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생들이 미국에 오면 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SSN(Social Security Number) 발급입니다. SSN는 우리나라 주민등록 번호처럼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고유 번호입니다. 집 렌트부터 은행계좌, 카드 발급 등 거의 모든 금융 활동을 하려면 SSN이 필요합니다. 한마디로 ‘SSN=신용점수’라고 여겨도 무방합니다. 은행, 카드사, 대출 기관 등에서 신용 거래 내역을 SSN와 연결해 신용점수를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연수생들은 1년 정도만 머물기 때문에 렌트, 은행계좌 개설 등을 마쳤다면, SSN이 딱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SSN이 있다면 혜택이 ‘굉장한’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귀찮아도 꼭 만들 것을 추천합니다. 물론 저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몰랐기에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저의 ‘신용카드 발급 실패기’를 타산지석 삼아 모두 알뜰한 금융 생활하시길 바랍니다.
SSN 신청을 위해서는 사전 방문 예약이 필수
일단 7월에 미국에 도착한 후 SSN 등록을 위해 SSA(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 사이트에서 등록 신청을 했습니다. SSN 발급을 위해서는 오피스 방문 예약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방문 예약 날짜를 잡으려는데 도무지 사이트가 다음 순서로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에러는 당시 저 말고 다른 연수생들에게도 발생했습니다.

난감하던 찰나, 다른 SSN 후기들을 살펴보니 예약하지 않고서도 SSA 오피스에 직접 가서 신청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으므로 9시 문을 열기 전 새벽에 가라는 팁도 덧붙여있었죠.
이를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인과 함께 무려 새벽 7시 30분에 SSA 오피스에 가서 줄을 섰습니다. 놀랍게도 저희 말고도 줄을 서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9시까지 긴 시간을 기다렸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방문 예약을 하지 않은 사람은 ‘절대’ 들어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온라인에서 예약이 안 되고, 전화도 연결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SSA 경비원 측은 단호했습니다. 과거에는 예약 없이 받아주는 사례가 있었지만, 현재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온라인 재신청을 통해 SSA 방문 예약을 잡으려 시도했습니다. 이번에는 에러 없이 예약 창이 뜨는가 싶었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죠. 안내문에는 온라인 신청 후 약 45일 이내에 SSA 방문을 해서 신분을 증명하라 했지만, 예약이 꽉 차서 기간 내 예약할 수 있는 오피스가 없다는 겁니다. ‘이 나라는 도대체 왜 이런 식으로 행정 업무를 하는 것인가.’ 답답한 마음으로 결국 SSN 발급을 포기했습니다.

신용점수 관리, 한국과는 다르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 12월이 됐습니다. 여름보다 겨울이 신청자가 적을 것이란 생각에 다시 방문 예약을 시도했습니다. 이번엔 정말 간신히 45일째 되는 날에 방문 예약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해당 날짜에 SSA 오피스에 가니 모든 일이 10분도 안 돼 완료됐습니다. SSA직원은 신분 증명 외에 별다른 것을 묻지 않고 SSA를 발급해줬습니다.
열흘쯤 지나 우편을 통해 기다리고 기다리던 SSN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혜택 좋은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크레딧도 받고, 호텔과 비행기도 포인트로 예약을 해보겠다는 기대에 부풀어 올랐죠. 그러나 SSN만 있다면 되다고 생각했던 게 저의 실수였습니다. 신용점수를 조회해보니 참담했습니다. 신용점수가 600점이 되지 않았던 거죠. 이 점수로는 웬만한 신용카드를 발급받기란 어림도 없었습니다. 신용카드사들은 최소 650~700점 이상의 신용점수를 요구합니다. 신용카드 발급만 해도 유나이티드 항공사는 무려 500달러 상당의 포인트를 주고, 아마존에서는 150달러 상당의 기프트 카드를 주는 이벤트 등이 있었으나 모두 ‘그림의 떡’이 됐습니다.

제 신용점수가 왜 이렇게 낮은 것인지 원인을 찾아봤습니다. 일단 신용카드 사용 이력이 짧은 것도 있지만, 제가 뱅크오브아메리카에서 담보신용카드(Secured Card, 보증금을 예치후 쓰는 신용카드)를 쓰고 있었는데 한도를 꽉 채워 쓰고 있던 게 악영향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신용카드 한도가 1000달러라면 30% 미만으로 쓰고 따박따박 갚아야 신용점수를 올리기 쉽다고 합니다. 한국처럼 연체만 안 되면 생각한 게 잘못이었죠. 저는 해당 카드가 쓰면 쓸수록 리워드 혜택이 크길래 1000달러 한도를 꽉꽉 채워 쓰고 있었습니다.
이제라도 신용점수를 올려보려고 하나 남은 연수기간 신용카드 과연 ‘혜자’ 신용카드를 발급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뱅크오브 아메리카가 아닌 체이스에서 계좌를 트고, 체크카드를 썼다면 신용점수 올리기에 더 유리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