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꿈꾼다면 팟캐스트 출연부터
47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열흘 정도 남긴 2024년 10월 25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가 텍사스에 있는 유명 팟캐스터 조 로건의 스튜디오를 찾았습니다. 보수 성향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는 로건은 이 자리에서 장장 3시간 동안 트럼프를 인터뷰했습니다. 조 로건 쇼를 포함해, 트럼프가 대선 기간 출연한 팟캐스트는 모두 20개에 이릅니다.

경쟁자인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도 이에 질세라 여러 팟캐스트의 문을 열심히 두드렸습니다. 해리스는 여성과 흑인 유권자가 많이 듣는 팟캐스트를 주로 겨냥했는데, 출연한 방송의 개수(8개)에서 트럼프에 밀렸습니다. 두 후보가 나온 에피소드를 한 주 동안 18세 이상 미국인 몇 명이 청취했는지 추산한 수치에서도, 트럼프(평균 2,350만 명)가 해리스(평균 640만 명)를 크게 제쳤습니다. 이런 ‘팟캐스트 투어’가 실제 선거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 구체적으로 측정할 만한 자료는 없지만, 트럼프와 해리스 모두 팟캐스트 출연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여겼다는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최초의 팟캐스트 선거”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2024년 대선 후보들이 팟캐스트에 화력을 모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기존의 정치 뉴스에 별로 관심이 없고 지지 후보를 아직 선택하지 않은 유권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서일 수 있습니다. 또, 팟캐스트는 편성 시간이나 지면의 제한을 받지 않습니다. 트럼프의 조 로건 쇼 출연에서 보듯, 후보가 몇 시간이나 진행자와 대화하는 게 가능합니다. 후보는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마음껏 설파할 수 있고, 청취자는 후보와 더 가까워졌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무엇보다, 파편화된 미디어 소비가 당파성과 정파성을 강화하는 구조가 계속될수록, 후보들은 자신에게 더 우호적이고 덜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골라 출연하면서 팟캐스트를 최대한 활용하려 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인의 팟캐스트 사랑
‘팟캐스트(podcast)’라는 용어는 2004년 2월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처음으로 등장했습니다. 애플의 MP3 플레이어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의 합성어로, 이듬해인 2005년엔 ‘뉴 옥스퍼드 아메리칸 딕셔너리’가 뽑은 올해의 단어로 선정됐습니다. 이후 20여 년간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사이, 아이팟은 쓰는 사람이 거의 없는 구시대의 물건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아이팟에서 파생한 팟캐스트는 지금까지도 살아남았습니다.
단순히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가 아닙니다. 팟캐스트는 미국을 중심으로 꾸준히 성장하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2026년 1월, 미디어 여론조사기관 에디슨리서치가 미국 전역에서 12세 이상 2,05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팟캐스트를 한 번이라도 듣거나 본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80%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에서만 2억 3,000만 명가량이 팟캐스트를 접해 봤다는 뜻입니다. 미국인의 팟캐스트 이용률은 2013년부터 줄곧 상승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팟캐스트를 트는 비율 또한 증가세입니다. 이번 조사에선 응답자의 58%가 지난달, 45%는 지난주에 팟캐스트를 소비했다고 밝혔습니다. 각각 1억 6,700만 명과 1억 3,000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미국에서 팟캐스트의 인기는 특정 세대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팟캐스트를 이용했다는 응답자가 12~34세에서 64%, 35~54세 68%, 55세 이상에서도 44%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35세 이상은 구매력을 갖춰 광고주가 가장 관심을 쏟는 연령대인 만큼, 팟캐스트의 수익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하나 더 주목할 만한 사실은 팟캐스트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팟캐스트 ‘청취’와 ‘시청’을 동시에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인의 57%가 팟캐스트를 듣기도 하고 보기도 하는 것으로 조사됐고, 전통적인 ‘듣는’ 형태로만 팟캐스트를 소비하는 비율은 21%에 그쳤습니다. 이를 두고 메건 라조비크 에디슨리서치 부회장은 “비디오가 오디오를 대체하는 게 아니고, 텐트가 확장되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애플 팟캐스트가 올해 봄부터 통합 영상 기능을 추가해 비디오 팟캐스트 시장 공략에 나서는 것 역시 ‘오디오성’과 ‘비디오성’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행보로 풀이됩니다.
뉴스 팟캐스트로 여는 하루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저는 매일 아침 TV 나 라디오 뉴스를 들으며 출근 준비를 하곤 했습니다. 출근해선 종이 신문을 한 면씩 읽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했고요. 그러나 요즘은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 화면 잠금부터 풉니다. 밤사이 무슨 기사가 새로 올라왔는지도 스마트폰으로 확인합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5에서도 같은 변화가 감지됐습니다. 2025년 미국인의 39%가 아침에 뉴스를 처음 접하는 통로로 스마트폰을 꼽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비율은 2016년엔 17%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TV 뉴스로 아침을 여는 비율은 같은 기간 36%에서 28%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퓨리서치센터가 2025년 8월 미국 성인 5천여 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팟캐스트에서 뉴스를 듣는다”는 응답은 32%를 기록했습니다. 5년 전 조사 때 같은 답변을 한 비율이 22%였던 것과 비교하면 10%p늘었습니다. 팟캐스트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얼마나 신뢰하는지도 물었습니다. 53%가 “다른 매체에서 얻는 뉴스와 동일한 수준으로 믿는다”고 답했습니다. “다른 곳의 뉴스보다 더 믿는다”는 답변도 23%에 달했습니다.
스마트폰이 우리의 삶에 더 깊숙이 파고든 지난 10년간, ABC의 간판 아침 뉴스 쇼 <굿모닝 아메리카> 같은 프로그램은 시청자를 절반 가까이 잃었습니다. 시청자와 독자가 뉴스에 접근하고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면서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도 생존을 위한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2017년 시작한 <더 데일리>를 필두로, 팟캐스트 콘텐츠에 공을 들여 큰 성과를 낸 뉴욕타임스가 대표적입니다. 아울러, 앞서 언급한 <조 로건 익스피리언스>처럼, 주류 언론 소속이 아닌 독립 진행자 중심의 팟캐스트들도 뉴스 팟캐스트로 분류되는 추세입니다. 주로 팩트와 분석에 무게를 싣는 레거시 미디어 팟캐스트와 달리, 독립 팟캐스트는 논평이나 관점을 앞세워 차별성을 부각하는데, 이들 중 인기 있는 프로그램 대다수가 우편향이라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뉴스 팟캐스트의 유형은 데일리 뉴스와 인터뷰, 다큐멘터리 등 다양합니다. 가장 성공을 거둔 형식은 한 가지 주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일일 심층 분석’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취재 기자가 나와서 구체적이고 생생한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일례로 2026년 3월 22일 업로드된 뉴욕타임스 <더 데일리> 에피소드를 볼까요. 일부 남성들이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해 외모 개조를 시도하는 ‘룩스맥싱(Looksmaxxing)’ 현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룩스맥싱 인플루언서를 인터뷰한 기자가 출연해, 왜 해당 인플루언서를 만나기로 했는지, 어떻게 인터뷰를 진행했는지 등을 차근차근 풀어 놓습니다. 기자는 인터뷰이가 자신에게 왜 탈모치료제를 복용하지 않느냐고 질문하더라는 내용까지 공개합니다. 이런 이야기가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통해 귀로 전해지면, 청취자는 마치 친구의 내밀한 속 얘기를 듣는 듯한 기분을 느낄 법합니다. 진행자도 간간이 감탄사를 터뜨리며 감정을 드러냅니다. 이 역시 청취자와 팟캐스트 사이 심리적 거리를 줄이는 요소입니다. 진행자가 기자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묻는 부분도 빠지지 않습니다. 뉴스 팟캐스트가 전통적인 ‘객관적 저널리즘’에서 벗어나, ‘해석적 저널리즘’의 길을 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매우 사적인 추천 목록
제가 요리나 운동을 할 때 듣는 팟캐스트 몇 개를 추천하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사와 선호, 기준에 따라 골랐다는 점을 참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Up First
미국 공영방송 NPR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미국 동부 시간 매일 오전 6시 30분에 10~15분 길이의 새로운 에피소드가 업로드됩니다. 그날의 주요 뉴스 3개를 갈무리해 주기 때문에, 아침에 이 팟캐스트만 들어도 미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습니다.

Hard Fork
AI 시대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그 함의는 무엇인지 짚어주는 기술 전문 프로그램입니다. 오픈AI CEO나 위키피디아 창립자 등 뉴스 메이커들이 출연하기도 합니다. 진행자들은 매주 금요일 새 에피소드를 들으면 월요일 아침 출근해 똑똑한 척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합니다.

It Turns Out
2025년 11월에 첫 번째 에피소드가 공개된 ‘신생’ 팟캐스트입니다. 우리 사회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연구를 연구자 본인의 언어로 쉽게 풀어줍니다. 결혼이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 억만장자들이 우주 사업에 몰두하는 이유 등이 논의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