 곳곳에 있는 YMCA는 아이들의 방과 후 교실을 운영하기도 하고(직접 대학생 봉사자들이 초등학교에 파견되어 아이들을 봅니다.) 방학 때면 캠프도 운영합니다. 방학 캠프에선 하루 종일(아침 8시 30분부터 오후 4~6시까지) 또래 아이들과 수영, 놀이 체육, 미술 공작을 하는데 아이가 ‘좀 더 놀게 천천히 데리러 오라‘, ‘빨리 내일이 돼서 YMCA 가고 싶다‘고 할 정도로 좋아했습니다. 영어도 빨리 늘고, 아이가 정착 초기 미국 분위기에 적응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됐습니다.
Zelle
간편 송금으로 젤(Zelle)과 페이팔을 주로 씁니다. 젤은 BOA, 트루이스트, 체이스 등 메이저 은행들이 참여하고 있는 서비스로 BOA 앱 내에서 상대방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바로 송금이 가능합니다. 덕분에 수표(Personal check)를 쓸 일도 상당히 줄어든 듯합니다.
다만 제 경우 첫 월세를 보내면서 상당히 고생을 했는데요. 분명 집주인에게 월세를 송금했고 제 계좌에선 돈이 빠져나갔는데, 집주인 계좌에선 돈이 들어왔다가 다시 나갔다(reverse)고 뜨는 겁니다. 한 달치 월세 거금이 증발돼버린 상황. 은행 지점에 가서 따졌더니 BOA는 ‘분명 송금이 완료됐다‘, 트루이스트(집주인 은행)는 ‘못 받았다. 반송됐다‘며 두 은행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겁니다. 결국 집주인과 함께 금융사기 조사 요청(Fraud investigation)까지 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일주일쯤 뒤 결국 돈이 제 계좌로 돌아오긴 했는데요. 20일쯤 걸린 Fraud investigation에서도 원인을 찾지 못하고 ‘송금엔 문제가 없었다‘는 리포트만 날아왔습니다. 아직도 무슨 영문인지 모르지만 당시 상황을 돌이켜보자면, 미국 계좌를 개설한 뒤 2만불 정도를 제 한국 계좌에서 미국 계좌로 이체했는데요. 그 뒤 곧바로 월세를 송금한 상황이었습니다. 미국 계좌에서 돈을 주고 받거나 카드를 긁으면 한국과 달리 바로 반영되는 게 아니고 processing이나 pending이라고 뜨는데요. 저처럼 돈이 증발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가급적 pending 중인 자금은 가급적 손대지 말고 기다리시는 게 좋겠습니다. 송금이나 결제 즉시 착착 반영되는 한국의 금융 시스템이 익숙해져 있어 이 pending 개념을 이해하는데 한참이 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