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 Diego-. 미국에 오기 앞서 연수를 San Diego로 간다고 하자 주변에서 몇 가지 다른 반응들이 나왔지요. “샌디에고? 그 시골엔 왜 가?” “미국 연수는 뭐니뭐니해도 동부를 가야지.” “거기 학교가 있나?” “연수가 아니라 다른 데 생각이 있구먼. 골프 말이야.” “날씨 죽이지. 미국서 제일 좋다는 데 아니야.” “물가가 비싸서 힘들텐데.” “멕시코 사람들이 많아서 영어 배우기 힘들걸.” “치안이 좋지 않을텐데.” “교민들이 없어 불편할텐데.”. 물론 이런 여러 가지 반응 가운데 상당수는 맞지만 또 상당 부분은 틀리는 내용입니다. 그 만큼 한국 사람들에게 San Diego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요. 연수지를 물색하고 있는 분들에게 참고가 될 수 있도록 San Diego를 소개하려합니다.
1. “그 시골엔 왜 가?”
오답. San Diego는 시골이 아닙니다. 물론 인근 LA에 비하면 시골이지요. 그러나 San Diego는 County 전체 인구가 3백만인 미국 6대 도시 가운데 하나입니다. LA에서 자동차를 몰고 남쪽으로 2시간 정도 달리면 도착하는 이 곳은 멕시코 국경과 접해 있는 멕시코 풍의 도시이기도 하지만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Qualcomm 등 첨단 정보통신업체들이 대거 자리를 잡고 있는 첨단 도시랍니다. 굴뚝 산업은 전혀 없지요. 특히 도시 전체에 관광자원이 넘쳐 나는 손꼽히는 관광도시입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테마파크 Sea World와 세계 최대 동물원인 San Diego Zoo, 사파리 동물원 Wild Animal Park 등이 이 곳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게다가 미국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바닷가 풍경이 이 곳을 은퇴한 미국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지역으로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물론 이 곳은 Downtown은 매우 작습니다. 나머지 대부분 지역은 한가한 시골처럼 보이지요. 그러나 중부나 남부 도시에서는 불가능한 모든 문화생활이 가능한 지역입니다.
2. “날씨 죽이지. 미국서 제일 좋다는 데 아니야.”
정답. 날씨가 죽입니다. 한 겨울에도 한 닷새 정도만 “춥다”하는 느낌이 들 뿐. 겨울에도 낮이면 반팔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겨울에도 쨍쨍한 날이면 하루 만에 얼굴을 태울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그렇다고 여름이 더운게 아닙니다. 여름에도 그늘에만 들어오면 서늘한 느낌이 들 정도지요. 이 곳의 기후는 인근의 LA와도 완전히 다릅니다. LA는 사막성 기후이지만 이 곳은 해양성 기후이기 때문입니다.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한, 날씨만큼은 큰 복을 받은 곳입니다. 날씨만 그런 게 아니지요. 경치도 죽입니다. 경치는 와서 볼 것을 권장합니다.
3. “멕시코 사람들이 많아 영어 배우기 힘들텐데.”
반은 정답, 반은 오답. San Diego는 멕시코와 접경도시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La Jolla(스페인 말이어서 발음이 “라 호야”임)에서도 차로 30분 정도만 달리면 멕시코 국경을 만날 수 있지요. 게다가 California 자체가 미국으로 편입된 것이 고작 150년 전 아닙니까. 그렇다 보니 San Diego에는 멕시코 사람들이 많지요. (멕시코 외에 중남미 사람들이 제법 있는데 아시다시피 이들은 멕시칸이 아닌 Hispanic으로 불리운다) 이 곳 인구의 약 20%가 멕시코 사람일 정도입니다. 멕시코 사람들은 아직도 스페인어를 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어디 여기가 멕시코입니까. 멕시코 사람들도 누구를 만나건 다 영어를 씁니다.(물론 불법이민자들 가운데는 영어를 못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리고 멕시코 사람을 만나 이야기할 기회는 거의 없습니다. 멕시코 사람들 대부분 허드렛 일을 맡아하기 때문입니다. 성공한 히스패닉들도 많지만 대부분 이들이 하층민을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영어 배우는 데는 다른 어느 곳과 다르지 않습니다. 더욱이 요즘 영어라는 것이 Southern California 영어가 아닙니까. 게다가 이 곳은 교육환경이 좋습니다. 연수에 나서는 자신은 물론이고 아이들 영어교육에 신경을 쓰려면 이 곳이 서부지역에서는 가장 좋다는 게 객관적인 평가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는 서부지역 SAT 1위 고등학교인 Torrey Pines 고등학교를 비롯, 7위인 University City 고등학교 등 좋은 학교가 집중돼 몰려 있습니다. 중학교나 초등학교도 자연히 수준이 좋지요. 한국 언론에 소개돼 눈길을 끌었던 “과부촌”이 바로 제가 살고 있는 옆동네입니다. 남편은 한국에서 돈 벌고 마누라가 애들을 데리고 조기유학을 오는 지역인 Del Mar 말입니다. 이 곳에서 연수생 본인 자신이 영어를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추후 게제하겠습니다.
4. “치안이 좋지 않을텐데”
San Diego는 2시간 거리에 있는 LA와는 완전 딴 판입니다. LA는 사실 정이 들지 않는 도시입니다. 해만 지면 밖에 나돌아다니기도 어렵고 외진 곳도 많지 않습니까. 그러나 이 곳 San Diego는 다운타운을 제외하면 어디서든 한 밤에도 혼자 길을 걸어다녀도 아무런 사고가 없습니다. 한국보다 치안이 좋다고 보면 맞지요. 게다가 한국 사람들이 겁을 내는 흑인들이 거의 없습니다.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흑인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니까요.
5. “교민들이 없어 불편할텐데.”
그건 그렇다. LA에야 교민들이 많아 영어를 않고도 지낼 수 있다지만 이 곳에는 교민들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시정부 추산으로는 한국인이 이 곳에 2만명 가까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인촌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습니다. Convoy라는 동네에 한인촌이 있는데 작은 슈퍼마켓 두 곳, 음식점 7~8곳 등이 다른 가게들과 섞여 있어 한인촌이라 할 수도 없을 정도이지요. 그러나 이게 장점 아니겠습니까. 무슨 일을 하건 한국사람 들을 만날 수 있는 LA나 New York 같은 곳에서 영어를 배우기를 기대하는 건 사실 어렵지요. 미국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배우는 영어가 실전 영어가 아니겠습니까. 물론 고향 음식이 그리우면 찾아갈 한인식당은 있습니다. 그러나 비싸고 맛이 그저 그렇지요. 한국을 잊고 1년 생활하기는 그만입니다.
6. “물가가 비싸서 힘들텐데.”
그렇습니다. 물가가 비쌉니다. 미국에서도 손 꼽히는 고물가지역입니다. 예컨대 현재 이 곳의 가솔린 가격은 갤런당 1.4달러가 넘습니다. LA보다 20센트 이상이 비싼 것이지요. 집 렌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묶고 있는 집은 방 2개, 화장실 2개, 거실, 부엌이 있는 30평 정도의 아파트(물론 한국 아파트와는 달리 2층짜리 타운하우스식이다)인데 이 곳 렌트비의 절반이면 중부지역(Iowa Ohio Texas 등)에서는 50평 짜리 아파트에서 살 수 있다고 합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지요. 그러나 저는 앞에 열거한 장점들이 고물가라는 단점을 커버하고도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7. “연수가 아니라 다른 데 생각이 있구먼. 골프 말이야.”
연수를 가면 공부만 합니까. 그런 사람 있으면 나와 보쇼. 골프도 쳐야지. 여하튼 이 곳은 골프의 천국입니다. 겨울이 없는 것과 다름 없다보니 골프장이 지천으로 널려 있습니다. 미국의 다른 지역 사람들이 겨울에 골프를 치러 오는 지역이 바로 이 곳 San Diego와 Palm Springs(여기서 2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사막 한 가운데 온천 도시)입니다. 골프를 치기로 맘만 먹으면 죽도록 칠 수 있지요. 그러나 지역 물가가 비싸고 골프 치러 오는 외지인들이 많아 Green Fee가 만만치 않습니다. 이 곳에서 가장 괜찮은 곳에서 치려면 1인당 2백달러를 훌쩍 넘지요. 괜찮다 싶은 곳이 50~80달러, 중급이 40~50달러 수준입니다. 물론 한국보다는 쌉니다. 그러나 한 라운드에 10~20달러 생각을 하고 오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지요. 골프 마니아면 그래도 1년 내내 골프를 칠 수 있다는 메리트가 비용 문제를 상쇄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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