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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가 내 집 앞마당? 파리에서 “기자여서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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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수 준비의 0순위, 국제기자증의 마법

유럽 연수는 물론 여행을 준비 중인 기자 선후배 동료들에게 단언컨대 일러둔다. 짐을 싸기 전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여권도, 환전한 유로화도 아니다. 바로 국제기자증이다. 한국기자협회 회원이라면 소정의 행정 처리 비용만 내고 바로 발급받을 수 있다. 프랑스 땅을 밟는 순간부터 신분증만큼이나 상시 소지하길 권한다. 그 어떤 미술관, 박물관, 역사 유적도 이 기자증 한 장이면 문이 열린다.

파리 루브르박물관 앞

2. 점심 먹고 루브르, 저녁 먹고 오르세로 소화 산책하러 가는 ‘럭셔리’

언론인 우대의 백미는 역시 유명 미술관, 박물관이다. 단순히 입장료 면제가 전부가 아니다.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해 본 이들이라면 안다. 사전 예약을 위해 몇 주 전부터 홈페이지를 들락거리고, 당일에는 뙤약볕 아래서 끝도 없는 줄을 서야 하는 고통을 말이다. 하지만 기자증 소지자는 이 모든 과정을 생략한다. 예약 없이, 줄도 서지 않고 전용 통로를 통해 언제든 입장이 가능하다. 덕분에 필자는 식사 후 배를 꺼뜨리기 위해 루브르 내부를 걷는 호사를 누린다. 모나리자 앞의 인파를 유유히 지나쳐 고대 이집트 유물관의 한적한 구석을 산책하는 삶. 이 얼마나 호사스러운가.

(왼쪽) 파리 피노컬렉션. 프랑스 현대 미술가 Celeste Boursier-Mougenot의 설치 작품 ‘Clinamen’. (오른쪽)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 미국 현대 미술가 Goerge Condo 특별전 중 ‘Birdbrain’.

3. 민간 관람 시설까지 뚫리는 포괄적 예우

혹자는 국립·공공시설만 가능한 것 아니냐고 묻겠지만, 프랑스의 언론인 우대는 그보다 훨씬 집요하고 포괄적이다. 현재 파리에서 가장 ‘핫’하다는 민간 미술관인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Fondation Louis Vuitton), 피노 컬렉션(Bourse de Commerce – Pinault Collection), 카르티에 재단 미술관(Fondation Cartier) 등도 기자증 하나로 문턱을 넘을 수 있다. 그 외 크고 작은 미술관에서 열리는 개인전, 특별전도 모두 가능하다.

(위) 파리 루이비통파운데이션. 독일 현대미술가 Gerhard Richter 특별전. (아래) 파리 피노 컬렉션. ‘Minimalism’ 전시 중 일부.

이 혜택은 파리 시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화려함의 극치인 베르사유 궁전부터 바다 위의 성채 몽생미셸까지, 프랑스 전역의 랜드마크가 언론인에게 활짝 열려 있다.

주의할 점은 있다. 필자의 경험상 유럽 내 주변 국가에서는 도시·시설마다 기자증이 통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원거리 이동 전에는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적어도 프랑스 내에서만큼은 기자증은 무적의 방패다.

가족 동반 연수자의 경우, 프랑스의 많은 문화시설은 만 18세 미만(혹은 25세 미만 유럽 거주자) 자녀에게 무료입장 혜택을 제공한다. 루브르 회원권인 ‘아미 뒤 루브르’(Ami du Louvre), 오르세·오랑쥬리 미술관 회원권 ‘카르트 블랑슈(Carte Blanche)’와 같은 연간 유료 멤버십 프로그램도 활용 가능하다. 이밖에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MAM), 프티 팔레(Petit Palais) 등 상시 무료로 개방하는 시립 공공 미술관 역시 꼭 한 번 들러볼 것을 권한다. 상설전의 경우 입장료가 아예 없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피카소, 마티스, 드가 등 미술 문외한이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유명 작가의 명작들이 말 그대로 발끝에 채이도록 전시되어 있다. 길거리 곳곳에 위치한 ‘깜짝 작품’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파리가 왜 예술의 도시인지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현장이다.

(왼쪽) 파리의 한 지하철역 입구를 프랑스 현대 미술가 Jean-Michel Othoniel이 디자인한 것이다. (오른쪽) 파리시는 지난 2024년 올림픽을 앞두고 픽셀아트로 골목 구석구석을 꾸며 위트와 생기를 더했다.

마지막으로 필자와 같은 ‘대문자 P’를 위한 팁도 있다. 게으름 탓에 몇 달 전부터 오페라, 무용 등 공연을 예약하지 못했다면 ‘오페라 가르니에’의 당일 현장 판매분을 노려보시라. 화려한 공연장 내부 그 자체가 관광지로 잘 알려진 이 국립 공연장의 경우 공연 직전 현장에서 판매하는 10유로 안팎의 잔여 좌석 티켓이 존재한다. 아무래도 좌석은 다소 아쉬운 편이지만, 시야가 가려져도 큰 무리가 없는 오케스트라 공연 등엔 쏠쏠하다. 심지어 공연장 내부만 관람하는 비용(15유로)보다 저렴하니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다. 정가 수백유로를 호가하는 공연을 에스프레소 두어 잔 값에 관람하는 짜릿함은 연수 생활의 소소한 즐거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