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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디어의 AI 도전과 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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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디어의 AI 도전과 응전 TV조선 홍혜영 연수기관: 조지아대

I. 들어가며

2026년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Google Cloud Next). AI 업계 최대 규모 컨퍼런스인 만큼 ‘업무 파트너’(AI Agent)로서 AI의 역할에 관한 열띤 토론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AI를 활용한 미디어나 저널리즘과 관련된 별도 세션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왜일까?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26. 수 백 개의 세션 가운데 AI 저널리즘과 관련된 메인 세션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언론 산업은 AI의 발전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위치다. 미국의 미디어 업계는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구글이 2024년 5월 ‘AI 모드’(AI Overview)를 검색 결과 상단에 배치하자 언론사들은 이른바 ‘제로 클릭’(Zero-Click) 위기에 직면했다. 사용자들이 검색할 때 뉴스 사이트 링크를 클릭하지 않는 것이다. 분석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뉴스 검색에서 제로 클릭 비율은 2024년 56%에서 2025년 69%로 뛰었다. 이제 10명 중 7명은 AI가 요약해 준 결과만 보고 뉴스는 읽지 않는단 얘기다. 같은 기간 뉴스 사이트로 유입된 검색 트래픽은 월 23억 회에서 17억 회 아래로 급감했다.

언론의 신뢰도 역시 급락하고 있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에 따르면 2026년 전 세계 성인의 뉴스 신뢰도는 37%로 2015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 언론의 신뢰도는 25%로 48개 조사 대상국 중 하위권이었다.

미국 언론사들은 수익 모델이 붕괴하고 신뢰도가 하락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AI 시대가 곧 언론 위기가 된 것이다. 몇몇 언론사는 AI 기업을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제기하면서 나름의 대응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모색하고 있다. 이는 미국 언론사에만 해당하는 고민이 아닐 것이다. 미국 미디어 업계의 대응 방식을 사례를 통해 분석해 보고 한국 언론이 배울 점을 모색해 본다.

II. 현황 및 사례 분석

AP “AI, 우리가 먼저”…내부 반발엔 “제한적 사용”

AP는 업계에서 가장 먼저 AI를 업무에 도입한 곳이다. 2014년부터 ‘자연어 생성(NLG)’ 기술을 활용해 분기별 기업 실적 발표 기사를 자동 생성해 왔다. 2015년부터는 야구 마이너리그와 대학 스포츠 등 경기 결과를 자동화 프로그램으로 보도하고 있다. AP는 AI가 기자를 대체하는 건 아니라는 원칙을 확고히 하고 있다. 데이터 속보, 번역이나 요약 같은 영역에만 AI를 제한적으로 적용한다는 내부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AI 도입을 안착시키긴 했지만 2026년 3월 AI 확대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불거지는 등 최근 들어 AP 내부의 논란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워싱턴포스트 “AI 검색? 우리도 만들면 되지”

워싱턴포스트는 업계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AI 제품을 실험하는 언론사로 꼽힌다. 아예 자체 AI 검색 툴을 개발했다. 2025년 2월 선보인 ‘Ask The Post AI’는 독자 질문에 자사 보도를 바탕으로 답하는 챗봇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자체 AI 챗봇인 ‘Ask The Post’. 워싱턴포스트의 기사를 기반으로 학습해 검색 결과를 내놓는다.

Ask The Post는 저널리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해 일반 AI 검색엔진에 비해 허위 정보를 포함할 확률(환각 현상)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관련 정보가 부족하거나 정확하지 않을 때는 답변을 지어내지 않고 모른다고 솔직하게 답변하는 시스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기사 링크를 제공해 독자가 직접 팩트체크를 하도록 돕는다.

하지만 2016년 이후 발행된 기사만 검색하기 때문에 그 이전의 역사적 사실이나 워싱턴포스트가 아닌 타사가 독점 보도한 최신 이슈에 대해서는 답변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기술적인 문제도 제기되는데, 초기에는 현직 대통령을 잘못 답하는 등의 기본적인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수천만 건의 누적 검색량을 기록, 대중적인 서비스는 아니지만 유료 구독자와 독자층을 중심으로 기반을 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밖에도 AI 팟캐스트 생성 기능을 가진 ‘Your Personal Podcast’라는 앱을 선보였지만 품질 논란이 제기돼 내부에서조차 인정받지 못한 채 실패작이 됐다.

뉴욕타임스 “저작권 소송, 나를 따르라”

뉴욕타임스는 취재와 기사 작성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내부적으론 팟캐스트 요약봇이나 탐사보도 지원 도구 ‘Cheatsheet’와 같은 보조적인 AI 도구는 적극 개발하고 있다.

동시에 뉴욕타임스는 2023년 12월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미국 미디어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법적 분쟁이다. 이 소송은 AI가 저작권 있는 기사를 학습하는 것이 공정 이용(fair use)에 해당하는지를 가리는 가장 중요한 시험대다. 2026년 7월 뉴욕타임스는 “오픈AI가 챗GPT 학습 데이터와 대화 로그에서 저작권 콘텐츠를 검색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법원에 숨겼다”며 법원에 제재를 신청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소송을 포함한 AI 관련 법적 대응에 이미 2800만 달러, 한화 420억 원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와 같은 거대 미디어이기에 가능한 싸움이다.

CNN “AI 오남용 안 돼”…가이드라인 제시

산업 전반에 나타난 제로 클릭 위기는 CNN 같은 대형 방송 뉴스 브랜드에도 예외 없이 닥쳤다. 검색 결과에 AI 요약이 뜨면서 CNN 웹사이트 트래픽은 전년 대비 약 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CNN은 워싱턴포스트나 뉴욕타임스처럼 자체 AI 제품을 내세우기보다, AI 사용 정책을 명문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CNN 홈페이지에는 AI 사용 가이드라인이 명시돼 있다. “기자들은 취재·제작을 보조하는 목적으로 리서치, 번역, 데이터 분석, 그래픽, 배너, 헤드라인, 기사 요약 등에 AI 도구를 활용할 수 있지만 모든 콘텐츠는 기자가 완전한 편집 통제권을 가지고 정확성과 객관성, 공정성 등 저널리즘 기준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을 두고 있다.

CNN 내부의 AI 사용 윤리 강령. AI를 보도에 활용하되 기자가 편집권을 갖고 있어야 하며, AI 사용 콘텐츠는 명확히 표기한다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출처 : CNN)

또한 CNN은 업계 전반의 AI 오남용을 적극적으로 취재 보도하는 방식으로 감시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4년 지역 뉴스 통신사인 후드라인(Hoodline)이 가짜 AI 저자 프로필을 실존 인물처럼 꾸며 기사를 게재해 온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역 통신사 Hoodline은 AI 가상 인물을 바이라인으로 달아 기사와 칼럼을 보도했다. AI 표시를 하긴 했지만 사진과 가짜 프로필까지 넣어 독자들이 실제 기자의 취재 기사라고 착각하도록 유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CNN의 모회사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는 2025년 1월 210여 명, 2026년 초 약 50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하지만 인력 감축이 AI 도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기자 대신 AI에 올인”

기자 인력을 AI로 대체하겠다고 노골적으로 선언한 언론사도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2025년 5월 직원의 21%를 감원하면서 “AI에 전면적으로 올인(all-in on AI) 하겠다”고 밝혔다. 최고경영자가 감원을 알리는 공지문에서 AI 확대 전략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AI 전략을 발표한) 타이밍도 최악”이라며“어떤 AI 도구나 기술도 인간을 대체할 수 없고 대체해서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논란은 AI가 기자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인식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역신문 연합 “힘 합쳐서 전쟁”

메이저 언론사에 비해 재정난이 심각한 지역 언론사들은 개별 대응 대신 집단소송이라는 방식을 택했다. 2026년 미국 33개 주에 걸쳐 약 400개의 지역 언론 브랜드를 보유한 35개 신문 발행 출판사가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뉴욕 연방법원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지역 언론사 측은 AI 기업들이 ‘자동화된 무단 수집(scraping)’을 대규모로 해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형 매체가 다루지 않는 지역 밀착형 보도까지 AI 학습에 무단 활용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픈AI 측은 “공개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훈련하는 것”이라며 “이는 저작권법상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IV. 결론

위 사례 가운데 AP와 뉴욕타임스, CNN은 AI를 뉴스룸 내부의 생산성 도구로만 제한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경우 독자를 대상으로 한 AI 상품을 자체 개발하는 등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AI 기업을 대하는 태도도 나뉘는데, 라이선싱을 통한 협력 관계와 소송을 통한 대립 등 다양하다. 뉴욕타임스처럼 한 조직 안에서 협력과 대립이 공존하기도 한다.

조직 문화도 중요한 요소다. 같은 AI 기술이라도 도입 방식에 따라 성과는 크게 갈린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사례는 AI를 도입하면서 무리하게 인력 감축을 시도할 때 구성원의 신뢰가 급격히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뉴욕타임스 대 오픈AI 소송은 현재 진행형이다. AI 학습에 저작권이 있는 언론사 콘텐츠를 사용하는 것이 공정 이용에 해당하는지, 확립된 법리는 아직 없다. 일부 주 단위 규제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연방 차원의 포괄적인 입법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개별 언론사들은 저마다 리스크를 따져보고 라이선싱과 소송 사이에서 선택하고 있다.

로이터 연구소 조사에서 뉴스에 대한 신뢰(37%)는 AI 챗봇 답변에 대한 신뢰(20%)보다 여전히 높게 나왔다. 이는 저널리즘이 신뢰 우위에 있다는 것을 시사하지만 그 격차가 계속 좁혀질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미국 언론의 AI 활용은 획일적인 흐름이 아니라 조직의 재정 상태와 노동 문화에 따라, 법적인 리스크를 얼마나 감수할 수 있느냐에 따라 여러 갈래로 나뉘는 다층적인 실험의 장이다. 비교적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 사례와 실패 사례 사이의 결정적인 차이는 기술 자체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보도의 품질 기준과 시청자(독자)의 신뢰를 지키려는 조직의 의지가 성패를 좌우하는 것으로 보인다.

참고 문헌·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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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SUCCESS Magazine. (2025). “Business Insider Lays Off 21% of Staff to Focus on AI and Digital Innov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