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파리지앵의 패션 : 패딩은 입어도 레깅스는 없다
미국 시트콤 <모던 패밀리>에는 여행객의 옷차림만 보고 미국인임을 단번에 알아채는 장면이 나온다. 흔히 프랑스인은 일상에서 패딩과 운동복을 입지 않는다고들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이상기후로 겨울이 매서워진 탓인지, 최근 거리에서는 패딩점퍼를 갖춰 입은 파리지앵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운동복을 일상복으로 입는 이른바 애슬레저 룩에 대해서만큼은 여전히 완고하다. 프랑스인들에게 TPO(시간·장소·상황)는 곧 일상이다. 운동복은 오로지 ‘운동할 때만’ 입는 옷이다. 집 앞 슈퍼마켓을 가거나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조차 운동복에 슬리퍼 차림인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들은 집 안에서도 잠옷 대신 청바지를 입고, 슬리퍼 대신 단화를 신는다. 파리 여행 중에 ‘관광객 인증’을 피하고 싶다? 답은 간단하다. 운동복만 피하자.

2. 마법의 단어 ‘봉쥬르’ : 발음보다 중요한 건 예의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서 주인공 에밀리가 인사 없이 주문했다가 점원에게 무시당하는 장면은 과장이 아니다. 10년 만에 다시 찾은 파리에서 느낀 변화 중 하나는 프랑스어 발음이나 문법 오류에 대한 결벽증이 많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하지만 ‘인사‘만큼은 예외 없는 불문율이다.
상점에 들어설 때, 질문을 던질 때, 계산할 때. 모든 일상 대화의 시작은 ‘봉쥬르(Bonjour)’여야 한다. 영미권의 ‘Excuse me’보다 앞서는 것이 이 한마디다. 거창한 스몰토크는 필요 없다. 다만 첫 마디에 봉쥬르를 생략하는 순간,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3. 영어 안 통하는 불친절한 파리? 이제는 옛말
‘프랑스어 아니면 대꾸도 안 한다‘는 말은 이제 도시 괴담에 가까운 이야기다. 팬데믹과 올림픽을 거치며 파리는 놀라울 정도로 유연해졌다. 오히려 필자가 외국인 억양이 역력한 불어로 말을 걸면, 삶이 바쁜 파리지앵 점원들은 빠른 응대를 위해 유창한 영어로 답하며 묘한 무력감을 선사하곤 한다. 소도시는 여전히 외국인의 프랑스어 도전을 기쁘게 받아주지만, 효율을 중시하는 파리에서는 인사 예의만 갖춘다면 영어 사용에 무례하게 구는 이는 거의 없다.
4. 파리는 더럽다? 문제는 쓰레기가 아닌 ‘개똥’
파리를 방문한 지인들은 “예상보다 깨끗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하철 역사의 지린내도, 길거리 쓰레기도 예전만큼 악명이 높지는 않다. 이 역시 올림픽 등을 거치며 도시 정화가 이뤄진 측면이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적응하기 어려운 숙제가 있으니, 길거리의 ‘개똥’이다.
프랑스는 반려동물에게 한없이 관대한 나라다. 대부분의 식당에 반려견 동반이 가능하고 목줄 없는 산책도 자연스럽다. 문제는 도통 배설물을 치우지 않는 문화다. 흥미로운 점은 소위 ‘부촌’일수록 이 현상이 심하다는 것. 현지인들의 ‘카더라’에 따르면, 부촌의 경우 건물마다 상주하는 관리인들이 매일 아침 물청소로 거리를 정리해주다 보니, 주인들이 굳이 허리를 숙여 변을 줍는 수고를 하지 않게 되었다고도 한다. 부촌 동네의 뒷골목이 가장 지저분하다는 사실은 파리가 가진 묘한 역설이다.


5. 카페와 외식 : 느림을 즐기는 ‘아페로’의 미학
파리의 카페나 브라세리에서는 커피 한 잔, 와인 한 잔만으로 대여섯 시간을 버텨도 눈치를 주는 이가 없다. 주문과 계산이 느린 만큼, 손님에게도 무한한 ‘느림의 권리’가 허용된다. 테라스에 앉아 몇 시간씩 책을 읽거나 사람 구경을 하는 것은 파리지앵의 가장 큰 낙이다.
단, 주의할 점이 있다. 책은 허용되나 컴퓨터 사용은 금기시되는 분위기다. 노트북을 펼치는 순간 카페 특유의 낭만을 해치는 손님으로 낙인이 찍히며, 웨이터가 사용 중단을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대형 체인 카페들이 생겨나며 완화되는 추세지만, 동네 단골 카페를 만들고 싶다면 노트북은 가방 속에 넣어두고 파리의 햇살을 즐겨보자.
식문화의 핵심은 ‘아페리티프(Aperitif·약칭 아페로)’다. 퇴근 후인 오후 6시부터 8시 사이, 식전주를 마시며 대화를 시작하는 문화다. 저녁 식사는 보통 밤 8시나 9시가 넘어서야 시작된다. 여기서 ‘꿀팁’ 하나. 유명 맛집을 예약 없이 공략하고 싶다면 현지인들이 아페로를 즐기는 시간인 오후 7시를 노려보라. 1차 식사 후 2차로 술을 마시는 한국과 달리, 식전주로 예열한 뒤 긴 시간 느긋하게 식사하며 밤을 마무리하는 것이 이들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