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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시대의 시민 참여형 기소권 통제 연구
美 대배심제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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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시대의 시민 참여형 기소권 통제 연구
- 美 대배심제를 중심으로
서울신문 송수연 연수기관: 조지워싱턴대

들어가며

한국 형사사법 체계는 현재 대대적인 개혁을 앞두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2025년 10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다. 1954년 형사소송법 시행과 함께 검찰이 독점해 온 수사권과 기소권은 각각 행정안전부 소속 중대범죄수사청과 법무부 소속 공소청으로 이관된다. 이로써 1948년 출범한 검찰청은 80여 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한 기관에 집중된 기존 구조가 형사사법 권력의 과도한 집중을 초래한다는 비판과 함께 민주적 통제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던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개혁이 검찰의 기소 재량을 둘러싼 구조적 논쟁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이 여전히 제한된 내부 판단에 따른다면 기소 정당성에 대한 논란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시민 참여를 통한 기소권 통제 모델에 관한 연구는 이런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특히 미국의 대배심제(Grand Jury)는 시민이 형사 기소 과정에 직접 참여해 기소여부를 심사하는 제도로 주목할만하다. 대배심은 검사가 제기하려는 기소에 대해 시민 배심원들이 이를 심사하고,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이는 형사 절차에서 국가 권력과 시민 사회 사이의 균형을 형성하는 제도적 장치로 기능해 왔다.

반면 한국에는 검찰의 기소권 통제라는 목적에서 유사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있다. 대배심제보다는 구속력이 약할뿐더러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 등을 거치며 공정성·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검찰개혁 논의 속에서 대대적인 개편 또는 폐지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미국의 대배심제를 중심으로 시민 참여형 기소 통제 제도의 구조와 기능을 분석했다. 현지에서 제기돼 온 제도적 한계와 운영상의 쟁점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필자는 미국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의 검사장인 존 제이 맥카시 검사, 박충기 메릴랜드 행정법원장 등과도 면담할 기회를 가졌다.

본 연구는 향후 한국 형사사법 제도에서 시민 참여형 기소 통제 모델이 논의되기 시작할 때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 대배심제 구조와 의의

대배심제 설계목적과 배경

대배심제는 영국 중세시대에서 기원했다. 12~13세기 영국에서는 국왕이 마음대로 사람을 기소하지 못하도록 시민 배심원이 사건을 조사하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이는 왕권과 지방 귀족 간 권력 균형을 유지하고,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였다.

미국에서는 이런 전통을 계승해 헌법 제5조(Fifth Amendment, 1791)에서 사형 또는 중범죄에 해당하는 사건의 경우 대배심의 기소 없이 형사재판에 회부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 의회조사국1)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연방 대배심의 설계목적은 크게 ▲시민참여 ▲검찰권한 견제 ▲독립조사 기능 등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일반 시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해 검찰의 기소 결정을 감시함으로써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배심원은 필요시 기소를 거부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검찰이 일방적으로 기소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역할을 한다. 배심원은 증인을 소환하고, 증거를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어 검찰 권력 남용을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 이에 대해 워싱턴 세인트루이스 대학 법대 교수 피터조이2)는 한 언론 기고문에서 “대배심 시스템은 누가 형사 기소를 받을지를 결정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시민이 형사사법 시스템에 참여하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배심제 구조와 절차

우선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 또는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다. 수사기관은 증거를 수집하고 사건의 사실관계를 정리한 뒤, 이를 바탕으로 검찰이 대배심에 사건을 넘긴다. 이후 검사는 대배심 앞에서 증거와 증언을 제시하며, 사건의 법적 판단 기준이 되는 ‘기소 가능성(probable cause)’을 입증하려 한다.

대배심은 일반 시민으로 16~23명의 배심원단으로 구성한다. 심리 과정은 비공개다. 이들은 검찰이 제시한 자료를 검토하고 추가적인 증언을 요청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검찰이 주도하는 정보에 기반해 판단을 내린다.

미국 대배심의 기소판단 절차 구조

심리 이후 대배심은 투표를 통해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이때 ‘기소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indictment(기소)’를 결정하고, 반대로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하면 ‘no-bill(기소 거부)’로 사건을 종결한다. 실제 운영에서는 기소가 내려지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대배심은 실질적으로 기소를 승인하는 단계로 기능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연방 법원 행정 사무국(Administrative Office of the U.S. Courts)에 따르면 연방 대배심은 매년 약 5만명 이상을 기소하고 있다.

출처:Administrative Office of the U.S. Courts

미국의 대배심 제도는 연방 형사사건에서는 원칙적으로 필수적으로 적용되지만, 주 단위에서는 운영 방식이 다르다. 미국 내 약 절반의 주는 중범죄 기소에 대해 대배심의 결정을 요구하는 반면, 나머지 주는 검사가 직접 기소장을 제출할 수 있는 ‘정보 기소(information)’ 제도를 허용하거나 대배심 사용을 선택적으로 운영한다. 일부 주는 사실상 대배심 제도를 폐지하거나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만 사용하고 있다. 미국은 단일한 기소 시스템이 아니라, 연방과 주마다 서로 다른 이중 구조를 가진 체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美 전 대통령에 대한 대배심의 기소 결정과 의미

대배심은 최근 몇 년 사이 미국 전현직 대통령을 포함한 주요 정치 인물에 대해 기소 여부를 심리하면서 크게 주목받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21년 퇴임 후 대배심을 통해 모두 4차례에 걸쳐 기소됐다. 대표적 사례로 뉴욕 맨해튼 대배심은 2023년 3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성추문 입막음 의혹 관련 기소하기로 했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거 성추문 의혹을 은폐하고자 금품 지급에 관여했다는 혐의다. 전직 대통령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사례는 미국 역사상 처음이다.

조지아주에서도 대배심이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사건을 심리했다.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뒤집고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조지아주 대배심은 이 사건과 관련하여 트럼프 전 대통령뿐 아니라 당시 현직 상원의원을 포함한 총 38명에 대해 기소를 권고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단일 인물을 넘어 광범위한 정치·행정 관계자들이 연루된 대규모 사건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해당 사건은 2024년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공소 취소됐다. 현직 대통령은 재임 중 기소되거나 처벌할 수 없다는 법무부의 오랜 법률 의견에 따라 검찰이 재판을 포기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배심은 시민이 직접 참여해 정치권력에 대한 기소 결정을 통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도 사법적 판단이 시민 참여 구조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미국 대배심제의 쟁점 및 한계

검찰 주도 구조

대배심제는 민주적 정당성 확보라는 본래의 목적과 달리 현실에서는 검찰 주도로 운영된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대배심 절차가 사실상 검찰에 의해 통제되기 때문이다. 대배심은 검사가 소집하고, 사건을 제시한다. 증거 제출도 주로 검사에 의해 이뤄진다. 미국 의회조사국이 발간한 보고서3)도 “연방 대배심은 구조적으로 검사의 절차적 통제하에 운영된다”면서 “독립적 조사기구로서의 기능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연방 대배심이 기소를 거부하는 사례는 2016년 기준 약 6건에 불과해 극히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체 기소 요청 대비 0.01% 미만에 해당하는 수치다. 대배심이 사실상 대부분 사건에서 검찰의 기소 요청을 승인하는 구조임을 보여준다.

필자는 워싱턴 D.C 인근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 소속 존 제이 맥카시 검사장과 만나 실질적으로 대배심제가 어떻게 운용되는지 들을 수 있었다. 몽고메리 카운티는 대부분의 카운티처럼 형사사건에서 대배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맥카시 검사장은 면담 바로 전날에도 대배심제 회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필자는 맥카시 검사장에게 “대배심에서 법률적 경험과 지식이 없는 일반 시민이 과연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가, 대배심제가 실질적으로는 형실적 절차에 그치는 것은 아닌가”라고 물었다. 맥카시 검사장은 “시민들이 법률 전문가인 검사와 동일한 수준의 법률 지식을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대배심제와 배심재판은 모두 운영상의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대배심제는 검사에게 추가적인 설명을 요구하거나 이해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 질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정한 보완적 기능을 가진 제도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배심에서 검찰의 기소를 거부한 사례는 사건이 복잡하지 않고 직관적인 경우에서 드물게 나타난다. 2025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발생한 이른바 ‘샌드위치 투척 사건’을 예로 들 수 있다. 당시 한 남성이 연방 이민단속 관련 요원에게 샌드위치를 던진 행위로 체포됐다. 검찰은 이를 단순한 소란이 아니라 연방 공무원에 대한 폭행으로 보아 중범으로 기소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대배심은 검찰이 청구한 중범 기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는 미국 형사사법에서 대배심이 통상적으로 검사의 기소 요청을 거의 그대로 승인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판단이다. 대배심의 기소 거부로 중범 혐의로 기소하는 건 무산됐지만, 검찰은 혐의를 경범죄로 낮춰 다시 기소했다. 이후 진행된 정식 형사재판에서 배심원단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 DC소재의 공공정책 연구기관인 케이토 연구소 마이크 폭스4)는 “미국에서 대배심이 종종 ‘검찰의 기소를 자동 승인하는 형식적 절차’로 비판받아 왔지만, 이번 사건은 그러한 통념에 반하는 사례라고 평가한다”면서 “대배심이 때로는 과잉 기소를 견제하고 개인을 불필요한 형사처벌로부터 보호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투명성 논란

대배심 절차는 원칙적으로 비공개로 운영된다. 이에 결정 과정의 투명성도 한계로 지적된다. 비공개 원칙은 본래 수사의 기밀성을 유지하고 피의자 인권 보호를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이런 철저한 비공개 구조가 사실상 외부 감시 없이 검찰 중심으로 운영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경찰 과잉진압 사건, 정치적 사건, 기업수사 사건 등에서 대배심이 기소를 거의 하지 않고 검찰 결론을 그대로 승인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구조적 투명성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2025년 3월 텍사스 남부에서 23세 미국 시민 루벤 R. 마르티네스가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에게 총격을 받아 사망5)했지만 대배심에서 불기소 결정을 내려 논란이 된 사건을 예로 들 수 있다.

당시 ICE요원측은 마르티네스가 단속 과정에서 차량을 이용해 도주를 시도하거나 요원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보였다고 판단해, 안전 확보를 위한 대응 과정에서 총기를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반면 피해자 측과 일부 증언에서는 피해자가 즉각적인 생명 위협을 가할 상황이 아니었으며, 과도한 물리력 행사였다는 반박이 나왔다. 총격 이후 피해자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이후 수사 결과를 토대로 형사 기소 여부를 판단하고자 대배심 절차가 진행됐다. 그러나 대배심은 제출된 증거와 관련 진술을 검토한 끝에 형사 책임을 물을 만큼의 개연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결국 해당 ICE요원에 대한 형사재판은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 가족들은 투명성 부족을 비판하며 수사 결과 공개 등을 요구했다. 가족과 시민은 검찰이 어떤 증거를 제시했는지, 대배심제에서 어떻게 판단했는지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켄터키대 버학대학원 소속 일라나 M. 프리드먼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학술논문6)에서 “대배심의 비밀주의와 검찰 중심 구조가 경찰 관련 사건에서 비기소를 구조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피의자 참여 제한

대배심 절차에서 피의자는 원칙적으로 직접 출석해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대부분 피의자는 심리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다. 변호인 역시 대배심 심리에 개입할 수 없다. 이는 검찰이 제시하는 증거와 주장만이 배심원에게 전달되는 구조를 만든다. 결과적으로 피의자는 자신의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기소 여부가 결정될 위험에 놓이게 된다.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학교 폴 M. 헤버트 법학대학원 소속 법학 연구자 엠 코너 맥케인(M. Connor McCain)은 논문7)에서 대배심 절차가 완전히 비공개로 운영되고 피의자 및 변호인의 참여가 배제돼 있어, 피의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인지하거나 반박할 기회 없이 기소 여부가 결정되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미국 형사소송에서 검찰은 Brady 의무(Brady obligation), 즉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숨기지 말고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는 의무를 지닌다. 그러나 실제 대배심에서는 검찰이 정보를 선택적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특히 피의자와 변호인이 참여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를 반박하기란 불가능하다.

맥케인은 해당 논문에서 피고인의 방어권 제한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도 함께 제시했다. 먼저 대배심 단계에서라도 피의자에게 ‘중대한 불리한 증거’는 제한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변호인이 대배심 전 과정에 출석하진 않더라도 서면 의견을 제출하거나 법적 쟁점을 설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검찰 일방 구조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개혁 제안으로는 대배심 종료 후 일정 조건하에 증언 기록이나 증거 제출 내용, 절차 기록 등을 열람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재판 단계에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취지다.

한국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기능과 한계

국내에도 시민의 참여를 통한 검찰의 기소권 통제 및 공정성 확보에 대한 논의와 시도가 이어져 왔다. 한국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그 결과물 중 하나다. 수심위는 문무일 검찰총장 때인 2018년 검찰의 기소독점과 제한 없는 재량권 행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도입됐다. 검찰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전 검찰 외부 시각을 들어보고 반영해 수사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취지다.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에 대해 ▲수사 계속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등을 심사한다. 150명 이상 250명 이하의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 단체 등으로 구성된 위원단에서 무작위로 15명을 선발해 현안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다. 시민의 참여를 통한 검찰 수사 기소권 공정성 확보라는 점에서 미국 대배심과 한국 수사심의위의 취지는 비슷하다.

반면, 미국 대배심과의 차이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미국 대배심은 중대 범죄를 기소하기 위해서는 대배심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그러나 한국 검찰 수심위는 피의자가 신청하거나 검찰총장의 직권상정에 의해 이뤄지는 등 선택적으로 열린다. 이로 인해 한국 검찰 수심위는 제도 도입 이후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대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사건’부터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의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중단 압력 행사’부터 최근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등 사회적으로 중요하고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들이었다.

한국 검찰수심위 vs 미국 대배심제 비교

한국 검찰수심위미국 대배심제
도입 목적시민 참여 통한 검찰 수사·기소 신뢰성 회복시민 참여 통한 기소 결정의 공정성 확보
회부 요건피의자 신청 및 검찰총장 직권상정 등 ‘선택적’중대 범죄 기소 위해 ‘필수적’
위원 선정150명 이상 250명 위원 중 15명 선발지역 유권자 중 무작위 16~23명 선발
기소 강제성권고사항독자적 기소 가능, 단, 검사도 기소 거부권 존재
최근 사례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불기소트럼프 대통령 성추문 등 기소

가장 큰 차이점은 시민참여의 권한 수준이다. 미국 대배심은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이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바탕으로 기소 여부 자체를 결정한다. 즉 재판으로 넘길 것인지에 대한 최종 판단이 시민에게 있다.

반면 한국 수심위 결정은 권고적 의견 제시에 그친다. 최종 결정 권한은 검찰에 있으며 수심위 판단이 기속력을 가지지 않는다. 이에 2023년까지 수심위 결론이 공개된 12개 사건 중 검찰 수사팀과 수심위 판단이 같았던 경우는 불과 4건에 그친다. 나머지 사건들은 수심위의 기소 혹은 불기소 결정을 검찰이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입맛에 따라 수심위 결정을 따르거나 따르지 않는 식으로 취사선택할 수 있는 구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런 비판적 목소리는 2024년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에서 정점에 이르렀다. 두 번에 걸쳐 열린 수심위는 명품백을 받은 사람(김건희)에게는 ‘불기소’ 권고를, 명품백을 준 사람(최재영 목사)에게는 ‘기소’ 권고를 내렸다. 사실상 같은 사건에 대해 다른 판단을 내리면서 ‘수심위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배심원단과 위원선정에 있어서도 차이가 크다. 미국 대배심은 지역 유권자 중 무작위로 선발하는 반면, 한국 수심위는 150명 이상 250명 이하의 수심위 위원단에서 선발된다. 수심위 위원 풀 자체를 검찰총장이 위촉해 중립성 문제가 논란거리다.

나가며

본 연구는 검찰개혁 시대에 시민 참여형 기소권 통제 장치의 가능성을 검토하고자 미국의 대배심 제도를 중심으로 그 구조와 기능, 한계를 분석했다.

미국 대배심 제도는 검찰이 제시한 증거를 바탕으로 시민 배심원이 기소 여부를 판단한다는 점에서, 형사사법 절차 초기 단계에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대표적 제도이다. 이는 국가 권력인 검찰의 기소 권한을 일정 부분 외부적으로 견제하는 기능을 한다. 기소 결정에 대한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중대한 형사사건이나 정치적 파급력이 큰 사건에서 대배심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는, 검찰 단독 결정 구조에 대한 제도적 균형 장치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대배심 제도의 여러 한계도 확인했다. 검찰이 증거 제출과 설명 과정을 사실상 주도하는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시민 배심원의 판단이 검찰로부터 독립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피의자 및 변호인의 참여가 제한된 상태로 대배심이 이뤄지면서 검사와 피의자·변호인 간 정보 비대칭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기소 판단의 공정성에 대한 논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즉, 시민 참여라는 형식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검찰 중심 구조가 여전히 강하게 작동한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와 비교해 한국 검찰제도는 시민 참여형 통제 장치로서 수사심의위원회를 운영했으나, 그 의결이 권고적 효력에 그쳐 검찰의 최종 결정권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데에는 한계를 보여 왔다. 또한 사건의 선택적 운영, 위원 선정의 대표성·전문성 문제 등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특히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을 거치면서 공정성·실효성 논란이 정점에 이르렀다. 현 제도는 이번 검찰 개혁 과정에서 대대적인 수정 및 보완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배심 제도와 한국 수사심의위원회 제도는 모두 형사사법 과정에서 시민 참여를 통해 검찰 권한을 일정 부분 통제하려는 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특히 시민 참여를 제도화함으로써 검찰 기소권의 독점적 행사를 완화하고, 형사사법 절차의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려는 시도는 두 제도 모두에서 확인된다.

본 연구는 미국 대배심 제도가 완벽한 이상적 모델이라기보다, 시민 참여형 기소 통제 장치가 지닌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제도적 사례임을 확인했다. 박충기 메릴랜드 행정법원장은 필자와의 만남에서 “미국은 국가의 시작이 주로부터 시작해 이후 연방정부가 구성됐다는 점에서 한국과 다르다. 특정 제도를 1대1로 비교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더 나은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각을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열린 마음으로 다른 나라의 제도를 비교해보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은 그동안 수많은 논란 끝에 대대적인 검찰개혁을 진행 중이다. 향후 검찰개혁은 시민 참여의 실질성, 검찰 권한 통제의 균형성, 그리고 절차적 투명성 확보라는 기준 속에서 더욱 정교하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 미국 대배심 제도는 한국 검찰개혁 논의에 있어 하나의 참고 모델이 될 수 있다. 동시에 그 한계까지 함께 고려해 한국 현실에 맞는 제도적 개선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 Library of Congress,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2025, July 3). The Federal Grand Jury
  • Peter A. Joy, Washington University School of Law, quoted in The Conversation (2022)
  • Mike Fox, “Why the D.C. Sandwich-Throwing Case Just Gave Me Hope,” Cato Institute, 2025.
  • Texas Tribune, 「Texas grand jury won’t indict in 2025 fatal shooting of U.S. citizen by ICE agent」, 2026.
  • Ilana M. Friedman, 미국 University of Kentucky 법학대학원 조교수, 2025년 Oregon Law Review에 형사법 관련 논문
  • M. Connor McCain, 미국 Louisiana State University Paul M. Hebert Law Center 소속 법학 연구자(또는 법학 박사과정 연구자), 2023년 Louisiana Law Review에 대배심 비밀주의와 방어권 제한 문제를 다룬 논문.
  • 오경식, 「미국의 기소대배심 운영과 한국의 도입방안」, 대검찰청 형사법연구회 발표(2010. 9. 13.), 국립 강릉원주대학교 법학과
  • 1 Library of Congress,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2025, July 3). The Federal Grand Jury
  • 2 Peter A. Joy, Washington University School of Law, quoted in The Conversation (2022)
  • 3 Library of Congress,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2025, July 3). The Federal Grand Jury
  • 4 Mike Fox, “Why the D.C. Sandwich-Throwing Case Just Gave Me Hope,” Cato Institute (케이토 연구소), 2025. https://www.cato.org/commentary/why-dc-sandwich-throwing-case-just-gave-me-hope
  • 5 Texas Tribune, 「Texas grand jury won’t indict in 2025 fatal shooting of U.S. citizen by ICE agent」, 2026.
  • 6 일라나 M. 프리드먼(Ilana M. Friedman), 미국 University of Kentucky 법학대학원 조교수, 2025년 Oregon Law Review에 형사법 관련 논문을 발표
  • 7 M. Connor McCain, 미국 Louisiana State University Paul M. Hebert Law Center 소속 법학 연구자(또는 법학 박사과정 연구자), 2023년 Louisiana Law Review에 대배심 비밀주의와 방어권 제한 문제를 다룬 논문을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