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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와 함께하는 도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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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연수를 위해 수도 도쿄(東京)에 자리를 잡은 지 어느덧 두 달이 다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도쿄에는 무더위, 태풍, 폭우가 지나갔고, 심지어 8월 23일 새벽에는 5년 만에 최대 규모인 진도 5.9의 지진까지 발생했습니다. 일본이라는 국가가 자연재해에 왜 민감한지를 새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일본은 한국인에게는 이제 제법 가까운 국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일본을 찾은 한국인만 해도 946만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유튜브, SNS 등에는 일본과 관련된 콘텐츠가 넘쳐납니다. 일본인들이 직접 설명해 주는 일본 생활 관련 콘텐츠도 많습니다. 필자도 일본 연수를 시작하기 전, 그리고 도착 직후 이 콘텐츠들을 참고하며 정착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일본 생활의 필수품, 자전거

오늘은 일본 생활과 관련된 여러 아이템 중에서도, 가장 필자를 골치 아프게 했던 ‘자전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도쿄에 사는 동안 자전거가 이렇게나 큰 고민거리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개인적으로 일본 생활, 특히 도시에서 살게 되시는 분들이 예상치 못하게 고민하게 되는 아이템인 자전거를 첫 번째 이야기거리로 삼고자 합니다.

우선, 일본 생활에 있어 자전거는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 국토교통성의 2020년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자전거 보급 대수는 약 7000만 대로 추정돼 있습니다. 인구 1명 당 약 0.55대가 보급돼 전 세계 7위 정도로 추정하는 ‘자전거 대국’이죠. (한국은 1명당 0.2대 수준) 지금은 더 많을 겁니다.

도쿄 네리마구 히카리가오카역 근처 자전거 주차장에 시민들이 세워 둔 자전거가 가득 세워져 있다. 이 지하철역 주변에는 이 정도 규모의 자전거 주차장이 5곳 정도 있다.

자전거가 얼마나 많은지 체감하려면 신주쿠, 시부야, 우에노, 도쿄역 등 관광지를 조금만 벗어나 보면 금방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자리를 잡은 곳은 도쿄 23구 중 주택가가 밀집한 도쿄 서북부 네리마구(練馬区)입니다. 등교 시간이나 출퇴근 시간이면 인도, 차도 할 것 없이 쌩쌩 달리는 자전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일본 드라마, 애니메이션에서 묘사되는 자전거 타는 장면들은 결코 그냥 만들어질 수 없는 환경인 셈이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자전거를 타는 일본 시민들, 나름 일정한 규칙 속에 인도와 차도를 넘나들며 자유를 만끽(?)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자전거가 ‘필수 교통 수단’입니다. 일본은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의 요금이 비싸기 때문에,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서는 자전거로 최대한 지하철역 가까이 접근해야만 합니다. 한국처럼 버스와 지하철을 연결하는 환승 체계가 없고, 지하철도 공영과 민영 등으로 구분돼 있다 보니 자칫하다가는 교통비 지출이 부담스러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죠. 물론 도쿄 도심이야 지하철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자전거가 없더라도 가까운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게 큰 무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임대료가 저렴한 외곽으로 나오면 사정이 달라지죠. 지하철역이 듬성듬성 있을뿐더러, 역 사이 간격도 상당히 멀어집니다. 자전거가 교통비 절감, 출퇴근 시간 절감을 위해 필수 아이템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죠.

출퇴근, 등하교 목적으로만 자전거가 필요할까요. 쇼핑을 위해서도 필수품입니다. 아직도 오프라인 매장이 주를 이루는 일본에서 자전거는 유용한 운반수단입니다. 편의점 앞에도 자전거 주차장이 아주 잘 되어 있죠. 자가용이 있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물어보실 수도 있겠지만,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일본에서 자가용을 구입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자전거는 그 틈을 메꿔주는 유용한 아이템입니다.

자전거 주차장 꼭 확보해야

자전거의 필요성을 느꼈다면, 이제 실제로 자전거를 사봐야겠죠? 다만 구입하기에 앞서 자전거 주차장이 있는지 꼭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자동차나 자전거 주차가 용이한 단독주택(一軒家)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맨션이나 아파트라면 잘 살펴봐야 합니다. 제가 사는 맨션의 경우 총 57가구로 구성돼 있고, 자전거 주차장은 100개 정도가 있는데요. 문제는 가구당 자전거 보유 대수에 제한이 없다보니, 가족 수만큼 자전거를 보유한 가정이 많아 자전거 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저도 자전거 주차공간이 확보될 때까지 입주로부터 약 한 달 이상이 걸렸습니다. 제가 사는 멘션만 그런 게 아니라, 공동주택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일본에서 집을 계약하실 때 ‘자전거 주차장’이 제공되는지 살펴보시고, 입주 전에 부동산중개인이나 부동산관리회사를 통해 미리 자전거 주차장을 확보해달라고 요청하시면 여러모로 편리할 겁니다.

자전거를 구입하는 건 비교적 간단합니다. 마을 곳곳에 있는 자전거 매장, 돈키호테나 이온몰 같은 대형매장의 자전거 코너, 아마존 같은 온라인 매장 등을 이용하면 됩니다. 메루카리(めるカリ), 지모티(ジモティー) 같은 중고 거래도 가능하고, 지역 리사이클 센터나 한인 커뮤니티의 중고거래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자전거의 종류 역시 한국과 많이 다릅니다. 거리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건 아마 ‘마마챠리(ママチャリ)’일 겁니다. 장바구니 또는 아이를 태울 수 있는 시트를 달 수 있는 형태로, 안장도 낮고 무게중심도 낮아 남녀노소 모두 쉽게 탈 수 있죠. 마마챠리의 경우 대게 배터리의 도움을 받아 동력을 만들어내는 전동 자전거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장보기나 아이 등하교 등에도 쓰이는 만큼, 전기의 도움을 받아야 좀 더 편하게 운전을 할 수 있기 때문이겠죠. 반면 초중고생이나 젊은 사람들은 한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반 레저형 자전거를 좀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구입 후에는 반드시 ‘자전거 방범 등록(自転車防犯登録)’을 해야 합니다. 이는 법적 의무로, 방범 등록이 되어 있지 않는 자전거는 도난품으로 여겨집니다. 자전거를 산 매장에서 직접 하면 되고, 중고 거래라면 기존 자전거 소유주로부터 등록 말소를 확인받은 후 동네 자전거 가게 등에 가서 방범 등록을 하면 됩니다.

일본 도쿄의 공유 자전거들. 이러한 자전거 주차장이 공원이나 골목, 지하철역 근처에 숨겨져 있다. 다만 원하는 목적지에 주차 공간이 없으면 상당히 고생할 수 있다.

직접 구입이 꺼려진다면 공유 자전거도 나름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도쿄의 경우 ‘헬로 사이클링’ ‘도코모 바이크 셰어’ ‘루프’ 등등의 공유 자전거 사업자가 있습니다. 길을 지나다니다 보면 곳곳에 전용 주차장이 마련돼 있죠. 각 사업자의 애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은 뒤 회원가입을 하고 이용하면 됩니다. 한국에서 쓰는 공유 자전거 앱이나 따릉이 같은 공공 공유 자전거 서비스와 비슷하기 때문에 이용에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다만 출발지와 도착지에 자전거가 없거나, 주차 공간이 남아있지 않으면 상당히 불편합니다. 예를 들어,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공유 자전거를 이용해 이동하고 싶은데, 지하철역 근처에 해당 사업자용 주차장이 없거나 만차인 경우 먼 곳에 자전거를 주차해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가격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비싸게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용시간, 이용거리에 비례해 가격이 오르는데, 쓰다 보면 아깝게 느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생각보다 공유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이 눈에 띄지는 않습니다.

강화된 자전거 교통 규칙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일본인들을 보면 꽤나 자유로워 보입니다. 위에 적었던 대로, 인도와 차도를 비교적 자유롭게 넘나들고, 제법 속도를 내며 달리는 분들도 적잖죠. 일본 도쿄는 한국에 비해 평지 비중이 높고, 배터리 장치를 탑재한 자전거도 많다 보니 노인들도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자전거 운전이 마냥 쉬운 것만은 아닙니다. 2026년 4월 1일부터 자전거 주행에 대한 단속이 강화됐는데요. 자전거 이용 중 휴대전화 사용, 이어폰 사용, 보행자 방해, 역주행, 신호위반, 우산 쓰고 자전거 타기, 야간 전조등 미점등 등에 대해 위반 시 현장에서 곧장 범칙금 딱지가 발부되도록 했습니다. 제가 사는 네리마구의 경우,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자전거 규칙에 대해 별도로 안내하는 강좌까지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자전거 전용 구역을 달리는 자전거와 차도를 달리는 트럭. 자동차 관련 교통 규칙이 엄격하지만, 잘 지키면 편안하게 달릴 수 있다.

다소 규칙이 엄격한 것 같지만, 자전거 이용자라면 일본은 물론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들이긴 합니다. 특히 일본에서 인도를 걷다 보면, 보행자 뒤에서 다가오는 자전거는 보행자를 향해 절대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는 일종의 암묵적인 룰이

있는데요. 이는 도로에서 ‘보행자 > 자전거 > 자동차’ 순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대상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어서랍니다. 보행자가 있으면, 자전거가 피해 가야지 보행자에게 피하라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요.)

1년의 연수 기간이라 자전거 구입이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1년 쓰려고 수만 엔에 이르는 자전거를 구입하려니 상당히 아깝죠. 하지만 자동차 구입이 어렵고, 비싼 대중교통비와 대형마트에의 접근 등을 고려하면 자전거만큼은 구입을 적극 고려해 보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중고 자전거 값도 상당히 높고, 중고 거래도 활발한 편이니, 처분 걱정은 조금 넣어 두셔도 좋겠습니다.