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5월 영국 지방선거 보도를 중심으로 경향신문 유정인 연수기관: 소아스런던대
정치적 분열과 언론
지난 5월 지방선거는 영국의 전통적 양당제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노동당과 보수당의 전통적 양분 구도는 깨졌다. 영국개혁당과 녹색당이 부상하며 사실상 5당 체제가 시작됐다.
다당제로의 전환은 영국 정치의 다원주의 확대를 뜻하는 걸까. 현지 전문가들은 오히려 심화한 정치 양극화가 이런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표면 아래를 보면 “두 개의 블록”1으로의 양극화가 더 강해졌다는 것이다. 팀 베일 퀸메리런던대 정치학 교수는 5개 정당으로의 분산이 실은 왼쪽 블록(노동당·자유민주당·녹색당)과 오른쪽 블록(보수당·영국개혁당)이라는 두 진영으로 갈라진 결과라고 본다. 이제 부동층마저 노동당과 보수당 사이가 아니라, 자신이 속한 블록 안에서 다른 정당으로 이동하게 됐다고 그는 설명한다. 브렉시트가 만든 ‘탈퇴파(Leave)’와 ‘잔류파(Remain)’라는 새로운 정체성이 기존 정당 소속감보다 강해지면서, 같은 블록 안의 다른 정당을 지지하기가 쉬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2
시민들이 체감하는 분열의 위험은 임계점에 다다랐다. 입소스(Ipsos) 조사에서 영국인의 85%가 나라가 분열돼 있다고 답했고, 55%는 정치적 견해 차이가 사회에 위험할 만큼 분열적이라고 봤다. 절반이 넘는 52%는 반대편이 자신 같은 사람을 신경쓰지 않는다고 여겼고, 48%는 반대편의 견해가 정치적으로 극단적이라고 답했다.3 서로를 향한 감정의 거리, 곧 정서적 양극화(Affective Polarisation)가 위험 수준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현실도 다르지 않다. 미국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발표한 2022년 11월 보고서에서 한국은 19개 조사 대상국 중 미국과 함께 정치 분열이 가장 심각한 나라로 꼽혔다. ‘다른 정당 지지자와의 갈등 정도에 대한 인식’을 묻는 데에 한국인 응답자 90%는 “매우 크다” 또는 “크다”라고 답했다.4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의 인식과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언론은 정치 이슈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언론은 단순히 관찰자인가, 정치적 분열을 심화시키는 행위자인가. 본 연구는 5·7 지방선거 전후 영국 언론의 보도 양상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한국 언론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연구에서 정치 양극화는 상대 진영에 대한 부정적 감정과 적대감이 확대되는 정서적 양극화를 가리킨다.
분석 대상 : 두 신문, 두 진영
영국 언론, 특히 전국 단위 일간지들은 비교적 선명하게 신문의 정치적 입장을 드러낸다. 동시에 완전지 않지만 의견과 뉴스를 지면상 구분하려는 전통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한국 언론도 공유하는 특징이다. 주요 선거 전후는 정치 이슈에 대한 각 언론의 시각이 잘 드러나는 시기로, 이 시기 보도를 살피면 양극화 시대 영국 정치 저널리즘의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분석 매체로는 진보좌파 성향 가디언(The Guardian)과 보수우파 성향 데일리 텔레그래프(The Daily Telegraph·텔레그래프)를 선정했다. 두 신문은 주요 일간지 스펙트럼 중 양 끝에 가까워, 진보 블록과 보수 블록을 각각 대변하는 매체로 여겨진다. 서로 뚜렷하게 대비되는 관점을 가진 매체의 보도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추리면, 영국 정치 저널리즘의 특징이 좀 더 잘 드러날 것으로 판단했다. BBC는 공영 방송사로서 타 매체와 비교가 어렵고, 선(The Sun)·익스프레스 등 타블로이드는 정치 저널리즘 비교 분석 대상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봤다.

2026년 5월 7일 지방선거를 전후한 보름(4월 30일~5월 14일) 동안 두 신문이 국내 정치를 다룬 보도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지면 게재 여부와 배치가 각 언론의 선택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판단해, 지면을 기준으로 살폈다. 오피니언 지면에 실린 사설과 기명 칼럼, 그리고 정치 만평은 제외했다. 다만 신문이 정치면에 배치한 논평, 정치 풍자 칼럼인 ‘스케치(sketch)’ 등은 분석 대상에 포함했다. 이런 글은 형식상 의견에 가깝지만, 뉴스 지면에 배치됨으로써 사실 보도의 외양을 띠기 때문이다.
분석의 목표는 두 신문이 정치적 경쟁과 갈등을 어떤 방식으로 재현하고 프레이밍했는지 살피는 데 뒀다. 정치 보도가 사안의 내용보다 갈등과 승패, 권력구도 변화에 집중할 때, 언론은 양극화를 완화하기보다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경마식 보도’와 갈등 중심 프레임이 유권자에게 정책적 판단의 근거 대신 진영 간 대결 구도를 각인시킨다는 우려가 그간 저널리즘 연구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이에 따라 두 신문의 정당별 기사량과 지면 배치, 주요 보도 프레임, 정책 보도 비중 등을 중심으로 지난 5월 7일 영국 지방선거 보도를 살폈다.
분석 ① : 권력 이동에 집중된 선거 보도
지방선거 전후 두 신문이 각 정당을 얼마나, 어떻게 다뤘는지를 보면 언론의 관심이 어디에 집중됐는지 드러난다. 분석 결과 두 신문 모두에서 노동당이 압도적이었다. 노동당을 주어로 삼은 기사가 이 기간 가디언 43건, 텔레그래프 49건으로 집계됐다. 선거 전부터 집권당인 노동당의 참패 가능성이 거론되며 관련 보도가 많았고, 선거 후에는 총리 교체 여부를 다룬 보도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가디언은 토요일자 발행으로 분석 기간 내 발행일이 이틀 많았고, 1면 기사를 안쪽 면으로 연결하는 경우가 많아 절대 수치를 비교하기는 어렵다.

노동당에 이어 자주 다뤄진 정당은 영국개혁당이었다. 가디언 23건, 텔레그래프 10건으로 두 신문의 격차는 크지만, 모두 흔들리는 노동당 다음가는 이슈로 영국개혁당을 다뤘다. 기사 크기와 지면 배치를 고려하면 영국개혁당 보도의 비중은 더 커진다. 가디언은 영국개혁당 기사를 1면에 4차례 배치했다. 1개면 전면 기사로 다룬 경우도 6차례 있었다. 텔레그래프 역시 영국개혁당 기사를 1면이나 국내 정치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정당 인사 인터뷰를 3차례 주요 기사로 소화한 점이 눈에 띄었다. 노동당과 영국개혁당에 이어 녹색당이 뒤를 이었다(가디언 9건·텔레그래프 10건).
그 외 정당 보도는 소수에 그쳤다. 한때 양당 체제의 한 축이던 보수당은 두 신문에서 똑같이 4번 다뤄지며 사실상 보도에서 밀려났다. 앞선 3개 정당과 달리 보수당 기사는 정치면의 작은 박스 기사로 다뤄졌다. 내용 면에서도 반응 기사가 많았다. 보도의 질을 따져보면, 보도 건수보다 실제 비중은 더 작았던 셈이다. 자유민주당과 SNP를 주어로 다룬 기사는 텔레그래프에 한 건도 없었다.
기사량 분포는 두 신문이 이번 선거에서 어디에 초점을 뒀는지 보여준다. 정파와 무관하게 보도의 관심은 정당들의 정책이나 지방정부 운영 능력보다는 ‘집권당이 무너지나, 누가 그 자리를 위협하는가’에 집중됐다. 노동당이 가장 많이 다뤄진 것은 무너지는 쪽이었기 때문이고, 영국개혁당이 그 뒤를 이은 것은 위협하는 쪽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동당 관련 기사 대부분이 선거 전부터 차기 총리 후보자들의 경쟁과 그에 따른 전략 보도에 치중됐다.
지방선거였지만, 노동당과 영국개혁당 보도 전반에서 지방의 의제는 보이지 않았다. 지방의회 선거라는 특성상 전국적 정책 쟁점이 부각되기 어렵고, 영국 지방선거가 전통적으로 중앙정치 중간평가로 기능해 온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방정부가 다루는 의제와 유권자가 알아야 할 정보보다 권력 향배와 진영 대결이 보도의 중심을 차지한 것은, 선거의 특성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결국 두 신문 모두 전형적인 ‘경마식 보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누가 이기고 지는지, 권력의 판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이 보도 방식은 정치를 일종의 승부로 치환한다. 이런 보도가 유권자에게 정책적 판단의 근거 대신 진영 간 대결 구도를 각인시켜 정치 양극화를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그간 꾸준히 제기돼왔다. 보수당의 ‘실종’은 이 구조를 역설적으로 증언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 양대 정당의 하나였던 보수당이 보도에서 사라진 것은, 보도 기준이 ‘경주에서의 위치’였음을 보여준다. 승부의 중심에 서지 못한 정당은 뉴스의 중심에서도 밀려났다.
분석 ② : 같은 당, 다른 프레임
5·7 지방선거 전후 두 신문의 프레이밍 차이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것은 영국개혁당 기사였다. 영국개혁당은 선거 전까지 지방의회 의석이 2석에 불과했지만, 이번 선거에서 1,453명의 지방의원(노동당 1,068명, 보수당 801명)을 배출하며 최다 의석을 차지했다. 이런 결과가 일찌감치 예견되면서 선거 전부터 두 언론 역시 영국개혁당 기사를 주요하게 배치했다.
영국개혁당을 다루는 방식은 정반대에 가까웠다. 가디언은 대부분 기사에서 영국개혁당을 의혹과 논란의 대상으로 다룬 반면, 텔레그래프는 정책과 인물 중심으로 접근하며 기존 정당과 유사한 정치 행위자로 설정했다.
가디언이 보도한 영국개혁당 관련 23건의 기사 중 당 대표인 나이절 패라지와 주변 인물의 비리 의혹, 재산 형성 과정을 포함해 의혹과 논란을 다룬 보도가 15건으로 과반이었다. 패라지 대표가 2024년 총선 전 암호화폐 투자자 크리스토퍼 하본에게 받은 500만 파운드 기부금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은 1면에 2차례 등 총 5차례 집중보도했다. 지난 5월 7일 지방선거 당일에도 1면과 14면 한 개면 전면을 털어 패라지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를 실었다. 두 차례 정책을 다뤘지만, 개혁당의 이민 정책을 비판하는 데 초점을 뒀다.
당보다 패라지 개인에 주목한 것도 가디언 보도의 특징이다. 영국개혁당을 정치 세력이라기보다는 ‘문제적 인물’이 이끄는 논란의 집단으로 프레이밍한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 기간 텔레그래프의 영국개혁당 보도(10건) 중 절반은 당의 정책과 인물을 알리는 기사가 차지했다. 특히 선거 전 영국개혁당의 정책 설계자 제임스 오르, 패라지의 오랜 파트너이자 정치적 조언자로 알려진 프랑스 정치인 로르 페라리 인터뷰를 주요하게 실었다. 인터뷰에는 영국개혁당의 철학과 조직, 국제적 연계 능력 등이 담겼다. 영국개혁당을 패라지의 ‘원맨 정당’이 아니라 정치적 철학과 조직을 갖춘 정상적 정당으로 조명했다는 점에서 가디언 보도와 차이가 있다.
텔레그래프 역시 500만 파운드 기부금을 둘러싼 논란을 두 개의 기사에서 다뤘다. 다만 패라지와 기부자 인터뷰를 통해 패라지 측의 입장에 충실한 기사로 다뤘다. 영국개혁당의 이민 정책을 두고 가디언은 비판적 보도를, 텔레그래프는 사실관계 전달 보도를 했다는 점도 서로 다른 부분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영국개혁당과 함께 부상한 녹색당 보도 태도도 달랐다. 텔레그래프는 잭 폴란스키 녹색당 대표의 논란을 적극적으로, 자주 다뤘다. 이 기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한 녹색당 기사는 전부 녹색당의 반유대주의 논란과 폴란스키 대표의 허위 경력 논란을 다룬 것이었다. 반면 가디언은 이 논란을 일부 다루면서도, 녹색당의 부상과 주목받는 인물 등을 함께 보도했다.
이처럼 두 신문은 선거 전후 각 정당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조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어떤 사안을 뉴스로 선택하고 어떤 측면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는 언론사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으며, 이는 언론 자유와 편집권의 측면에서 보장돼야 하는 영역이다. 공당 대표에 대한 검증 보도, 정당의 주요 인물 및 당의 철학 모두 유권자들이 알아야 할 중요 정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매체는 도덕성 검증 보도에만, 다른 매체는 정당의 철학과 인물 보도에만 집중한 것은 시민들에게 합당한 보도 기준에 따른 차이로 비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동일한 정치 현상을 둘러싼 뉴스 가치 판단이 이처럼 극명하게 엇갈릴 경우, 시민들이 정치적 현실을 서로 다르게 인식하는 데 영향을 준다. 이는 결국 민주주의를 작동시키는 공통의 기반을 흔드는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결론 : 시사점과 제언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간다. 언론은 정치 양극화의 관찰자인가, 영향을 미치는 행위자인가.
언론이 정치 양극화를 악화시키는 주요 행위자라는 결론에 도달하려면 언론 수용자들에 대한 분석이 더해져야 할 것이다. 다만 이번에 분석한 사례는 언론이 정치 양극화를 단순히 반영하는 관찰자에 머무르기보다, 정치적 현실을 구성하고 재현하는 과정에서 양극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자임을 시사한다.
정치적 관점이 다른 가디언과 텔레그래프 모두 선거를 권력의 이동, 승패의 관점에 주목해 보도한다는 점에서는 일치했다. 정책 보도는 뒤로 밀렸다. 정당별로 각 매체의 보도 방향이 뚜렷하게 달라지는 점도 확인됐다. 이런 보도는 유권자들이 선거의 정책적 의미보다 진영 간 승패에 집중하고, 서로 다른 정치적 현실을 구성하도록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친다. 유권자가 특정 사안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어떤 주제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정치적 판단을 내릴 때 어떤 정보를 사용하는지에 언론 보도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5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현실 인식의 기반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은 특히 우려되는 대목이다. 공통의 사실과 의제를 둘러싼 인식이 약해질 경우,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시민들 사이의 토론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민주주의 기반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국의 현실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한국의 선거 보도 역시 지지율과 승패, 정치공학, 권력 이동에 집중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반적 정치 보도에서 같은 사안도 매체별로 지나치게 다른 프리즘으로 다룬다는 지적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언론의 공론장 역할은 약화했고,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시민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적대적으로 부딪히는 일이 일상이 됐다.
이러한 환경은 양국 모두에서 뉴스 신뢰도 저하로도 이어지고 있다.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6>를 보면 영국과 한국의 뉴스 신뢰도는 모두 30%로 조사 대상국 48개국 평균(37%)에 못 미쳤다.6
영국 언론의 사례를 들여다보며 해법보다는 공통의 과제를 상기하게 됐다. 해법은 각국의 정치 상황과 미디어 환경에 맞춰 각자 찾아야 할 몫이다. 다만 연구에서 살펴본 언론 보도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면, 한국 정치 저널리즘의 해법을 다듬어갈 힌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정치 저널리즘이 가야 할 방향은 언제나 명확했다. 승패보다는 정부(지방정부 포함) 운영 능력에 집중하는 보도, 매체의 관점보다 사실과 검증을 우선하는 보도, 기계적 중립이나 산술적 균형보다 맥락을 제공하는 보도. 오래전부터 제시돼 온 원칙들을 어떻게 현실에서 구현해 낼지가 한국 언론계에 맡겨진 과제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시도들을 해볼 수 있다고 본다. 한국 정치 저널리즘에서 공약 및 정책 보도는 수년 동안 늘어왔다. 주요 선거 국면에 대부분의 주요 언론사가 후보자별 공약 비교와 검증 작업을 진행한다. 공약과 정책을 다루는 고정 코너나 시리즈 기획을 내놓는 곳도 많아졌다. 이제 양적으로 늘어난 보도들이 얼마나 실효적으로, 유권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전달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하는 시점이다. 팩트 체크와 공약 비교 보도가 관행화, 관성화하면서 형식적인 수준에 머무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빈도, 분량보다 실제 선거 보도에서 가장 중요한 척도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한국 정치 저널리즘에서도 사실과 의견을 더 명확하게 분리하려는 시도는 늘어왔고, 일부 정착됐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가디언과 텔레그래프의 지방선거 보도에서 보듯, 이것만으로는 시민들에게 ‘공통의 현실과 문제’를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 동일한 정치 주체나 사건에 대해 하나의 측면만을 반복적으로 ‘사실 보도’하는 경우, 시민들에게 정치적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치인 개인의 도덕성과 리더십, 정당의 철학과 정책, 특정 정치 주체의 역사적·국제적 맥락 등을 풍부하게 전해야 시민들이 종합적 상을 그리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영국개혁당의 사례처럼 정치 세력이 급부상하거나 새로운 정치 주체가 등장하고, 논란의 대상이 될 경우에 대비해 내부 기준을 점검해둘 필요도 있어 보인다. 언론이 점검해야 할 항목을 내부 체크리스트 형태로 마련하고, 이를 일관된 보도 기준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정보와 검증, 정책과 인물, 사실과 맥락을 균형 있게 담아내려는 노력은 양극화 시대 정치 저널리즘의 책무일 것이다.

본 연구는 뉴미디어 영향력 확대와 전통적 언론 매체의 영향력 축소, 인공지능(AI) 시대 등 복합적인 언론의 위기 요인과 그 영향은 담지 못했다. 다만 어떤 위기 속에서도 저널리즘의 출발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지난 3월 참석한 가디언 주최 토크 라이브 행사에서 탐사보도팀장 폴 루이스 기자는 “세상에 너무 많은 일이, 너무 빠르게 일어나고, 너무 많은 권력이 제대로 감시받지 않은 채 행사된다”며 “언론은 다른 기관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그 역할을 대신해야 한다(2026년 3월 26일, 필자 번역)”고 말했다. 정치 양극화 완화는 언론이 외면할 수 없는 민주주의 과제다. 언론이 이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분열을 재생산할 수도, 시민들이 공통의 문제를 이해하고 토론할 수 있는 기반을 넓힐 수도 있다. 연수 기간 얻은 질문들을 토대로 실천적 방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계속하고자 한다.
참고문헌
- Bale, Tim. “The two-bloc polarisation of Britain’s voters and party members.” LSE British Politics and Policy, 2026.2.
- Farrell, Caitlin & James, Lisa. “The Role of the Media in Democracies.” UCL Constitution Unit, 2024.1.
- Hobolt, Sara. “Britain’s two-party era is ending, but the roots of fragmentation run deep.” LSE British Politics and Policy, 2026.5.
- Ipsos. Divided Britain. 2025.9.
- Pew Research Center. “Most across 19 countries see strong partisan conflicts in their society.” 2022.11.
- Reuters Institute for the Study of Journalism. Digital News Report 2026. University of Oxford, 2026.6.
- 1 Tim Bale, "The two-bloc polarisation of Britain's voters and party members", LSE British Politics and Policy, 2026.2.
- 2 Sara Hobolt, "Britain's two-party era is ending, but the roots of fragmentation run deep", LSE British Politics and Policy, 2026.5.
- 3 Ipsos, Divided Britain, 2025.9.
- 4 Pew Research Center, "Most across 19 countries see strong partisan conflicts in their society", 2022.11.
- 5 Caitlin Farrell & Lisa James, "The Role of the Media in Democracies", UCL Constitution Unit, 2024.1.
- 6 Reuters Institute for the Study of Journalism, Digital News Report 2026, University of Oxford, 20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